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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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대적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자는 어떤 모습일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이끌리 듯 책장을 펼쳐들었고 그곳에서 만난 한나는 지극히 한국적이라 서러웠고 모든 걸 버리고 떠날까 두려웠습니다.

처음 60쪽까지 읽는 동안 추호의 의심도 없이 여행과 전쟁에 대한 에세이라고 여기며 이렇게 크나큰 아픔과 절망을 찾아 여행을 가는 이 사람은 뭘까...왜일까를 거듭 고민을 하다 마침내 장편소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냅니다.

2015년의 가을, 자그레브행 버스에 올라타는 오십대를 바라보는 한국의 번역가, 그녀 조한나가 가슴에 담고 있던 20년 전의 그날들을 이야기 합니다. 그녀가 다시 유럽에 오게 된 이유는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마르코 라디치 덕분 입니다. 독일계 유대인 어머니와 크로아티아인 아버지를 둔 마르코의 소설을 한국에 출판하게 되어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작자와 번역자의 관계일 뿐이었지만 특이하게도 마르코는 톈진에서 열리는 중국번역문학원 포럼에 동반 초청을 함으로써 만남의 기회가 되었고 농담처럼 건넨 그의 고향집이 있는 프라하 자그레브로의 초대에 응하게 될 줄 그땐 몰랐습니다. 그에게 자그레브의 뜻을 물어보니
˝세 가지 의미가 있어. 하나는 그레이브(grave)가 자그레브가 된 거야. 또 하나는 물을 찾아서 땅을 판다는 뜻, 그리고 언덕이라는 의미.˝(21쪽)
라고 말합니다. 그레이브...무덤...으로의 초대였고 마르코의 사소한 행동들은 옛 기억속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바로 20년 전의 그날들과 함께.

크로아티아가 갑자기 여행지로 뜨기 시작한 그즈음에 관광지로만 훝어보던 얉은 지식 위로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유태인들, 난민들, 코소보를 두고 세르비아와 알바니아 간의 싸움-폭력사태에 이어 스레브레니차 집단학살에 이르기까지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밤이면 잠들지 못하는 마르코처럼.

한나는 변이숙이라는 이름과 함께 가족을 버리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으나 또 도움을 요청하는 학교 선배 기태를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무시하지 못한 댓가로 사람을 잃고 정체성도 잃고 국가권력에 의해 와해 된 정신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에 둘러 쌓인 과거의 망령은 여자가 독일로 유학을 갔었다는 사실에, 약혼녀가 있는 사람과 사랑을 했다는 이유로 함부로 취급당해도 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고 법의 이름으로 죄를 씌워 감옥에 넣어 버렸습니다. 국가권력의 날카로운 칼날은 전쟁 중에도 전쟁이 끝난 후에도 거듭 변신을 하며 자유롭던 청년들을, 자라나는 소년들을, 사랑스러운 소녀들을 사상범으로 간첩으로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엄마의 성을 따 ‘조한나‘가 된 화자를 덮쳤던 비극과 시대가 낳은 아픔,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먹먹함 너머로 제주의 푸른 바다가 밀려드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사그라든 생명들, 비탄의 목소리들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아름다운 풍광 아래 잠들어 있는 비극이 아직도 규명 되지 않았으며 이름조차 찾지 못해 비석도 없다는 것이 쓸쓸하게 다가옵니다. 직접 읽어보시길,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시길 바래 봅니다.

*출판사 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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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특서 어린이문학 1
이상권 지음, 전명진 그림 / 특서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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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아주 먼옛날‘이라고 시작하는 전래동화처럼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의 주인공 역시 사람으로 변신할 줄 아는 백호 입니다.

이야기의 끝은 없을지라도 시작은 있었습니다. 바로 땅을 다스리는 신, 산신령의 임기인 백 년이 채워져가며 다음 산신령을 선발하기 위한 시험 개최가 임박한 이때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산신령을 배출한 명문가 ‘봉래산 호랑이족‘과 반달을 신으로 모시는 ‘검은 늑대 반달족‘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 이야기의 시작점 입니다. 근 5백 년간 세 번이나 호랑이족이 연달아 산신령을 차지하자 검은 늑대 반달족들은 대책을 마련하고자 회의를 합니다. 단독 생활을 하는 호랑이에 비해 대가족을 이루고 있는 늑대들은 최근 세번을 연속으로 산신령이 된 호랑이들이 모두 백호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다음 산신령 역시 백호가 유력하다는 판단하에 세상의 모든 백호들을 모두 제거하기로 합니다. 이때 봉래산 백 번째 봉우리에서 ‘눈꽃이 피다‘라는 호랑이가 아기를 낳았습니다. 세발이 달린 까마귀 친구의 축하를 받고 기뻐할즈음 늑대들이 백호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소식에 도망을 치지만 체력이 다한 눈꽃이 피다는 앞에 보이는 인간들이 사는 마을과 아기 백호의 목숨을 노리는 늑대들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농부 허절구 부부의 집에 누렁이의 젖을 먹고 자라게 된 백호는 허절구의 쌍둥이 아들 중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은 첫째의 이름 ‘산‘이를 얻게 되어 둘째 아들 ‘강‘이와 함께 자라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도, 동물들도 허산이 앞에서는 마음속에 있는 말들이 저절로 나옵니다. 고민과 진실의 말들을 그저 들어주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면 허산은 항상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 그게 가장 좋은 거야‘라고 답해 줄 뿐이지만 말하는 이들은 가슴의 응어리가 풀리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린이에서 심지어 귀신들의 억울한 사정까지도 들어주고 상담을 해주는 백호 허산이의 끝없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민간신화와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이들을 다른 입장에서 만나게 됩니다.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는 공양미 삼백 석을 주면 맹인인 아버지 눈을 뜨게 해주겠다고 하는 스님의 말에 자기 몸까지 팔았으나 사기로 드러나자 자결을 했다는 귀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존에 알던 이야기의 결말과는 전혀 달라서 혼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위기 상황에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백호의 여정에 등장하는 많은 인간들과 동물들과 귀신들이 만들어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까지도 포괄하여 여러 질문들을 던집니다. 그리고 답은 언제나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된다‘입니다. 이미 그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마음으로 알고 있기에.

겨울 밤,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의 옛 이야기 함께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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