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들이 자신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단순히 처벌만 받는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그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자신의 범죄를 정확히 인지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죄과 반성을 하며 다시는 그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게 끔 만드는 것이 최종적 목적이자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고 싶어하는 부분 역시 이런 맥락이다.
이제껏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무섭고,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잠재적 범죄자였다. 그래서 피해야 할, 숨겨야 할 것으로 치부되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끔직한 범죄로 발전되는 것도 지켜봐왔다. 최근에는 조현병,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차차 바뀌고 보다 적극적인 치료의 움직이도 보이긴 하지만 솔직히 아직 나만해도 정신질환자라고 하면 무서운 생각부터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며 마음이 아픈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듯한 요즘, 나는 우리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고 약을 챙겨먹듯 마음이, 정신이 아픈 사람 역시 치료하고 약을 먹어야 하며 그건 전혀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나 역시 우울증에 아파했고 간혹 주체 못할 분노에 이성적 대처가 안 될 때가 있다. 누구나 이런 일을 겪을 수 있고 그 정도의 차이가 심하냐 아니냐의 차이라 생각한다.
최근 다양한 범죄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연출가나 작가들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나 관점이 훌륭해 감동받은 적이 있다. 물론 시청률도 중요하겠지만, 연출의도가 단순히 자극적인 사건에 대한 구성이 아닌 그 속에 숨겨진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것들, 잊지말아야 할 것들을 잘 담아내주어 '아, 방송이 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구나'하고 느꼈다. 프로파일러나 범죄심리학 교수님들도 과거 사건을 되짚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계신데, 그들 역시 그들 자리에서 더 이상 그와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한 방송에서 출연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뉴스에서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라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정말 소름돋도록 감동적인 말이었다.
우리 사회에 잔혹한 범죄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최소한 이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이 치료감호소에서 적절한 치료와 처벌을 받고 나와 사회에 건강하게 복귀하기를, 더이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