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 편혜영이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문예지에 기고한 단편 소설들을 모은 소설집.

소설에서 두드러지는 정서는 단연 불안이다. 소설 안의 인물들은 늘 불안해하며 막연한 폭력에 짓눌린다. 불안과 폭력은 여러 가지로 은유된다. 이를테면 자욱한 안개와 앞 길을 막는 탱크로리, 사육장에서 뛰쳐나와 아이를 무는 개들, 무엇이든 빨아들이며 벌레와 악취를 내뿜는 습지, 폭력적인 직장 상사 송 등이 그렇다.

이 불안들은 맹목적인 것으로도 보이지만 한편으론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와 새들, 개발과정에서 오염된 습지, 사육장에서 기르는 개들. 이것들은 인간의 압제를 벗어났거나, 인간이 망가뜨려놓은 것들이다. 폭력은 인간에서 시작되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

이것저것 나쁜 것 투성이지만 그중에서도 궁극적인 불행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들의 삶이다. 모든 소설의 주인공들은 가난에 찌들어 있다. 표제작 『사육장 쪽으로』에선 파산 직전의 남자가 나온다. 남자는 철거장을 받고 남자의 아이는 사육장에서 뛰쳐나온 개들에게 물린다. 아이를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병원은 사육장 쪽에 있다. 이처럼 폭력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소시민들에게 결코 출구는 없다. 작가는 이 어두운 이야기들을 통해 진정 폭력적인 것은 삶이라 말한다.

그는 자신의 이력만으로는 도시에 있는 직장에 취업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이력서를 써서 보내도 마찬가지일 거였다. 그는 여전히 변두리의 구직자로 남을 것이다. 그나마 신도시가 완공되면 그가 사는 곳도 도시의 일부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게 위안이 될 때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반지하방을 전전하는 생활이 나아질 리 없을 거라는 생각에 치욕스럽기도 했다. 그게 뭐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치욕이나 위안이 인생을 바꾸지는 못했다. 2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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