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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숙의 <종소리>에 실린 단편소설들을 읽다가 어느 지점에선가 마음이 뭉클해지고 말았습니다. 길을 걷다가 지극히 아름답고도 슬픈 것을 보면 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마음에 그 시간과 공간을 담듯이 우리는 그녀의 글을 읽다가 글자들 사이에서 같을 글귀를 몇번이고 되돌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살아오며 상처받은 마음을 기대 쉬며 위로받았습니다.
그녀에게는 곁에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따스히 품어주는 넓고 든든한 가슴이 있습니다. 그것의 이름을 모성이라고 해야할까요, 우정이라고 해야할까요. 혹은 연민이나 동경, 아님 사랑이라고 해야할까요.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따뜻함, 연대감, 나는 그녀가 지닌 이런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홀로 간 사람'에서도 그랬죠. 그 글에서의 화자는 그다지 많이 친하지도 않은 동료가 어두은 극장에서 갑자기 자신의 어깨에 기대왔을 때도, 아무말 없이 나가버린 후 미안하다는 연락도 없이 몇 년이 흘렀을 때도 그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화자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하지도 않는 그를 그냥 이해해주었고, 그 남자의 삶을 빛냈던 그의 아내에 대한 사랑도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어여삐 여겨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자가 전화로 얘기를 하고 있는 미국 땅에 있는 친구에겐, 어느날 몹시도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보았는데, 그때 친구의 눈이 멀어버린 아이를 위해,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친구의 가족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기도했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동안 친구가 너무나 커다란 고통 속에 있었기에 오히려 건넬 수 없었던 위로, 걱정... 그런 것들을 쏟아내며, 신경숙은 어느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함께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슬픔을 이겨내자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종소리>를 읽다보면 마음이 외롭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 나도 내 친구들에게 이런 위로의 마음 건네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절실한 기분이 든 적이 있었는데... 문득 가슴 한 구석이 아립니다. 나도 '홀로 간 사람'의 화자처럼 소박한 말투로 그토록 따스한 위로의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