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의 시대
이진우 지음 / 다산스마트에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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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2~3년쯤 모 연구회에서 크롬북을 공격적으로 프로모션하던 때가 떠올랐다. 물론 현직교사들이기에 수업 방법에 대한 공유 차원에서야 있을 법한 연수였지만, 당연히 크롬북이 아니더라도 스마트기기가 있다면 모두 가능한 수업들이었기에 그때 교사들은 연수 강사라기보다 크롬북 판매원같아, 그 행보가 입맛이 썼다.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이 책 역시 교육은 시늉이고 그 서술에는 알맹이가 없이, 실은 학교 내의 무주공산을 노리고 있는 이권자의 사업계획이 담긴 야망덩어리와 같았다. 교사로서 굳이 교육에 입을 되는 외부 분야의 저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 하나뿐이다. 그러나 이런 책들은 인구에 닳도록 회자된 통계에 대한 일반론과 술자리에 오를 법한 푸념을 섞은 인상 평가로 한국의 공교육이 모든 기울어진 국운을 초래했고, 교사들은 늘 변화를 두려워하고 배우기를 주저하는 무능하다며, 자신과 같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읍소한다.  

과연 이 책을 읽을 예상독자가 누구라고 생각하고 이런 책을 쓰는 걸까. 저자는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수준이 낮고, 이는 교사의 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정보화기기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무서워 하는  교사가 무엇을 하겠냐’는데, 현장에서 정보화교육과 관련하여 곤란한 것은 소위 기기가 문제가 아니다. 실상 학교에서 교사에게는 수업에 필요한 기기도 제공하지 않고, 프로그램 사용료도 내 주지 않고, 특정 사이트 아니면 예산 기안도 못 올리게 하는 꽉막힌 탁상행정과 교육을 가장 등한시하는 인기 영합에 목매는 관리자들이 버티는 현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가정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학교에서 전부 배우라’는 것인가. 학생의 교육에 결정적인 책임과 영향력은 가정에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공기계를 모두 끌어 모아 교실에 배치해서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충전기 하나까지도, 각종 프로그램도 사비로 사서 학생들과 수업을 해 왔던 입장에서 작가의 교육에 대해 척하는 모든 서술이 너무 괘씸하다. 지금도 교사에게 충분한 클라우드 제공도 안 해서 개인적으로 결제해서 쓰고 있는데, 어떻게 ‘학생들 결과물이 그렇게도 유의미한 데이터이므로 보관’해 주라는 건지. 애초에 교육에 한 발 얹으려는 사람들은 늘 태도가 교조적이고, 선생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책을 쓴다. 이 책의 독자가 누구일지 고려하여 글을 쓰는 것은 3학년 아이들도 학교에서 배우는데, 이런 것이 ‘에듀’이다. ‘테크’는 얼마든지 활용가능하고, 주된 문제가 아니다.

특히 기계 사용의 신기함에 일시적 학습 흥미가 고양된다는 주장은 정말 초기의 교육 현장에서나 잠시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그때는 ‘ICT 교육’이라는 용어가 유행이었던가. 공부는 원래 재미있지 않다. 조선 최고의 공부쟁이 이황도 공부의 괴로움에 몸서리치는 글을 썼다. 재미있는 기기와 매체 앞에서도 학생들은 학습 무기력을 여전히 겪는다. 이는 시대가 바뀌어도 불가피한 현상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학습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도록 도울 뿐이다. 

굳이 교육과 관련하여 외부 전문가의 소견을 바라는 것은 테크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에듀 쪽이다. 예를 들어 최근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무서울 발전 속도로 학교에서 과제 및 평가의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지일 것이다. 벌써 발빠른 교사들은 이미 수업 내용에서 인공지능을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표절 및 허용 범위 판단 및 파생하여 불거지는 생활지도와 관련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교육에 대해 논하면서, 테크에 방점을 찍어 제목을 짓는 작가. 학교를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학교에서 새는 세금과 넘치는 기회를 잡아 한몫하려는 잡상인들이 가득 꼬이기 때문이다. 예수가 예배당에서 장사치를 쫓아냈다는 장면은 우리네 학교에서도 필요한 모습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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