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고려할 때, 소위 ‘어린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고민일 때가 있다. 조금 변명을 하자면, 아마도 언어를 자유자재로 드리블하는 작가의 글재간이나, 스스로의 미지의 암흑을 밝히는 서광과 같은 작가의 식견을 흠모하는 개인적인 독서 취향이 원인이 될 수도 있겠으나,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는 개념에 쉽게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같은 맥락에서 연령별 구분도 큰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1~3세의 그림책부터 그 이후로 분류된 책들까지 모두 초등학교에서 수없이도 수업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인과관계에 대해 오독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품 곳곳의 상징을 해석하고 연결하는 것까지는 정말 역부족일 때가 많다. 그러나 몰라도 아이들은 그저 그림책을 좋아한다.교과서를 두고 그림책을 활용하는 수업에는 여러 의도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사고력 저하에 근본적인 우려를 품으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이나 경험을 끌어내기 위해 나머지에 대해선 눈을 질끈 감기로 한다.제 3장은 아이들과 감정을 공부하는 데, 2장은 통합 교과를 다룰 때 특정 주제에 대해 다양한 책을 활용할 때 이 책의 아이디어를 쓸 수 있겠다.이처럼 주제별로 괜찮은 동화책을 묶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기 때문에, 다음에는 동화책과 실제 사례를 엮는 소아정신과 의사의 전문성이 발휘된 책이 발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