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도를 닦는 마음으로 지내면 된다던 교감 선생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내가 입은 옷은 새 옷이 아니었다. 남의 옷을 어색하게 걸치고 있는 것뿐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 순간이었다. - P29
이봐. 저 달 좀 봐. 그러나 어디에도 달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내가 묻자, 어디든 있겠지. 달이 없겠어. 달은 있어. 보이지 않아도 예쁜 달일 거야. 오기가 그랬다. - P194
바람에 출입구 문이 덜커덩 소리를 낼 때마다 내 심장은 바짝 쪼그라들었다. 쥐 죽은 듯 고요한 도서관. - P23
알아주셔야 할 게 있어요. 형. 이런 얘기는 누구에게도 한적 없어요. 저는 그야말로 수년 만에 편지를 쓰는 중이고 이런 얘기는 편지가 아니고서는 결코 발설할 수 없는 내용이지 않습니까. -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