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는 연습>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올라가는 연습 -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터닝포인트
강금만 지음 / 비즈니스맵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인 <올라가는 연습>이라든지,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터닝포인트'라는 부제는 "CEO"라는 사회적 위치의 상징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CEO가 아닌 사람이 CEO가 되기 위한 방법" 같은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라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올라가는 연습>이라면 '그 위치에 올라간 사람'이 아니라 '올라가지 못한 사람'이 '거기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어떤 연습'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하게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CEO 또는 오너가 된 사람"이 "CEO가 아닌 직장인"과는 어떻게 다르게 보고 듣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몇 개 장을 읽어보고는 책 제목에서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프롤로그에서 밝혔다시피, 회사 홈페이지에 매달 기고한 칼럼을 엮어 펴낸 책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경영자로써, 또는 컨설턴트로써 경험하고 배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읽기 쉬운 에세이 형식으로 모아져 있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CEO 마인드"에 대해 "이거다!"하고 임팩트를 주는 구체적이고 정리된 방법론이나 철학 같은 것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그런 방법론('CEO가 되는 법' 따위의) 같은 것이 이미 시중에 수없이 나와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이런저런 경험담을 풀어낸 이 책은 나름대로의 차별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수많은 생생한 경험담들 속에서 제대로 키워드나 포인트를 잘 잡아내어 편집/분류해 두기만 했더라도 책 제목에 부합할 수 있고 좀 더 오랫동안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그런 만듦새의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마음에 걸린 것은 저자가 CEO와 오너의 차별성을 따로 두지 않았고, CEO라는 Position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은 채 '조직에서의 최고 우두머리' 정도의 의미로만 두루뭉실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CEO 라는 용어가 한때 엄청난 성공과 명예와 능력의 상징으로 사회에서 떠받들여졌기에 용어로서의 차별성을 지니고, 저자의 위치가 현재 CEO라서 별 생각없이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 CEO가 아니더라도 공감하고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설령 진짜 CEO라 하더라도 조직의 실질적 소유자인 사장(오너)과는 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주된 대상에 대한 용어 정의와 포지셔닝이 좀 더 정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에서는 거창하게 CEO 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아래에 한 명이라도 부하를 두고 어떤 책임과 권한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고 낮설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펼쳐진다. 요즘의 조직들이 '주인의식'을 직원들에게 많이 강요하고 있기 때문인지, 구조조정 같은 일부 내용들을 제외하고는 CEO에 한참 못 미치는 업무를 할 때에도 주위에서 부대끼고 들었던 내용들이 많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내내 지시만 받고 일하는 사람과 스스로 책임을 지고 관리하는 입장에 선 사람은 사고와 행동의 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CEO 라는 용어를 강조해서 쓰기 보다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 직원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주로 언급하고 싶었다는 점을 저자가 명확히 인식하고 책의 서두에 한마디 언급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흔히들 조직의 '최고경영자'인 CEO를 그 조직의 '설립자(founder)'나 실질적인 '사장'인 오너(owner)와 자주 혼동하여 말하는데, 주식회사 체제가 널리 퍼져있는 현대에서 CEO 는 오너 개념이 아니라 사실상 '월급쟁이 사장'이라 할 수 있는 일종의 임시직 자리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실질적 오너와 고용직 CEO 사이에는 리더쉽이나 장기 비전 제시 등에서 또다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아온 터라, 저자가 아무런 구분과 정의 없이 이런 개념을 두루뭉실하게 사용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현재 'CEO 출신'임을 공공연히 내세우면서 '임시직' 주제에 자기가 '오너'인양 설쳐대는 어떤 자 때문에 CEO라는 것이 특별히 뛰어난 재능이나 장기적인 비전과 철학이 있기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아닌가. 

실제 내용과 책 제목+부제목 간의 미묘한 부조화, 키포인트가 분류/정리되지 않고 1회성 칼럼들의 모음처럼 엮어진 단속성, 이미 CEO 라는 자리에 올라와 있는 특수성만을 강조한 점을 조금 누그러뜨린다면 부담없이 읽으면서 사회 선배의 귀한 경험들을 엿들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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