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 팀 로빈스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주말 마지막 상영작.
첫 느낌, 누군가가 생각났다. 뭐 음악을 좋아하는 형이고, 이래저래 이상한 관계로 8년 가까이 알아오고 있는 형이다. 그 형을 처음 만났을 때도, 형은 옛 애인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고, 요즘도 뭔가로 괴로워하고 있다. 사실 나도 그런 타입이기도 했고. 떠나면, 만나면, 머리 속은 천변만화의 날씨가 된다. 나 혼자 질문하고 나 혼자 대답하고, 나 혼자 소설 쓰고, 나 혼자 비평하고...... 이 영화에서 존 쿠삭이 딱 그런다. 약간은 답답했다. 왜 저럴까, 왜 저럴까, 나도 저랬을까, 하면서.
그런데, 이 영화의 코어는 번역 제목에 있었던 것 같다. '리콜'!
되새김, 반추, 나를 돌아보는 과정, 여느 청춘영화와 다르게 이 영화는 나이듦에 대해,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것에 대해, 이대로 사는 것이 좋은가, 나는 안주하는 것인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아마 이 영화의 다음 이야기에 존 쿠삭은 또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삶인 것을, 사랑인 것을.
이 과정 속에서 음악 역시 한몫 단단히 한다. 어쩌면 이 영화가 카메론 크로우의 영화와 다른 것은, 노래 하나하나보다(누가 크로우를 당해내겠는가) 음악과 음악가, 음악을 사랑하는, 주변을 멤도는 사람들의 이야기의 풍경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엘피를 정리하는 모습, 탑 5를 만드는 모습, 거기에 담긴 이야기들, 물론 해박한 지식이 대사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캐릭터에 기인할 뿐, 영화 자체가 지식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거시기 어쩌구 멍키'라는 그룹의 두 어린것들이 이를 대변한다.
[엠파이어 레코드]의 SHOP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10년 안에 해보려는 '그 어떤' SHOP을 상상해 봤다. 즐겁다. 내 처와 같이 보고 싶지만, 대번에 난 이런 노래들 잘 모르는데 할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는 확연히 다른데...... 거기까지 갈 수만 있다면 내 처도 즐거워 할 수 있을 텐데...... 뭐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같이 보게 되겠지, 기대해 본다.
아직도 사랑에 대해, 다른 사람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삶에 대해 혼자 궁싯거릴 때가 있다. 하지만 조금은 더 삭이고, 조금은 더 내뱉고, 조금은 더 기다리고......
훗날 돌아봤을 때 지금 내가 안주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노력 '중'이 내게는 소중하다.
리콜? 지난 날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되돌려 그때를 '고치는' 게 아니라, 그렇게 감추는 게 아니라, 되돌아보고 지금을 반성하고, 새로운 행동을 하는 것이다.
궁싯거림은 줄이고, 노래를 듣자, 노래를 만들자!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앞으로 10년이 지루하지 않을 거 같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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