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기력의 비밀 - 잠자는 거인, 무기력한 아이들을 깨우는 마음의 심폐소생술!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스스로가 무기력감이 심하기 때문에 이 책은 카운셀링을 받는 기분으로 순식간에 읽었다. 절반 이상이 무기력의 원인과 현상을 사례와 함께 서술되고 있었고, 그런 실제 이야기를 읽는 것조차 괴로웠기에 스스로 무기력에 얼마나 몰려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무기력'이라는 말을 뜯어 보면 기력이 없다 혹은 에너지가 없다는 것인데, 이는 인간 본연의 생명을 위협할 만한 상태를 넘나들고 있다는 개념을 이미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 허나 우리 언어의 습관상 불성실과 무성의의 부정적인 용례가 많아 '무기력'의 초기 진단부터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사실 무기력은 궁지에 몰린 스스로의 생명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한 궁여지책이 된다.
하지만 무기력을 학습하는 장소에서의 권위자는 '무기력'의 의미와 원인을 가볍게 여기기 쉽고, 때로는 이를 조장하여 자신의 권위를 세우는 수단과 소수의 엘리트를 유지하는 계급간 벽으로 활용한다. 학교에 들어오는 순간 대다수의 아이들은 좌절감을 느끼며 출발한다. 글자를 익히고, 사칙연산을 기계화하며, 선생님의 지시를 이행하면서 순간순간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신의 무능력을 깨닫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다. 선생님은 이 과정을 무지무능한 상태를 개선하는 과정이고, 이것이 가르치는 것의 요체라고 진심으로 믿을지 모른다. 처음 입학할 때 모두가 가졌던 의지는 사그라들고, 남들을 따라잡도록 필요한 노력의 크기는 이미 나의 능력을 넘어섰다. 속수무책으로 뒤떨어지며 아이들은 비교를 하며 자아개념을 축소하고 그렇게 다수가 무기력감을 학습하게 된다. 따라서 무기력과 인간의 존엄성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후반부의 교사, 부모로서 대처 방안을 소개한 것에 둘 수 있겠다. 혹자는 결국 칭찬인가 용두사미의 조언 아닌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무기력에 빠진 인간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자신의 소용과 사회적인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힘들었던 점 또 하나는 모든것이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땅에 인간이 단 한 명만 산다면 무기력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기력은 사회의 산물이다.
현재처럼 사회의 양극화가 극심화되는 상황에서도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고 할 때, 하층계층을 담당해야만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처지를 납득하고 불합리를 견디며 삶을 연명하려면 무엇이 그들을 버티게 하겠는가. 또한 그들이 버티도록 만들기 위해서 어떤 움직임이 있겠는가. 필연적이든 유도된 방향이든 우라 사회 전반을 잠식한 무기력은 애초에 인간이 왜 살아가는가의 철학을 잊게 하고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헬조선 대한민국의 제도적, 정책적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공론화해야 할 본질이라 믿고, 정말 해결할 것은 찌든 개인의 상처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저자의 다음 책이 더 기대된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