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시티 확장판 일반판 (2disc)
로버트 로드리게스 외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엔터원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생각보다는 약하다. 누구 말처럼 스토리라인이 약하다거나 그러지는 않은데... 너무 폭력과 폭주의 과잉에 몰두해 있는 건 아닌지... 어쨌거나 그 과잉이 진정 스타일리쉬한 스타일과 합일이 안 되는 듯하다. 물론 꽤 재밌고, 다시 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킬빌의 '단도+별색' 같다. 킬빌 1, 2를 다시 보고, 이 녀석을 다시 보면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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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우프, 엄마의 이름 낮은산 키큰나무 3
사라 윅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낮은산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오래간만에 짜임새 있는 이야기 한 편을 만났다.
억지 감동을 자아내지도 않고, 억지 웃음을 만들어 내지도 않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되고, 볼이 상기되면서, 혹은 눈두덩이 달아 오르면서 촉촉한 기운을 느낄 수도 있다.
23개의 단어밖에 말할 줄 모르는 엄마, 이들을 거둬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옆집 아줌마(아파트 옆집인데, 문을 튼 구조다. <화양연화>의 구조가 생각났다.), 하지만 그 아줌마는 광장공포증(관장공포증이 아니다!!!)을 갖고 있어서, 문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다 전화주문으로 해결하고, 그걸로 해결 안 되는 것은 포기하고 산다.
열세 살 주인공 하이디의 유일한 친구는 역시 발달장애 비슷한 것을 안고 있는 잰더라는 아이다.
모두가 하나쯤 나사가 빠진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서로의 모습을 존중해 주는 법을 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이디는 엄마가 늘상 내뱉는 이상한 말 쑤우프, 라는 말을 비밀, 즉 자신과 엄마의 과거의 비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 23장, 자신을 임신하고 있는 듯한 엄마와 외할머니인 듯한 사람, 나머지 이상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그 요양원에 가면 무언가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뭐, 결말은 읽어 보면 알 것이고.
이 책의 신기한 점은, 나쁜 사람이 하나도 나오지 않음에도 너무 착해서 얄밉게 느껴지는, 그런 억지스러움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이디에게 항상 찾아오는 행운이, 너무 우연이어서, 혹은 비상식적이어서 피식! 하게 되는 그런 행운이 아니라, 그래,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왔으면, 혹은 나에게도 언젠가는 이런 행운이 올 거야, 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작은 무대, 몇 안 되는 인물들, 그러나 그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가슴 깊은 곳에 '퉁!'하고 울림을 준다.
성장 소설로도 읽히고, 약간의 추리가 들어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도 읽히고, 혹은 한편의 동화 같은 느낌이 있는, 탄탄한 이야기다!!!

다 읽고 나면, 아, 이래서 쑤우프, 라고 했구나, 라며 코끝이 찡해 옴을 느낄 수 있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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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연이다 - 귀농 부부 장영란·김광화의 아이와 함께 크는 교육 이야기
장영란.김광화 지음 / 돌베개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자연은 아이들을 품을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들은 자연에 자신을 풀어 놓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제목에서 보여지는 '귀농'이라는 말에 혹시라도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물론 이야기의 주무대는 자연이 맞다.
하지만, 자연과 벗하며 도시인들과 다르게 사는 그들의 '잘난' 모습이 수두룩하게 담겨 있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보다는 '아이들'이 돋보인다.
어쩌면 이 아이들이 바로 자연일지도 모른다.
지은이들의 두 자녀, 탱이와 상상이는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안다.
겉멋으로 '다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순리에 맡겨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법을 알고 있다.
이들이 5년후, 10년후에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나이 또래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아마 그것은 겉모습뿐일 거라고 나는 자신한다.
이들의 내면에는 하고자 하는 것에 자신을 맡기는 힘이 있다.
몸이 시키는 대로, 필요한 것을 만들고, 만들기 위해서 배우고, 배운 것을 나누고, 나누는 기쁨에 또 배우고... 교육이란 이와 결코 다르지 않다.
어쩌면 지금의 제도 속에 있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것을 만들고, 배우기 위해 만들고, 나만 갖고 있기 위해 배우고, 못 배운 이들을 깔보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들의 교육이 다르게 보이는 것뿐이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 보자. 한 삼십 분, 한 시간, 그렇게 조용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그러면 내가,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서서히 떠오르는 것을 느끼리라.

그것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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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댄서 - [할인행사]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데이빗 모스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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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두 번째 상영작.
참 묘하다, 뷰욕이란 배우. 언젠가 이 여자가 굉장히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자기 삶의 새로운 활로를 발견하기 위해 음악을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는 절망했다. 살리에르의 비애랄까. 천재란 따로 있다는 생각이 역시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이의 음악은 작사, 작곡을 비롯해서 퍼포먼스까지,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뮤지컬 스코어까지. 배우는 물론이고. 참... 할 말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이상 거리를 허용하지 않는, 아직은 그럴 여유가 없다며 수줍게 동승을 거부하는, 두터운 안경을 낀 수줍은 표정, 그러나 더없이 친절했지만 돈에 눈이 멀어 자신의 돈을 강탈하고 급기야는 자신의 속죄를 위해(이 부분이 참 화가 난다)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는 이웃, 경찰관 빌을 죽여야 할 때의 울먹거림, 그럼에도 아들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자신의 돈이 담긴 가방을 가져가기 위해 그를 죽여야 하는 단호함, 죽음의 순간 자신의 얼굴에 씌어진 복면이 갑갑하다고 울부짖는 처절함, 아들이 곁에 와 있다는, 수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숨을 죽이고 편안해진 얼굴...... 세상의 리듬을 듣고, 멜로디에 올라타 발을 구르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때의 그 천상의 표정, 이이만의 특유 음색..... 그 모든 것은 뷰욕의, 뷰욕에 의한, 뷰욕을 위한 캐릭터이자, 씬이자, 영화다.

물론, 라스 폰 트리에의 독특한 연출, 로뷔 뮐러의 카메라, 그리고 카트린느 드뇌브, 장 마르크 바(맞나?), 데이빗 모스 등의 열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도그마 선언 등으로 '어디 한번 보자!'라는 식으로 세간의 이목(나 역시 포함)을 삐딱하게 거느렸던 감독은 그 원칙을 철저하게 혹은 느슨하게 지키면서도 다양한 양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브레이킹 더 웨이브 이후 나는 별로 챙겨 보지 못했던 듯하다. 초기작인 [범죄의 요소]나 아주 오래전 백수 시절을 채워줬던 뤼미에르 극장에서 봤던 [유로파], 최근의 [도그빌] 등 꽤 챙겨 볼 작품들이 많은 것 같으니, 앗, 그리고 [킹덤]도 있군... 헉헉, 이 양반도 나를 꽤 바쁘게  만들어 줄 한 사람이 돼 버렸다. 푸...

카트린느 드뇌브, 프랑스 배우들은 참 특이하게도 나이 먹을수록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좋은 배우들이란 다 그런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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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 팀 로빈스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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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마지막 상영작.
첫 느낌, 누군가가 생각났다. 뭐 음악을 좋아하는 형이고, 이래저래 이상한 관계로 8년 가까이 알아오고 있는 형이다. 그 형을 처음 만났을 때도, 형은 옛 애인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고, 요즘도 뭔가로 괴로워하고 있다. 사실 나도 그런 타입이기도 했고. 떠나면, 만나면, 머리 속은 천변만화의 날씨가 된다. 나 혼자 질문하고 나 혼자 대답하고, 나 혼자 소설 쓰고, 나 혼자 비평하고...... 이 영화에서 존 쿠삭이 딱 그런다. 약간은 답답했다. 왜 저럴까, 왜 저럴까, 나도 저랬을까, 하면서.
그런데, 이 영화의 코어는 번역 제목에 있었던 것 같다. '리콜'!
되새김, 반추, 나를 돌아보는 과정, 여느 청춘영화와 다르게 이 영화는 나이듦에 대해,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것에 대해, 이대로 사는 것이 좋은가, 나는 안주하는 것인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아마 이 영화의 다음 이야기에 존 쿠삭은 또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삶인 것을, 사랑인 것을.
이 과정 속에서 음악 역시 한몫 단단히 한다. 어쩌면 이 영화가 카메론 크로우의 영화와 다른 것은, 노래 하나하나보다(누가 크로우를 당해내겠는가) 음악과 음악가, 음악을 사랑하는, 주변을 멤도는 사람들의 이야기의 풍경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엘피를 정리하는 모습, 탑 5를 만드는 모습, 거기에 담긴 이야기들, 물론 해박한 지식이 대사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캐릭터에 기인할 뿐, 영화 자체가 지식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거시기 어쩌구 멍키'라는 그룹의 두 어린것들이 이를 대변한다.
[엠파이어 레코드]의 SHOP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10년 안에 해보려는 '그 어떤' SHOP을 상상해 봤다. 즐겁다. 내 처와 같이 보고 싶지만, 대번에 난 이런 노래들 잘 모르는데 할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는 확연히 다른데...... 거기까지 갈 수만 있다면 내 처도 즐거워 할 수 있을 텐데...... 뭐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같이 보게 되겠지, 기대해 본다.
아직도 사랑에 대해, 다른 사람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삶에 대해 혼자 궁싯거릴 때가 있다. 하지만 조금은 더 삭이고, 조금은 더 내뱉고, 조금은 더 기다리고......
훗날 돌아봤을 때 지금 내가 안주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노력 '중'이 내게는 소중하다.
리콜? 지난 날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되돌려 그때를 '고치는' 게 아니라, 그렇게 감추는 게 아니라, 되돌아보고 지금을 반성하고, 새로운 행동을 하는 것이다.
궁싯거림은 줄이고, 노래를 듣자, 노래를 만들자!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앞으로 10년이 지루하지 않을 거 같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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