철학 갤러리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2
김영범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이란 ?

 

지혜에 대한 사랑. 근본적인 믿음의 근거에 관한 비판적 검토. 전제나 명제들 사이의 관계정리... 모두 철학을 설명하는 말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봐도 학문이긴 한데 무엇을 연구한다는 건지 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그냥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에 깔려 있는 생각을 연구하는 것 정도로 보면 어떤가요? ‘세상이 왜 이런 거야?’라는 한숨 섞인 말엔 ‘세상이 도대체 뭘로, 무얼 위해 만들어졌길래, 이렇게 되는거야?’ 라는 생각이 숨어 있잖아요. 이 물음에 답을 찾는 학문, 사람들이 느끼는 세상을 설명하려는 학문을 철학이라고 봅시다.

철학이 필요한 이유 ?  

 

‘세상이 왜 이럴까요?’, ‘이런 세상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걸까요?’ 라는 질문에 답이 궁금하시지 않나요? 지금이야 종교학과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엔 이 모두가 철학으로 합쳐져 있었죠. 세월이 흘러 신과 자연,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뉘면서 각 분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지만, 아직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철학이 없어진 건 아닙니다. 지혜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철학,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생각을 정리해서 희망찬 내일을 그려보는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라면 당연히 없어선 안되겠습니다.

철학이 걸어온 자취 ?  

 

그러면, 인류와 역사를 같이 한 철학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요? 한 장으로 보는 지식계보도라는 부제를 가진 「철학 갤러리」의 책장을 펼칩니다. 서양철학의 역사를 한 권으로 훑어 볼 수 있도록 뛰어난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따라 갑니다. 어느 분야나 그러하듯 철학에도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천재들이 있죠.  

 

철학사에는 때마다 거인이 나타나 다른 거인을 소리쳐 부르면서, 그들 발치에서 기어다니고 있는 경망스럽고 요란한 난쟁이들에 개의치 않고 드높은 정신의 대화를 계속해왔다. 이 거인들은 격렬한 형이상학적 싸움의 역사에 등장해 저마다 부여받은 투쟁을 벌이며 사유의 하늘을 다채롭게 수놓았다. (5쪽, 서문)  

 

자, 이제 ‘세상은 무엇으로, 왜 만들어져, 어떻게 바뀌는가?’라는 답을 찾아 쉼없는 발걸음을 옮겨 온 55명의 거인 서양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제일 먼저 그리스, 로마시대로 대표되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포함한 20명의 「고대시절」 철학자들입니다.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집중한 거 같은데요.  

 

그리스 철학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아르케’다 아르케는 ‘근원’이나 ‘원리’라는 의미를 가지며, 아르케를 탐구한다는 것은 사물의 근원이나 시원을 찾아 캐묻는다는 뜻이 된다. (18쪽)  

 

아낙시만드로스가 아르케로 생각했던 아페이론은 논리적으로 추론될 수 있을지언정 딱히 손에 잡히는 개념이 아니었다. 이 지점에서 아낙시메네스는 탈레스가 주장한 물보다는 추상적이지만, 아낙시만드로스가 주장한 아페이론보다는 한층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원리를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아낙시메네스에 이르러 만물의 아르케는 공기가 된다. (27쪽)  

 

엠페도클레스는 네 가지 종류의 리조마타가 다양한 비율로 결합하면서 만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고, 아낙사고라스는 물질의 수만큼이나 많은 스페르마타가 섞이고 분리되면서 만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50쪽)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이라는 학문을 처음으로 체계화했다. 특히 범주론에서 세계를 총체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열 가지 범주를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범주를 통해 결국 ‘존재’의 문제를 해명하려고 한 것이다. 존재는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과 어떤 존재에 ‘부대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과 ‘우연히’ 존재하는 것을 나눔으로써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실재)이고 우연히 존재하는 것은 이차적인 의미에서 존재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101쪽)  

 

고대 철학자들의 세계관은 이천 년이 지난 지금도 숨을 쉬고 있습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이 자연과학에 깊은 영감을 주었고,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현재의 형이상학에 뿌리가 되었다는 걸 들 수 있겠죠.  

 

어둠의 시대라 불리는 「중세시절」 11명의 철학자들은 세상이 어떻게 또는 왜 만들어 졌을까를 고민한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물론 조물주는 하느님으로 제한되었습니다. 
 

중세 철학은 고대 그리스 철학과는 다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중세 철학은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여러 종교적 사건, 더 나아가 그 모태가 되는 유대교의 종교적 세계관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중세 철학의 세계관에 따르면 신은 유일한 절대자로서 세상 만물을 ‘무에서 창조’하고 인간에게는 ‘신의 모상’이라는 특권을 주었다. 교부철학에서 스콜라 철학에 이르는 중세 철학은, 이런 독특한 신앙적 세계관을 이 지상의 지혜인 그리스 철학의 방법을 수용해 논리적으로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발달된 철학이다. (142쪽)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성을 중심으로 하는 주지주의主知主義였다면, 둔스 스코투스는 신의 뜻을 이성보다는 의지로 파악해야 한다는 주의주의主意主義적 입장이다. 신이 만물을 창조할 때 이성적으로 미리 계획을 다 짜놓고 그에 맞춰 실행한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욕망하고 실행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리 목적을 세워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만, 신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184쪽) 
 

책에 등장하는 24명의 「근ㆍ현대시절」 철학자들은 세상이 어떻게 운동하고 변할까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합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철학에서 과학을 통하는 것으로 넘어가 버린 듯한 상황에서 그들은 생각으로 세상을 설명합니다. 

 

자연철학은 고대 이후 자연학이라 불렸고 19세기에 과학이라는 말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근대 과학의 이름이었다. 근대 자연철학은 거의 2000년 동안 서양을 지배해 온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을 무너뜨리고 기계론이라 불릴 만한 새로운 자연사상을 낳는다. 이제 자연을 탐구하되 이성으로 납득할 수 없는 내용들은 하나씩 제거되었다. 자연의 모든 사물 안에 목적이나 의미 등과 같은 정신적인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이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202쪽)  

 

데카르트는 신이 세계를 창조했고 거기에 법칙을 부여했지만, 이 세계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세계와 분리해서 생각했다는 점에서, 중세 철학의 사고방식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세계가 신이 미리 설정해 놓은 목적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목적론적 세계관과는 달리, 신으로부터 분리된 이 세계에는 신의 목적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다. 이제 세계는 마치 거대한 기계처럼 물리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중세의 목적론적 세계관에서 근대의 기계론적 자연관으로 변화한 것이다. (206쪽)

철학이 나가야 할 방향 ?  

 

지금까지 고대, 중세, 근ㆍ현대 철학을 훑어보며 ‘세상은 무엇으로, 왜 만들어져, 어떻게 바뀌는가?’에 집중해서 거인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물론 천재 철학자들은 단순히 질문에 답을 찾는데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함으로 어떻게 하면 더 바람직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생각치 못한  앞선 의견을 내놓기도 했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꿈꿨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데카르트나 쇼펜하우어, 마르크스, 니체가 그려본 세상은 어떨까요?  

 

 

철학이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나, 현재를 부정하고 과거나 미래에 치우친 학문일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세상에 대한 설명을 토대로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위대한 철학자들이 꿈꾼 세상. 역시 그 당시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세상이었습니다. 오늘날 과학에게 그 자리를 빼앗겨버린 철학. 그러나, 과학이 밝고 희망찬 세상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도록 표지판이 되어 줄 수 있는 역할은 아직 철학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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