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실명 소식에 어머님 눈에서 손가락 굵기의 눈물이 흘렀다는 대목에서 결국 같이 울었다. 지하철 안이라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훔쳤는데, 온갖 감회가 스쳤다.
내용의 깊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글이 술술 읽혔지만, 죄스러운 마음에 빨리 책장을 넘기는 것도 자제했다.
우리의 인생을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하지만, 내가 분노하고 좌절했던 세상의 부조리와 한계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내 자리에서 고작 무엇을 했기에, 그리도 탄식해 왔는가. 내가 몰랐던 세상을 통해 겸손과 최선의 미덕을 배웠지만, 팔랑팔랑 책장을 넘겨댄 나의 손가락이 부끄러워지는 위인의 투혼이 오롯이 담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