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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문객잔 (HD 리마스터링, 화질보정판)
서극 감독, 임청하 외 출연 / 스펙트럼DVD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예전 기억과 별 다른 게 없다. (ㅋㅋㅋ) 배우들의 개성 잘 드러나고, 액션 시퀀스들은 나무랄 데 없고, 거친 사막을 배경으로 하는 텁텁함 역시 좋다. 다만 롱샷들은 [동사서독]을 떠올려 볼 때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그거야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래서인지 내용에 대해서 더 곱씹어 보게 됐다. 가령 이런 거다. 나라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유가휘와 임청하, 돈과 남자만 밝히는 장만옥, 그런데 유가휘는 장만옥에게 참 비정하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그들의 대의는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것인가? 장만옥은 결국 다 이기적인 거라고 한다. 맞다!
지난 번 [청사]나 [황비홍]을 볼 때도 느꼈던 거지만, 중국인들은 대의에 대한 굉장한 중압감이 있는 듯하다. 문화, 역사적 맥락이 있겠지. 그런데 어떤 영화에서는 그런 중압감을 당위로 인정하는가 하면, 어떤 영화는 그런 중압감을 개인에 대한 말살, 비현실적인 당위로 은근슬쩍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신용문객잔]은 후자 쪽이라고 보여진다.(물론 결말에는 억지스러운 당위가 있긴 하지만.)
역으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대의와 개인 사이에서 고민하다, 개인을 택할 때, 나름대로 서구식 이데올로기의 압박은 아닐까 고민이 들기도 한다. 많은 헐리우드 영화, 혹은 유럽의 영화들이 휴머니즘으로 위장해 비서구인들에게 개인주의를 가르치려는 모습 역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니까. 더 아쉬운 건, 나름 의식 있다는 문화 컨텐츠들에서도 그런 게 느껴질 때, 아 이건 어쩔 수 없는 문화 차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중요한 건, '다름의 인정'이다. 언제나. 이제는 차이의 시대 아닌가. (뭔가 구체적인 예를 들고 싶은데, 당장 생각나는 건 없네, 쩝...)
결론은, 이 영화 좋다는 거다, ㅋㅋㅋ. 그러고 보니 용문객잔도 꽤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이 영화와 달리, 밀폐된 공간에서의 숨막힘, 좁은 공간을 활용한 액션 씬들이 돋보였던 것 같다. 다시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