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2020 - [할인행사]
데이빗 트오히 감독, 빈 디셀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에이리언 시리즈와 비슷한 제목을 달고 나와, '유사품 주의'의 처절한 운명 속에 사라져 간 영화
라고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내가 배급사래도 그렇게 달 수밖에 없었을 거 같다.
그리고 사실 어둠 속 외계 생명체와의 대결, 인간들 사이의 갈등, 역시 비슷하다고 주장하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은 그야말로 외계 공포물이라는 세부 장르의 컨벤션일 뿐, 결국은 어떻게 다듬었냐가 관건일 게다.
결론. 데이빗 트호이 감독은 확실히 밀도 있는 연출력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제대로 된 또 하나의 외계 공포물을 만들어 냈다.
액션 부분에서도 어떤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 없고, 스릴과 공포 역시 부족함이 없다.
더군다나 무조건적으로 선함에 끌리지 않는, 지극히 인간적인 빈 디젤의 캐릭터는 개성 만점이다.
단 한 가지, 존스라는 멋진 캐릭터가 후반까지 갈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죽었다는 게 좀 아쉽다. 하지만, 이 인물의 매력은 서플에 담긴 이 영화 전의 여행기를 통해 보충된다.
너무 크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외계 생물체는 떼로 몰려다니는 그 무지막지함으로 힘을 얻고, <스타쉽 트루퍼즈>의 떼들과는 또 다른, 뭐랄까 개개의 생명체가 강인한 사무라이 같은 느낌을 주는 독특한 생명체다.
좀 오래된 영화임에도 서플먼트가 꽤 있다는 게 장점이고, 한편으로는 그 서플이 2편 <레릭>을 위한 홍보 냄새가 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화질과 사운드는 좀 떨어지는 듯해 아쉬웠다. 어둠 속에서도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빛을 내는 빈 디젤의 눈 같은 경우 제대로 느낌이 살지 않고, 괴물들도 좀 더 역동적으로 화면에 구현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뭐 나무랄 데 없는 외계 공포물이다.
얼른 <애니 리딕>으로 흥분을 이어가고픈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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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2disc)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 대원DVD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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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묘한 영화일세.
다분히 지브리 스튜디오다운 영화처럼 시작하더니
종이 만화스러운 개그를 선보이고(이 너구리들이 생짜 너구리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중에는 다양한 단계가 존재하는데, 아주 기분이 좋을 때 보여지는 너구리들의 모습은, 얼핏 성의없이 그린 듯하지만, 더할 수 없는 그들의 기쁨을 표현하는 적절한 형상화로도 보여진다. ㅋㅋㅋ), 한편으로는 비장미를 내뿜기도 하고, 따뜻한 감성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애니가 흥미로운 건, 더도 덜도 말고, 1917년 러시아혁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들의 투쟁에 대한 묘사가 아닐 수 없다.
작가는, 과연 어떠한 혁명 방식이 옳은 것인지, 지금 역시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역시 솔직하게도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는 답을 내리는 듯하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회귀의 모습이 꼭 패배의 모습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이 애니의 미덕은 그 무엇도 강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데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살고 있다는 현실 직시다. 쉽사리 패배주의를 말하지는 말자.

문득 문득 과거로의 회귀, 자연의 소중함, 우리가 모르는 세계 등의 묘사에서는 <고양이의 보은>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역시나 <고양이의 보은>이 짧지만 담백한 맛이 있었다면, 이 작품은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과거에는 이래서 좋았다, 라거나, 자연만이 소중하다, 라거나 주장하지 않고, '그럴 수 있다'라는, 그리하여 나 아닌 남(아주 포괄적인 개념으로)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다분히 변사스러운 내레이션은 이 애니를 맛깔스럽게 만들고, 아주 촌스러운 표현부터 서정적으로 아름다운 표현까지, 그리고 개그스러운 활극까지 다양한 색깔의 그림과 움직임을 보여 주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음악, 효과음, 대사, 그림 모두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다분히 지브리스럽지 않은, 그러나 다분히 일본적인, 하지만 다분히 코스모폴리탄적인, 별 다섯 개 쉽게 줄 수 있는 애니라고 생각한다.

성찰이 있는 치기는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서 요즘의 영화들은, 물론 재미있지만, 이러한 애니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한다.

즐거운 2시간이었다.

근데 난 아직 <반딧불의 묘>도 안 봤군, ㅋㅋㅋ! 개봉할 때까지 기다릴까? 아님 다운을 받을까? 좀 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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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버스터 - 톱을 노려라! - 리마스터판, 우리 애니 2006년 4월 가격 할인
안노 히데아키 감독, 히다카 노리코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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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백 하나. 이 작품이 안노 작품이란 것도 모르고, 내용이 어떤 건지도 모를 때, 제목 참 희안하다고 생각했다. '톱'이라니... 뭐 일본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생각했다.
고백 둘. 아직 에반게리온을 끝까지 못 봤다. 비디오 시절 꽤 재밌게 몇 화를 보다가 끝을 못 보고 말았다.
고백 셋. 끝까지 마무리를 한 애니는 <카우보이 비밥>과 <최종병기 그녀>뿐이다. <울프스 레인>과 <풀 메탈 패닉>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결론, 난 시리즈 애니메이션에 약하다.
근데 <건버스터>는 하루 만에 끝냈다. 그만큼 짧다.
그리고 다들 얘기하듯 초반에는 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들 얘기하듯 종반에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총천연 컬러에서 모노 톤으로 흘러가는 마지막 부분, 그리고 화변 비율까지 바꾸는 대담함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내용이야, 일본 매카닉 SF 물에서 보여지는 비장미의 정수,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 더 놀란 것은 그 사이즈다.
사이즈 사이즈 운운했던 <고질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억, 조 단위가 수시로 나오고, 은하계 정도를 간단히 없애 버리는 설정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마치 처음으로 숫자를 배워 가는 아이들의 상상력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규모와 상상력은 나름대로 체계가 있어, 어, 어... 하게 된다.
또 하나, 일본의 피해망상은 정말 지워지지 않는 상처인가 보다, 하게 된다.
좀 무섭기도 하다.
많은 논란이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반전으로 읽히기도 하고, 보상심리 같기도 하고... 자기합리화 같기도 하고...
그냥 읽는 사람 맘, 이라고 할 수밖에.

하여간 <슈퍼맨 리턴즈>에 이어 그 엄청난 규모에 놀란 작품이 하나 더 늘었다.
요즘 왜 사이즈에 자꾸 신경이 쓰일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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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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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솔직 이 책의 100페이지쯤 넘어갈 무렵부터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황당해서가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이야기들을 생각해낼 수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인간이라고는 한 마리도 안 나오는 작품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노루와 개의 중간인 볼퍼팅어 종족, 외눈박이 종족, 지상세계와 지하세계, 안개 생물, 뇌가 몇 개씩인 종족, 상어와 구더기와 혼합물... 그러고 보니 이 작품에 나오는 종족들은 대부분은 하이브리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인화됐다기보다, 그냥 나름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1권 중반을 넘어 가면서 모험 소설과 무협 소설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루모라는 캐릭터는, 어릴 때는 (당연히-그럴 수밖에 없음은 읽으면 나온다) 왕자처럼 대접받으며 살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종족과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각을 하면서 새로운 삶, 모험으로 빠져든다.
영웅담처럼 읽히기도 하고, 로맨스 같기도 하다.

다양한 캐릭터들은 종잡을 수 없으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최고의 선은 존재하지 않지만, 지독한 악은 존재하는 세계, 비존재의 미세존재부터 가늠할 수 없는 크기를 지닌 생물까지, 지상부터 지하까지, 무술의 달인부터 최고의 석학까지, 감정을 초월한 존재부터, 날씨 때문에 변하는 존재까지...

사실 뭔가 설명을 하고, 평을 하기에는 내가 부족하다.
그저 재미있고, 놀랍고, 가끔은 뜨악하며, 웃음을 빠뜨릴 수 없는
황당무계하지만 더없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난장판!

그 동안 봐 왔던 판타지 작품들이나 SF 작품들이 결국에는 지구와 인간을 의인화하는 데서 오는 무언가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답답했는데, 이 작품은 그러한 굴레에서 최대한 벗어나 있어서 속시원하다. 그리고 캐릭터들마다 갖고 있는 재미난 역사, 어느 순간엔가 모아지는 그들의 이야기, 통쾌한 블랙유머(?), 이 모두를 언급해도 지나치지 않다.

잠시 다른 작품 두어 개를 읽고, 발터 뫼르스가 만든 차모니아 세계의 또 다른 이야기인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을 날을 기다려야겠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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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낮은산 작은숲 7
공진하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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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재현이도, 비장애인 다현이도 모두가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재현이는 '벽이'라는 대화 상대를 만들고, 전동 휠체어를 통해 자신이 다닐 수 있는 세상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

또한 장애를 가진 쌍둥이 재현이에 비해 축복을 받은 것 같은 다현이지만, 이 아이 역시 어찌 아픔이 없으랴. 오히려, 자신이 멀쩡한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도 있으리라.
재현이가 혹시라도 맘 상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어머니, 모든 식구들...

결국 이 가족이 택하는 것은 장애를 장애로 그대로 인정하는 것!
재현이가 다 나으면 그때 가족 사진을 새로 찍는 것이 아니라, 아프면 아픈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그 상태의 기록을 가족 사진으로 남기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 <GO>에서 주인공이 얘기하듯, 도대체 이름이 뭐가 중요하며, 국적이 뭐가 중요한가! 마찬가지로, 장애/비장애의 구분 역시 가름을 통해 편리성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속성에 불과하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 좀 못나 보이는 얼굴을 한 사람을 봤다. 그러면서 속으로 나와 우리 처,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그나마 이상하게 생기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은근히 말이다. 겉으로는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지 말자, 잘난 얼굴 못난 얼굴이 어디 있냐 하면서도, 내심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감사함이야말로, 이미 내 안에 가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아마도 어려서부터 길러온 인식의 태도 때문이리라. 쉽게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은 감사하며 살고, 점차 다름을 다름으로만 인식하는 법,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차차 배워야 할 것이다. 참 힘든 일이겠지만... 반드시 해야 할 몫이리라.

조금이라도 다르게 보고 서열을 매겼던 사람들, 사물들, 생명들,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저 다름은 다름일 뿐이다.

고마운 벽이, 재현이, 다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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