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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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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데뷔 35주년 기념작품 [백조와 박쥐]는 2017년 가을을 현재로, 1984년의 또다른 사건과의 연결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해안 도로변에 주차 된 차 안에서 흉기에 찔린 시체로 발견 된 시라이시 겐스케는 국선 변호인으로 명망 높았던 변호사였습니다.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가 시작 되면서 경시청 고다이 형사와 관할 경찰서의 나카마치 순경이 탐문 수사를 나서는데 살해 된 시라이시 겐스케 변호사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그가 피살 당할 만큼 원한을 질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합니다. 국선변호인으로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의 변호를 함과 동시에 정말 죄를 지은 경우 인정하고 법의 심판을 받도록 설득을 하는 한편, 재판이 끝난 후 수감생활을 마친 범죄자들에게도 사회에 나와 생활 할 수 있는 길을 도와 주고자 노력하는 선량한 사람이었다는 평판으로 범인을 특정 할 수 없어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게 됩니다. 사건 며칠 전 통화를 한 사실이 있는 66세의 구라키 다쓰로가 사건이 나던 날 숨진 피해자와 만나기로 했던 대상은 아닌지 묻는 과정에서 구라키 자신이 시라이시 겐스케 변호사를 살해 한 범인이며 지금은 공소시효가 만료 된 30여 년 전 사건인 ‘히가시오카자키역 앞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범 또한 자신이라고 고백을 합니다.

구라키의 자백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는가 싶었으나 속속히 드러나는 진실들, 30여 년 전에 자신이 저지른 살인으로 인해 체포되었던 용의자가 억울한 마음에 유치장에서 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시라이시 변호사에게 알리고 자신의 유산을 모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후쿠마 준지의 남은 가족들에게 주려고 상담을 했고 그 과정에서 시라이시와 다툼이 생겨 우발적으로 살해 했다는 진술에 가려진 진실을 찾아 형사 고다이, 구라키의 아들 가즈마와 살해 된 변호사 시라이시의 딸 미레이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개 됩니다.

사건을 추적하는 이들의 시선과 동선을 따라 촘촘히 쳐진 그물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재미와 복선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들, 범인이 이미 자백했으나 진실을 위해 끝까지 추적하는 이들의 존재와 두 건의 살인사건의 범인의 아들로 낙인 찍힌 가즈마와 선량한 변호사였던 아버지를 잃은 미레이와의 관계도 책을 읽으며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로 쓰여집니다.

제목 [백조와 박쥐]가 의미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지, 둘다 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한낮의 존재로 여겨지는 백조와 암흑의 존재로 여겨지는 박쥐, 물 위에 우아한 자세로 떠 있는 백조와 동굴속 깊은 곳에 거꾸로 매달린 박쥐처럼 너무나 다른 세계를 대조시켜가며 히가시노 게이고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살인자와 피해자가 선량한 변호사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 그야말로 히가시노 게이고식의 죄와 벌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백조와박쥐 #히가시노게이고 #장편소설 #현대문학
#양윤옥_옮김 #작가데뷔35주년기념작품 #추리소설
#범죄소설 #히가시노게이고판_죄와벌 #책추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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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범한 밥상 - 박완서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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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불혹의 나이에 [나목]으로 등단한 박완서 작가의 10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진 소설 [대범한 밥상]을 지난 해 정초에 구매해 이제야 읽습니다. 학교 수업 중에 짧은 발췌본으로 접해 본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출판 된 소설들을 만나는 것은 처음 입니다.

선풍기 앞에 흑백사진으로 기억되는 푸근한 인상의 작가님 모습이 작품에서도 그대로 반영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첫번째 단편 ‘부처님 근처‘를 만났습니다. 아버지와 오빠의 22주기 기일 제사를 위해 절에 간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전쟁으로 인해 다정하고 오붓한 한 식구들에서 어느 날 갑자기 두 남자 식구가 차례자례로 죽어갔다(23쪽)는 덤덤한 목소리 너머로 두려움까지도 감추고 죽음마저 삼킨채 실종이라는 베일로 가려야 했던 시절을 살아 온 모녀의 모습이 수업이 절을 하는 행위를 통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초는 한 갑에 백이십원, 만수향은 백원이라는 말에 값을 깎으려는 딸을 나무라는 어머니, 불전에 오백원을 넣는 딸을 보고 악착같이 사백원을 거슬러 꺼내는 어머니, 부처를 향해 정성스레 절을 올리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을 삼켜버리고 은밀히, 음험하게 교외의 집에서 살던 어머니와 나의 모습이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삶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 단편 중 가장 위트 있는 작품으로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을 뽑고 싶습니다. 나이들고 병든 시아버지의 수발을 위해 성남 모란시장 근방에서 광주리장수를 했다는 성남댁을 새머니로 모시고 사는 맏며느리 진태 엄마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남들에게 효자 효부라는 소리를 듣기 위한 진태 엄마가 중풍으로 쓰러져 고생하다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혼절을 하는 혼신의 연기를 펼칠 때 그야말로 속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성남댁이 본인의 처지를 알고 그래도 할 수 있는 정성은 다 한 후에 받기로 했던 열세 평 아파트가 이미 팔려 남에게 넘어갔다는 말에도 홀가분하게 떠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사람이 분수를 모르면 화를 받는다는 말을 하면서도 지 알고, 내 알고, 하늘까지 아는 일이건만 어쩌면 그렇게 감쪽같이 사람을 속여넘길 수 있담.(290쪽) 속시원하게 욕을 하며 요란한 엉덩잇짓을 하며 떠나는 모습이 읽는 이에게 웃기면서도 서글픈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작품 곳곳에 박완서 작가님이 겪은 세월이 배어 있고, 상처와 아픔이 전해져 옵니다. 그러나 그것이 슬픔이라는 감정만으로 일괄 되지 않고 살아남은 여인들의 의지와 1960년대, 70년대의 혼란의 시기와 80년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시기가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대담한 표현과 체면을 위한 인간의 가식적인 가면 뒤의 실상을 고발하는 단편들을 읽으며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을 직접 대면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소설 [대범한 밥상]을 통해 박완서 작가님을 만나고 또 다른 세상을 만났습니다. 결코 읽어보지 못했다면 몰랐을 세상을.
이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대범한밥상 #박완서 #문학동네 #소설 #책추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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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개정판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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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에 읽은 뒤로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던 포의 시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혼자였다
탄식의 세상에서
내 영혼은 흐르지 않는 물이었다 (294쪽)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 [시인]을 통해 애드거 앨런 포의 시와 소설들을 만났습니다. 미스터리ㆍ추리소설의 대가의 작품에서 살아난 죽음이 소설의 첫장을 열고 있다고 생각하며 시작한 소설은 열아홉 살의 대학생 테레사 프로턴의 두동강 난 시체가 발견 되고 그 사건을 담당했던 살인전담반 형사이자 쌍둥이 형인 션 매커보이가 인적 없는 호숫가에서 자살하였다는 소식을 전하러 온 형사들에 의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소설의 첫구절에 실린 ‘나는 죽음 담당이다‘라는 문장으로 혹시나 션의 동생이며 소설의 화자인 잭이 범인인가 싶은 오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소설의 중반에 가서야 그건 아니라는 결론이 날때까지도 계속 되었습니다.

어릴적 누나가 사고로 죽음을 맞이 하게 된 그 호숫가에 세워진 차 안에서 생을 마감한 형에 대해, 그리고 형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로키 마운틴 뉴스‘의 기자이기도 한 나는 사건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테레사 프로턴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당당 경찰관인 형을 찾아갔으나 냉담하고 원칙주의자 같은 형의 태도에 어쩔 수 없이 사건을 포기했던 기억 위로 한계에 다다른 듯한 형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런 형이 전담했던 사건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자살을 했으며 수사가 마무리 되었음에도 여전히 정보에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불러일으킨 호기심은 형의 마지막 날을 추적해 들어가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형의 유언이라고 할 수 있는 애드거 앨런 포의 문장을 만납니다.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 (27쪽)

그리고 현장에서 형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추운 날씨에 만나기로 했던 누군가와의 약속을 위해 나갔던 형이 마지막 순간 김서린 차창에 쓴 메시지라니...잠복을 하는 형사들의 습관을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형이 히터를 키고 있었다는 것, 처음 총소리를 듣고 온 관리자가 자살로 특정해 신고를 함으로서 타살의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동생 잭 매커보이의 추적을 통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사건의 진실들, 결국 잭의 의심이 실체를 드러냈을 때 신문사의 상사는 형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하지만 여전히 기사에 대한 압박을 해오고 연계 된 다른 사건들의 살인전담반 형사들의 자살이 있었음을 확인하며 FBI가 사건을 재수사하게 되며 그야말로 스릴이 넘쳐납니다.

[시인]은 동생 잭의 시선으로 쓰여진 대부분의 글들 사이에 소아성애자인 윌리엄 글래든의 시선으로 같은 시간을 서로 다른 장소에서 보는 듯한 긴장감을 만들어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사건을 파고들수록 드러나는 다른 죽음들, 묻힌 사건들, 그리고 외면당한 죽음들이 있었습니다. 잭의 빠른 두뇌회전과 추리력으로 대망의 순간이 왔고 사건이 마무리 되는가 했는데 반전은 또다른 시작을 알리듯 여운을 남긴채 끝이 났습니다.

마이클 코넬리의 명성은 들었으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시인]을 통해 왜 그가 크라임 스릴러의 대가라는 호칭을 받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촘촘히 짜여진 관계와 사건들 사이의 문제가 재미와 흥미, 그리고 스실를 만킥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 못한 인물의 추악한 진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다음편이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크라임 스릴러 독자라면 꼭 읽어 볼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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