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타짜 SE (2disc) - 아웃케이스 있음
최동훈 감독, 김혜수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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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 이후 <타짜>
솔직히 재미는 있겠지만, 너무 안일하고 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다들 <말아톤> <헤드윅> <지킬과 하이드>로 한껏 치켜세우고 있는 조승우.
사실 그 가운데 어떤 것도 보지 못하고, 오히려 다양한 인터뷰 기사를 통해
잘난 척한다고 보일 수는 있지만, 나이보다 성숙하고 연기관이 있는 배우로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인 박신양을 능가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백윤식과 유해진까지.

결론은?
<범죄의 재구성>이 잘 짜여진 영미권 추리소설을 읽을 때의 쾌감, 1000피스짜리의 퍼즐 같다고 한다면
<타짜>는 미미 여사의 추리소설을 읽을 때의 눅눅함, 500피스짜리의 퍼즐 같다.

욕망과 욕망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장르영화 안에서 풀어 가는 솜씨는 더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그 솜씨가 살아 있는 인물들로 재현되지 않았다면 조금은 밋밋했으리라.
조승우, 담배 피는 장면 하나로도 오버하지 않으면서 '욕망의 실체'를 잘 보여 준 연기라 생각된다.
백윤식을 길게 끌지 않고, 김윤석을 크레센도도 간간히 짚어 넣으며
유해진을 웃음과 리얼리티로 버무린 인물간의 조화는 영화를 살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물론, 김혜수의 연기가 그 어떤 영화보다 훌륭했음은 인정하지만
정마담 자체는 그닥 새롭거나 깊이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스테레오타입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최근 일본 추리소설에서 미미여사가 이룬 성취만큼이나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장르 영화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잘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시간 내서 다시 봐도 좋을 만큼, 숨겨진 것들이 많은 영화라 생각된다.
<범죄의 재구성>은 빌려 봤는데, 사 놔야겠군.
두 편 연달아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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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무간도 1 [dts]
유위강 감독, 유덕화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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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 벼르고 별렀다.
1편을 보고, 다시 1, 2편을 보고, 그리고 다시 1, 2, 3편을 보고.
그렇게 세 편을 내리 본 지도 세 달이 넘어가는 이 때.
몰아치기 포스팅의 첫 선수로 <무간도>가 등장했다.

참 이상하다. 이 네 남자의 표정을 보자니
굳이 내가 무엇을 주절거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
3편을 내리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던 <대부> 트릴로지와의 연관성(특히 2편).
가히 몽환적인 파국 드라마의 정점이랄 수 있는 3편.

그런 생각이 든다.
왜 외로운 것일까?
무엇이 삶을 덧없게 만드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미치도록 싸우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어느 순간 외롭고 덧없어지는 것일까?
이 영화는 제목처럼 '욕망'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네 남자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니
그렇게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 어떤 불일치 때문이리라 생각이 드는데
정확하게 끄집어내기는 힘들다.
바라는 것과 바래야 하는 것, 혹은 궁극으로 원하는 것, 지금의 나
이러한 모든 불일치는
위의 사진처럼 인물의 주변에 묘한 공백을 남기고
이 남자들은 자기만의 느낌으로 그 공백에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증지위,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인생, 다 그렇지...'
황추생, '어쩌다 우리는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일까'
유덕화,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이제부터라도 다시 살고 싶다고...'
그리고 양조위, '......'

어쩌면 내 남자 모두
그저 사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랬다면, 그렇게 정상적인 체온의 사랑이 오래도록 식지 않아
주름이 진 얼굴로 저 공백에 이야기를 한다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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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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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이토록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이토록 명확하게 묘사를 하고
이토록 딜레마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니.

책을 주문하였더니
두 권이 배달되었다.
한 권은 국판변형, 한 권은 미니북.
처음에는 '뭐야?' 했다가
속을 들춰 보니, 나름 글자도 읽을 만하고
그림이나 폰트 모든 게 본권과 같아서
슬슬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으면 재밌겠다 싶어서 시도해 봤다.
결론은?
역시 책은 작게 만드는 게 좋다.
물론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책일 경우에 말이다.
그리고 가뜩이나 어려운 인문, 자연과학 책 말고
그냥 쉽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물건일 경우에.

바람의 도시, 야시 라는 두 편의 중편을 수록하고 있는 이 책은
요즘 일본소설 중 한 무리를 형성하고 있는 '환상 소설' 혹은 호러 판타지 류에 속한다.
서구의 판타지가 조금씩 조금씩 완전 신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기에
처음에는 힘들게 읽히지만 읽다 보면 쑥 빠져들게 되는 것과 달리
일본의 환상 소설은 약간 빗겨나가, 그저 다른 세계로 들어가기에
그리고 거기서 요괴나 다른 존재를 만나기에
부담없고 동양의 정서와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다.

많이 읽어 보지 않아 비교해 볼 수는 없지만
죽은 친구를 살리려는 <바람의 도시>와 동생과 맞바꾼 생명을 다시 찾으려는 <야시>는
어떻게 보면 원형적인 비극, 딜레마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쉽고 간결하게 읽힌다.

좋다!

유명한 온다 리쿠의 책도 한 권 주문했다.
읽어 보면 뭔가 그 세계의 실체가 밝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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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보이 특별확장판 디렉터스컷 (3disc) - 할인행사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 론 펄만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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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물인줄 알았지만 결국
어드벤처, 악령, 돌연변이 등이 짬뽕된 묵직한 묵시록이었다.
무엇보다 기예르모 델 토로와 그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론 펄만이 합쳤으니
처절함, 안스러움을 자아내면서도 반항기 느껴지는 론 펄만의 모습
판타지임에도 왠지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 구조와 화면은
역시 기예르모 델 토로! 라고 외치게 만든다.

물론 슈퍼 히어로물이 싫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너무 뻔한 히어로물들의 범람 속에서
헬보이는 독특한 색깔을 보여 준다.
악마로 태어났지만 이 세계에 남아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헬보이
물고기처럼 태어나 독특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 사피엔(약간 게이 같은 느낌이 난다.)
자신의 불 같은 능력에 방황하는 리즈
영화는 이들의 고뇌만 암울하게 담아내지 않고
록커의 정신을 소유한 헬보이의 좌충우돌과
리즈와 요원이 데이트를 하는 것 아닌지 염탐하고 질투하고 삐치는 모습 등
아기자기한 재미까지 보여 준다.

헬보이를 악마로 다시 태어나게 하려는
오래된 주술 집단의 노력, 마지막 대결은 약간 식상하지만
그 끝까지 가는 어드벤처는
오랜만에 맛보는 모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크로노스의 고딕적인 기괴함
미믹의 숨막히는 추격전
그리고 이제 판의 미로만 남았다.
디비디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확 질러 버릴까?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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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이중생활 SE (초회한정 OST + 해설집 포함) - 디지팩, 2DVD+1CD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 이렌느 야곱 외 출연 / AltoDVD (알토미디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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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된 이름이다.
크쥐스토프 키예슬롭스키.
뭐 어떻게 발음해도 상관없다.
남의 나라 말이니까.

<이본느의 향기>와 더불어 에로 영화로 오해받은 대표작 가운데 하나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키예슬롭스키의 명성 덕분인지
아무리 제목을 은근슬쩍 지어도 나름 매니아를 많이 갖고 있는 듯하다.
오래전 비디오 감상 뒤 아마도 십 년도 더 넘은 지금 다시 보게 되었다.

아, 감동!
세피아톤의 화면과
찢어질 듯 울려퍼지는 성악곡들
비를 맞으며 노래를 부르는 이렌느 야곱의 얼굴
그리고
결코 요즘의 S라인 몸매가 아닌
약간 볼록 튀어나온 배
도톰한 다리
하지만 그 나신은
그 어떤 말라깽이 모델보다 아름답다.

도플갱어, 라는 유명한 모티브를
존재의 차원에서
그리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죽었으니
나는 어찌 살아야 할까
라는 윤리, 실천 철학의 차원에서
깊고 그윽하게 다루고 있는 영화

거장은 괜히 붙여지는 이름이 아니다.
결코 어렵지 않지만
아름답게 혼미하게 벅차게
눈과 귀를 통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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