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을 밖에 찍지 말고 안에 찍어.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별을 만들어낼 수 있어. 강판권을 봐, 언젠가 기회가 온다니까. 그러니 본질적인 것을 열심히 쌓아둬."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다 본질이냐? 고스톱이나 애니팡 같은 게임을 진짜 잘하는데 그럼 이게 내 본질일까?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것이냐 아니냐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치는 고스톱이, 애니팡이 당장의 내 스트레스는 풀어주겠지만 5년후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본질은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나한테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합니다. - P60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에르메스(HERMES)라는 브랜드의 지면 광고입니다.(중략) 모든 것은 변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 P47
강의 첫머리에 보여드린 피카소의 연작을 다시 한번 보시죠. 이 작품을 그리면서 피카소가 했던 일은 아이디어를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것이었습니다. 빼고 또 빼서 본질만 남기는 것이었죠. 이 작업을 많은 예술가들이 합니다. 코코 샤넬도 디자인한 옷에 온갖 액세서리를 붙인 후에 필요한 것만 남을 때까지 뺐다고 합니다. 완당 김정희 또한 비슷한과정을 거쳐요. "속기를 빼고 골기만 남겨라." 속기는 예쁘게 보이려는마음이고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골기라는 겁니다. 앙리 마티스도 마찬가지였죠. (The Back)이라는 부조 연작을 보면 사물의 핵심을 잡으려는 노력이 그대로 보입니다. 예술은 궁극의 경지에서 단순해지고 명료해진다는 것을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에서 곽재구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 P64
"리즈디(The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의 처음 수업이 사진이었어요, 기초 사진 강의로 첫 수업을 시작할 줄 알았는데 종이와 크레용을 나눠주면서 두 명씩 짝을 지어 뭘 하는 재주껏 커뮤니케이션을 하라는 거예요. 단,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조건으로요. 제 짝은 화가 나서 종이를 바닥에 놓고 밟는 퍼포먼스를 했고 저는 구멍을 뚫은 뒤 뒷장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진 수업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죠. 나중에 선생님 말씀이 우리는 시각언어로 사람들과 소통하는사람들이라서 그렇게 했다는 거예요. 그런 수업이 뇌를 말랑말랑하게 마사지해준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수업을 할 때는 조교가 출석체크를 한 뒤 선생님이 와서 학생들의 그림을 보고 "여기 좀 지워봐, 눌러봐, 살려봐"라고 하면 "네, 선생님" 하면서 하라는 대로 하고 검토를 받는 식이었죠. 결국 창의적인 사람을 만드는 건 교육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경향신문, 집 속의 집에 왜 스티브 잡스가 떠오를까 (2012. 06.01 한윤정 기자) 중에서 결국 그는 미국 교육은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 면 한국 교육은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했습니다. 바깥에 기준점을 세워놓고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에 있는 고유의 무엇을 끌어내는 교육을 이야기한 것이죠. 제가 뉴욕에서 공부할 때 느낀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집어 넣으려 하지 않고 뽑아내려고 애썼습니다. 서른여섯에 사회생활을 하던 아저씨가 책상에 앉아 처음으로 디자인을배우는데 주뼛댈 틈도 없이 교수의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해온 숙제를 벽에 쭉 붙여놓고 좋은 점을 끊임없이(중략) 왜 좋았는지 제출한 작품에 대해 해석해 주고 자세히 설명을 해 줬습니다. - P26
제가 어디에선가 강연을 하고 나오는 길에 젊은 친구가 씩씩하게 다가오더니 주니어보드에 지원했다며 인사를 하더군요. 그러고는 아주 당당하게 "TBWA에서는 어떤 사람을 원합니까?" 이렇게 물어요.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TBWA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묻지 말고, 네가 가지고 있는 걸 보여달라"고요. 바깥이 아니라 안에 점을 찍으라는 이야기였죠. 만약 저라면 주니어보드가 되기 위해 작년 시험 문제에서 방향을 찾지 않을 거예요. 제가 가진 걸 보여주고, 주목을 받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사회는 점점 이런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요. 그래야만 하고요. 그렇게 변하는데 우리들의 한발 한발이 다 기여할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 바깥이 아닌 안에 점을 찍고 나의 자존을 먼저 세우세요. 자신 없다는분도 있을 겁니다. 과연 내가 자존을 이야기하고 내 주장을 펼칠 만큼대단한 사람인가 불안해지겠죠. 저도 그러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힘이 세고 단단한 사람들입니다.
내 마음속의 점들을 연결하면 별이 된다. - P28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생마다 기회는 달라요. 왜냐하면 내가 어디에 태어날지,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도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 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인생에 정석과 같은 교과서는 없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강판권 씨를 보세요. 자기 자존을 놓지 않고,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봤어요. 그리고 그걸 놓치지 않았죠. 자신의별을 만들었어요. 그가 지난한 삶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유일한 힘은 자존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답이 나오죠. 나는 관심도 없고 잘 하지도 못하는데 남들이 다하니까 기준점을 그쪽에 찍어놓고 산다면 절대로 답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이순신은 물살의 방향을 보고 그것을 이용해 한산대첩에서 승리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이순신의 물살이 나타날까요? 인생은 똑같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모든 인생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이에요. - P33
공짜는 없어요. 하지만 어떤 인생이든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러니 이들처럼 내가 가진 것을 들여다보고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준비해야 하죠. 내가 뭘 봐야 하는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과연 강판권의 농업과 나무가 나에게는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나만 가질 수 있는 무기 하나쯤 마련해놓는 것, 거기서 인생의 승부가 갈리는 겁니다.
Be Yourself! - P34
땅끝마을 해남에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절이 하나 있습니다. 대흥사입니다. 그 절의 북원 출입문으로 대웅선 맞은편에 자리한 침계루(林溪樓)의 기둥들은 기둥뿌리의 지름을 기둥머리의 지름보다 크게 만드는 민흘림 기법을 쓰지 않고 휘면 휜 대로 나뭇가지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각각의 모습을 살려서 지었습니다. 직접 가서 보면 정말 멋집니다. 나무 그대로의 모습으로 1500년의 세월을 지낸 기둥을 보고 있자면 여러 생각이 겹칩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이 나무 기둥과 같은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깎고 다듬어져 전부 똑같은 모양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닌, 생긴 모습 그대로 각자의 삶을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 P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