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04년 포르투갈 리스본의 고미술 박물관 학예 보조사인 토마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939년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인근 브라간사에 사는 병리학자 에우제비우, 마지막으로 1981년 캐나다 상원의원 피터 토비의 이야기까지 읽고 나면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그제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예측 불가능한 소설의 처음은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찾아 떠나는 토마스의 여정이 실려 있습니다. 토마스는 일주일 사이에 다섯 살의 아들 가스파르와 사랑하는 여인 도라,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상념에 빠진 그는 뒤로 걷기 시작합니다. 열흘의 휴가를 내고 자신이 박물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율리시스 신부의 일기를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한 십자고상을 찾아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위치한 교회들을 목표로 떠나던 날 아버지의 동생이며 성공한 사업가인 마르팅 아우구스투 멘테스 로부가 그를 호출합니다. 숙부는 20마력의 자동차에 여정에 필요한 물건들을 실어주며 조카의 슬픔을 위로합니다. 지금까지 자동차를 운전해 본적도 없으며, 자동차를 소유한 적은 더더욱 없는 가난한 빈민가 알파마 지구의 허름한 아파트에 살던 토마스는 숙부가 건내 준 설명서를 읽고 해석해가며 거대한 철 덩어리를 움직여 목표를 향해 떠납니다. 마차를 끄는 이들이 자동차를 향해 자신들의 직업이 사라질 것을 염려해 돌을 던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듣고, 포장 되지 않는 길을 조심조심 운전하다 어느 순간 속도의 맛을 알아버리지만 이는 큰 사고로 이어집니다. 자동차를 처음 보는 이들이 신기해 하는 모습 너머로 드디어 토마스는 찾던 그곳에 도착합니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는 산이 없고 그저 언덕들 외에 아무것도 없는 곳, 투이젤루라는 마을에서 700년 전에 세워진,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마을 교회의 제단 위에 걸린 십자고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토마스의 기이하고 신비한 여정의 끝에 만난 교회 관리인 라파엘 미구엘 산투스 카스트루의 부인은 책의 2부에 등장하여 병리학자 에우제비우에게 마지막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3부의 피터 토비는 자신의 부모의 고향이었던 투이젤루에 가게 됩니다.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를 읽어 볼 기회를 늘 놓치고 책장에 꽂아 둔 지금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그야말로 산이 없는 높은 산을 만난 것 같습니다. 근래 읽은 소설들 중 가장 몽환적이며 상상력의 끝판왕 같은 소설입니다. 각 시대별 세상을 실제 살아 본 듯한 착각에 빠져들어 허우적 거릴 때 서로 다른 시간들이 연결 된 고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복선에 깔린 어둠이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고 비밀의 방을 열어보도록 흡입력 있는 문장은 유혹을 합니다. 말 서른 마리가 끄는 마차보다 더 빠른 자동차의 등장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소설의 전반에 흐르는 기계화와 발전, 도시화의 어두운 면들에 더해진 죽음들과 살아남은 이들이 격어야 하는 슬픔은 뒤로 걷는 조문객들로부터 위로와 애도를 받습니다.

우리는 진화된 유인원일 뿐 타락한 천사가 아니다. (159쪽)

*출판사 제공 도서

#포르투갈의높은산 #얀마텔 #공경희_옮김 #작가정신
#장편소설 #파이이야기 #책추천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평생 접해보지 못했을 귀한 책들을 책에 진심인 의뢰인들 덕분에 나는 이렇게 매번 쉬이 가까이서 만난다. 어디 그뿐인가? 심지어 구석구석 뜯어보고 들여다보고 맘껏 만지고 넘겨볼 수도 있는걸. 나는 책 수선가이기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내 삶에서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327쪽)

어느 책 수선가 ‘재영 책수선‘은 곤충과 식물 채집하기를 좋아했던 1996년도의 나는 책 수십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유리를 불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인디지인을 다루던 2004년부터 2012년의 나는 책 수선을 하며 살아가게 될 줄 전혀 몰랐고, 책 수선을 처음 배웠던 2014년의 나는 그 이후로 8년째 망가진 책을 고치게 될 줄만 알았지, 이렇게 새 책을 출간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로 자기 소개를 합니다.

책 수선가, 가치가 있는 고서적이나 유물들을 발견하게 되면 복원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책 수선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던지라 찢어진 옷을 수선하거나 일반인은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하게 망가진 옷이나 한복 등을 리폼하는 정도의 일을 책을 대상으로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박물관에 전시하는 책들만큼의 국가적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니더라도 개인에게 소중한 책들을 원래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게 또는 의미를 담아 전혀 다른 표지로, 찢어진 책장 하나하나를 붙이고 자르고 제본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이 들려준 사연들과 함께 수선전과 수선후의 환골탈퇴를 사진으로 기록으로 접해봅니다.

책 수선가의 오랜 친구들을 소개 받았습니다. 그 중 본폴더는 종이를 접거나 접착제를 붙일 때 많이 사용하는 도구로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자랑합니다. 그제야 고서적을 복원하던 학예사들이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이 바로 이런 본폴더였음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여러가지 가위와 붓 등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책 수선가는 책 뿐만 아니라 엔티크 액자, 33년간 간직한 결혼 앨범, 희귀하진 않지만 의뢰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만화책, 동화책, 잡지들도 심혈을 기울여 수선을 하고 이후로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을 읽고 호기심과 함께 은퇴 후의 삶을 미리 꿈꿔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소장하고 싶은 욕구도 큰 사람에게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방법을 알려 준 책 입니다. 아마도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벌써 마음에서 자라고 있어 행복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책들 가득한 공간처럼 여기 기억을 수선해 주는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이 있습니다. 의뢰인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봐 주세요. 잊혀진 책들의 소망도 한번쯤 들어주세요.

*출판사 제공 도서
#어느책수선가의기록 #재영책수선 #위즈덤하우스 #에세이
#책추천 #책스타그램 #망가진책에담긴기억을되살리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