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성 교육의 핵심은 먼저 아이를 미덕을 내면에 품은 존재로 바라보고, 그리하여 아이가 자신의 이미 빛나는 미덕을 알고 자랑스레 여기며 동시에 아직 부족한 점 또한 새로운 발전 가능성으로 여길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본다. 아이들은 결과나 성공만이 아닌 과정과 노력, 시도 등 잘 드러나지 않는 가치를 가슴 깊이 중시하게 되며 스스로에 대한 평가 역시 더 솔직하면서도 관대해졌다. 점점 남과 자기자신 모두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갔다. - P74
우리 뇌는 위험을 느끼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편도체라는 영역을 가동한다. 여기서 자동적이라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즉각적으로 이루어짐을 말한다. 위험하다고 느끼는 순간 편도체는 두려움이라는 전류를 논리적,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전두엽에게 흘려보내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적절한 두려움은 길에서 안전하게 차를 피해 건너게 하고, 가스를 잘 잠그게 한다. 편도체와 전두엽은 위협으로부터 주인을 살리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길을 가는데 뱀이 나타나면 편도체는 그 위험을 1,000분의 1초 만에 감지해 비상 신호를 보낸다. 전두엽이 이를 받아들이면 몸은 도망기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데 사실 뱀 같은 건 없었다. 그건 버려진 호스였다. 이처럼 편도체는 자세히 해석하기보다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을 우선적으로 촉발한다. 편도체가 실제보다 상황이 과도하게 위험하다 해석해 과잉 반응하는 경우를 ‘편도체 납치‘라 말한다. 이때 편도체는 뇌의 주도권을 가져가, 우리는 실제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나친 방어를 하게 된다. 뇌를 비행기라 보면 유능한 조종사인 전두엽이 조종간을 편도체에 빼앗긴 셈이다. 편도체 납치를 일으키는 과도한 두려움은 고장 난 화재경보기와 같다. 화재가 아니라 일상적인 연기에도 반응해 주인을 일단 뛰쳐나가게 만든다. - P82
이 과도한 방어를 하다 보면 정작 의도한 일,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살 수 있다. 스리니바산 S. 필레이 (Srinivasan S. Pilay) 박사는 책 「두려움」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 두려움의 우리에 같히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 사실을 깨달을 때 삶의 방향 또한 달라진다. 계속 원하지도 않고, 의도하지도 않은 삶에 시간을 쓰는 일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인 동기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전두엽, 즉 의식적인 의도가 충돌할 때 우리가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 동기인 편도체의 두려움이 삶을 주도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임상심리학자 루이스 코졸리노는 저서 「애착 교실」에서 기억과 감정, 공포를 관장하는 뇌의 영역인 편도체는 아기가 태어나기 약 한 달전에 만들어지고, 그것을 통제하는 시스템은 몇 년에 걸쳐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도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두려움이 와도 그것을 조절, 통제할 수 없기에 부모가 달려와 도와주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유아기에 부모가 준 보살핌은 편도체의 신경회로의 형성에 기여한다. 만약 부모로부터 안정적인 보살핌을 받지 못해 애착 관계가 불안정하면 편도체도 적절히발달하지 못해 조절도 어렵다. 즉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순간에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 P83
문제는 편도체는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자동으로 두려움의 전류를 뇌에 끊임없이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주변에 감동적인 일이 벌어지고 아름다운 것이 펼쳐져도 그 자극은 뇌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뇌는위험 상황에 집중해 빨리 해결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삶에서는 좋은 일과 괴로운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러나 행복한 일이 아무리 많아도 작은 불행 한 가지가 모든 에너지를 잡아먹을 수 있다. 사람은 단 하나의 두려움으로 수많은 행복한 순간, 수많은 긍정적인 경험들을 놓치고 만다. 표면적으로는 행복의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인데 걱정, 불안이 많은 사람을 보자. 그 사람을 보는 주변 사람은 그런 삶의 태도를 이해할수 없을 것이다. 한편 늘 노심초사해야 할 것 같은데 평안한 사람도 있다. 이것은 부정적인 뇌의 자극, 위험을 느끼는 민감성의 차이 때문이다. 두려움에 집중하는 사람의 편도체는 더 자주 활성화될 것이고더 민감해질 것이다. 민감해진 뇌는 두려워할 거리들을 더욱 많이 찾아낸다. 만약 안전한 상황이 오더라도 편도체는 바로 이완되지 않고 관성의 법칙을 발휘해 한동안 뇌 안에서 긍정적 사건들의 해석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봉지의 반이 찼다.‘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봉지의 반이 비었다.‘라고 한다. 이처럼 과도하게 활성화된편도체는 우리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며, 결국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도미노처럼 삶을 흔들 수 있다. - P90
깊은 곳에 불안과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불안과 두려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편도체의 민감성을 부채질할 수 있다. 두려움이 주도권을 가지면 이성적 판단을 내리는 대신 작은 위험 요소를 확대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편도체가 두려움을 지속적으로 불러오니 부모는 두려움을 해소하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그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유난히 학원에 많이 다니는 아이의 양육자는 열정, 사랑이 많다기보다 유난히 두려움이 많을수 있다. 특히 양육자 본인이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을 무의식에 더 많이 저장하고 있다면 이 양육자는 아이의 성취도나 태도를 쉽게 남과 비교해 실망하고 나아가 과도한 편도체 반응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쉽게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그 감정을 당장 해소하고픈 욕구로 아이를 여러 곳의 학원에 보내고 아이의 내면의 욕구에는 둔감한 것이다. 이때 양육자의 두려움은 뇌 전체를 까맣게 물들인다. 두려움이 일단 전두엽에 도달하면 뇌는 다른 긍정 반응, 해석을 중단하고 두려움의 해석을 시작한다. - P94
두려움을 선택하면 나를 방어하는 데 에너지를 모두 쓴다. 심리학자 곽윤정 교수는 저서 「아들의 뇌」에서 뇌를 생명 · 감정 · 이성의 1, 2, 3층으로 구분해 말한다. 1층은 생존의 뇌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파충류의 뇌다. 뇌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뇌간에서 생존, 생식 등 본능적 부분을 관장한다. 2층은 감정의 뇌로 ‘기억과 감정‘을 다루는 포유류의 뇌로, 변연계라고 불린다. 변연계는 편도체, 해마, 시상하부로 나뉜다. 공포와 분노를 담당하는 편도체,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 호르몬을 관장하는 시상하부다. 변연계가 적당히 활성화되면 공감능력이 탁월해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두려움 자극에 과민해져 부정적 사고가 자동화된다. 겁부터 내고,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습관이 든다는 뜻이다. 해마에는 장기 기억이 저장되는데 감정과 사실을 같이저장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게 하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뇌다. 변연계가 손상된 엄마는 사랑이나 유대감을 느끼지 못해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 3층은 이성의 뇌로 ‘학습과 창조‘를 담당하는 인간의 뇌다. 전두엽이 활동하며 논리, 판단, 메타인지, 왓칭 등에 관여한다. - P98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아이들의 가장 큰 거울이 되는 주는 교실 환경일 뿐이다. 아이들의 변화는 오직 자신이 선택할 때만 가능하다. 내가 아이와 따뜻하게 마음이 연결되었을 때, 아이는 좋은 선택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좋은 행동의거울이 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교실 환경이다. 나에게서 나오는 존중으로 아이는 존중을 배우고, 나에게서 시작되는 배려로 아이는 배려를 배울 것이다. _권영애,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 - P101
매일매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려움 시스템에 반응하는 삶이란 어떨까. 필레이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편도체의 지시에 따라 사소한 행동에도 멈추기, 싸우기, 도망치기 중 하나로 반응하기에 아드레날린, 코르티졸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된다. 당연히 늘 피곤하다. 마치 실수로 자동차 라이트를 켜놓은 것과 같다. 계속 깨닫지 못하면 조만간 배터리가 나가고, 자동차는 오도 가도 못한다. (스리니바산 S. 필레이, 《두려움》) 스트레스가 끊임없을 때 편도체는 과잉 반응으로 우리 에니지를 빨아먹고 우리는 쉽게 지친다. 두려움 시스템 속에서 살 때 내 에너지의 99퍼센트를 살아 있기 위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쓸 수밖에 없다. 그럼 나머지 1퍼센트를 가지고 나도 돌보고, 관계도 맺고, 가정생활도 해야 한다. 1퍼센트 에너지로 사는 삶은 당연히 지치고 힘들다. 왜 힘든지도 모르면서 매일 힘들게 살아간다. 두려움은 삶의 에너지 도둑이다. 한 사람의 삶에 수시로 불을 내고 그 사람이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속에서 오로지 그 불을 끄기 위해서만 살게 만든다. 아무나 들어와 내 소중한 에너지를 도둑질해 가지 않도록 에너지 문단속이 필요하다. 내 에너지 99퍼센트를 나를 위해 쓰도록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 에너지 주인이 나인지, 편도체인지 매일 들여다봐야 한다. - P107
먼저 삶의 모든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 믿음은 처음에는 희미하지만 용기를 통해 구체화된다. 가장 힘든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을 때, 나는 비로소 내 삶을 주도할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믿게 된다. 오직 두려움에만 집착하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또 다른 가능성이 보이고 측은지심, 연민, 역지사지같은 다른 감정들 또한 느껴진다.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두려움 에너지에서 사랑 에너지로 전환되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하게느껴지고, 편도체가 아닌 전전두피질이 자동 반응하는 시스템으로 변한다. 전전두엽의 일부인 전전두피질은 자기를 인식하고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하며 기계적으로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능력에 관여한다. 전전두피질로 반응할 때 사람은 같은 문제에도 더 이상 사냥당하는 동물처럼 두려움에 쫓겨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멈추어 서서 용기를 내고 고민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해야 사람들은 공감할 수도, 연민할 수도 있으며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전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 P113
이 실험은 마음과 면역이 조건반응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마음, 신경, 면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정신신경면역학(psychaneuroimmunology)이 새로운 과학으로 대두되었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신체적인 위해를 입지 않아도 스트레스 상황 자체가 우리 몸의 뇌파뿐 아니라 신경계, 면역계의 호르몬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병이 된다. 부정적인 언어는 하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두려움, 긴장, 그리고 피로감을 강화한다. 물리적인 폭력이 없어도 유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 뇌는 아주 작은 일에도 구토제를 먹은 듯 반응하지 않을까? 더 흥분하고, 더 많이 비난하고, 더 빨리 뇌파가 출렁거리면서 신경계와 면역계가 제 기능을 잃을수 있다. 두려움이 학습되고 시스템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 P120
(너에게는 경청의 미덕이 있어) 귀띔하고 안내한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분노 없이 "알았어, 절도", "알있어, 경청." 하는 것이다. 그래서 떠들지 마.‘라는 말은 교실에 없다. 이제는 떠드는 아이를 볼 때 "연수야, 어디 보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아이가 잠시 집중하는 순간을 포착해 "연수야, 경청해줘서 고마워."라고 얘기한다. 그 아이의 반응 차이는 즉각적이다. 눈빛이 달라진다. 곧 "연수야, 지금 선생님에게 집중해주니까 선생님이 굉장히 존중감을 느껴. 고마워."라고 더 가슴을 뜨겁게 데운다. 화를 내실 줄 알았는데, 창피를 당할 줄 일았는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아이는 놀란다. 가슴에서 분명 뜨거움이 오감으로 반응하는 그 미묘한 에너지 차이가내 가슴까지 울린다. 재작년 3월 아이들 중에 신만하다고 소문난 연수를 만났을 때 나는 이 방법으로 2주 만에 그 아이를 다른 아이로 바꾸어놓았다. 바로 나에게 집중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미덕의 힘에 놀랐고, 감동했다. 집에 갈 때마나 기쁘고 감동한 마음을 아이 귀에 속속여주었다. 아이 무의식에 가슴이 뛰는 경험을 저장시켰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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