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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댄서 - [할인행사]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데이빗 모스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주말 두 번째 상영작.
참 묘하다, 뷰욕이란 배우. 언젠가 이 여자가 굉장히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자기 삶의 새로운 활로를 발견하기 위해 음악을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는 절망했다. 살리에르의 비애랄까. 천재란 따로 있다는 생각이 역시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이이의 음악은 작사, 작곡을 비롯해서 퍼포먼스까지,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뮤지컬 스코어까지. 배우는 물론이고. 참... 할 말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이상 거리를 허용하지 않는, 아직은 그럴 여유가 없다며 수줍게 동승을 거부하는, 두터운 안경을 낀 수줍은 표정, 그러나 더없이 친절했지만 돈에 눈이 멀어 자신의 돈을 강탈하고 급기야는 자신의 속죄를 위해(이 부분이 참 화가 난다)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하는 이웃, 경찰관 빌을 죽여야 할 때의 울먹거림, 그럼에도 아들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자신의 돈이 담긴 가방을 가져가기 위해 그를 죽여야 하는 단호함, 죽음의 순간 자신의 얼굴에 씌어진 복면이 갑갑하다고 울부짖는 처절함, 아들이 곁에 와 있다는, 수술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숨을 죽이고 편안해진 얼굴...... 세상의 리듬을 듣고, 멜로디에 올라타 발을 구르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때의 그 천상의 표정, 이이만의 특유 음색..... 그 모든 것은 뷰욕의, 뷰욕에 의한, 뷰욕을 위한 캐릭터이자, 씬이자, 영화다.
물론, 라스 폰 트리에의 독특한 연출, 로뷔 뮐러의 카메라, 그리고 카트린느 드뇌브, 장 마르크 바(맞나?), 데이빗 모스 등의 열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도그마 선언 등으로 '어디 한번 보자!'라는 식으로 세간의 이목(나 역시 포함)을 삐딱하게 거느렸던 감독은 그 원칙을 철저하게 혹은 느슨하게 지키면서도 다양한 양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브레이킹 더 웨이브 이후 나는 별로 챙겨 보지 못했던 듯하다. 초기작인 [범죄의 요소]나 아주 오래전 백수 시절을 채워줬던 뤼미에르 극장에서 봤던 [유로파], 최근의 [도그빌] 등 꽤 챙겨 볼 작품들이 많은 것 같으니, 앗, 그리고 [킹덤]도 있군... 헉헉, 이 양반도 나를 꽤 바쁘게 만들어 줄 한 사람이 돼 버렸다. 푸...
카트린느 드뇌브, 프랑스 배우들은 참 특이하게도 나이 먹을수록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좋은 배우들이란 다 그런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