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2disc)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 / 대원DVD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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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묘한 영화일세.
다분히 지브리 스튜디오다운 영화처럼 시작하더니
종이 만화스러운 개그를 선보이고(이 너구리들이 생짜 너구리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중에는 다양한 단계가 존재하는데, 아주 기분이 좋을 때 보여지는 너구리들의 모습은, 얼핏 성의없이 그린 듯하지만, 더할 수 없는 그들의 기쁨을 표현하는 적절한 형상화로도 보여진다. ㅋㅋㅋ), 한편으로는 비장미를 내뿜기도 하고, 따뜻한 감성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애니가 흥미로운 건, 더도 덜도 말고, 1917년 러시아혁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이들의 투쟁에 대한 묘사가 아닐 수 없다.
작가는, 과연 어떠한 혁명 방식이 옳은 것인지, 지금 역시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역시 솔직하게도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는 답을 내리는 듯하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회귀의 모습이 꼭 패배의 모습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이 애니의 미덕은 그 무엇도 강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데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살고 있다는 현실 직시다. 쉽사리 패배주의를 말하지는 말자.

문득 문득 과거로의 회귀, 자연의 소중함, 우리가 모르는 세계 등의 묘사에서는 <고양이의 보은>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역시나 <고양이의 보은>이 짧지만 담백한 맛이 있었다면, 이 작품은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과거에는 이래서 좋았다, 라거나, 자연만이 소중하다, 라거나 주장하지 않고, '그럴 수 있다'라는, 그리하여 나 아닌 남(아주 포괄적인 개념으로)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다분히 변사스러운 내레이션은 이 애니를 맛깔스럽게 만들고, 아주 촌스러운 표현부터 서정적으로 아름다운 표현까지, 그리고 개그스러운 활극까지 다양한 색깔의 그림과 움직임을 보여 주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음악, 효과음, 대사, 그림 모두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다분히 지브리스럽지 않은, 그러나 다분히 일본적인, 하지만 다분히 코스모폴리탄적인, 별 다섯 개 쉽게 줄 수 있는 애니라고 생각한다.

성찰이 있는 치기는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서 요즘의 영화들은, 물론 재미있지만, 이러한 애니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한다.

즐거운 2시간이었다.

근데 난 아직 <반딧불의 묘>도 안 봤군, ㅋㅋㅋ! 개봉할 때까지 기다릴까? 아님 다운을 받을까? 좀 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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