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종소리 - 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
김하나 지음 / 민음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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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열린 세계를 보아 버린 눈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111쪽)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금빛 종소리]를 읽기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읽었던 고전 작품에 대한 새로운 감각의 눈이 떠졌다는 점에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에 대한 갈증으로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조차 모르겠다는 점에서. 

살아오면서 읽어보고 싶다 생각한 적이 1도 없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을 찾아보고, 짧다는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가 궁금해지고, 그저 단순한 에니매이션 영화로 기억 되는 [라이온 킹]에 실린 은유와 상징성에 흥분을 하다보면 넘기는 페이지 마다 태그가 붙고 지금도 세계 어느곳에서 쓰여지고 있는 고전이 될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에 ‘금빛 종소리‘가 들려 옵니다. 

언젠가 ‘우리가 한 말들은 그대로 바다까지 흘러들었다가 바람을 타고 비구름이 되었다가 태풍이 되어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먹은 것들이 우리를 이루는 것처럼, 내가 내뱉은 말이 내게 돌아오는 것처럼, ‘우리가 읽은 문장들은 우리의 걸음 걸음이다.(320쪽)‘라는 마지막 문장처럼 단 한 권의 책을 읽어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드는 그것, 휩쓸리지 않고 읽어낼 수 있는 힘, 때론 멈춰서서 숨을 고르고 어디로 가는지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바로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들에 있음을 깨닫는 기회를 얻습니다. 

이 책을 읽어낸다면 당신도 저와 같이 이전엔 관심도 없던 책들을 구경하는 자신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늘 새로운 것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늘 비슷한 선택을 했던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이건 새로운 바람이고, 설득력 있는 이정표 입니다. 비록 그곳이 고전의 바다 한가운데 일지라도. 

추천합니다. 
김하나 작가님이 이미 열어버린 고전의 문으로 초대합니다. 
그 문을 열면 [금빛 종소리]가 당신의 방문을 반겨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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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던_고전_다시들여다보게됨
#안읽은_고전_찾아보게됨
#맙소사_장바구니_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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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이나 현상의 형편이나 동태를 주의하여 살펴보는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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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이네요."
백스터는 하품을 참았다. "이놈의 악당들은 쉬지도 않아."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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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알렉시 그린의 참석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립니다." 루쉬가 말했다. "그런 다음 계획대로 홀을 급습해야 합니다. 알렉시 그린을 잡지 못한다면, 거기 모인 공범들이라도 잡아서 심문해야죠."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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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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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들 순간들]을 통해 알게 된 배수아 작가님은 같은 시간과 공간(지구라는)을 살아가고 있지만 어딘가 허상처럼, 빛 조차 통과하는 투명한 존재처럼 느껴지는 글을 쓰는 분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이 책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는 1995년에 출간 되었다가 코로나가 극심하던 2021년에 개정판으로 나왔습니다. 작가님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의 글에 이미 지나간 시간속 90년대의 풍경과 그 시절을 지나쳐 모든 것이 뒤바뀐 세상을 살아가는 현재의 독자들에게 낯선 그 무엇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일곱 편의 단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각자의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책속 어디에서 스치고 지나간 그 사람이 혹시 다른 소설의 그 사람이 아닐까? 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차에서도 카페에서도 재털이가 늘 존재하는 공간이 낯선만큼 ‘푸른 사과‘를 파는 국도를 달리던 차가 목적지 근처에서 길을 잃고 지도를 꺼내 보는 순간 소환되는 과거속 경험의 시간으로 끌려들어가 ‘그래,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 있었지.‘, 연락을 하려면 공중전화를 찾아야 하고 전화카드가 있거나 동전이 있어야만 누군가의 집으로, 사무실로 전화를 할 수 있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 지금은 전통시장이라 불리는 그 공간이 시장통으로 불리고, 가난한 누군가가 아침 잠을 포기하고 새벽이라고 하기에도 이른 깜깜한 시간에 자전거로 배달하던 조간신문과 여섯번째 여자아이와 그 다음 막내 남동생이 존재하는 시절이 있었지...마치 도시전설처럼. 

에세이에서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던 유령같은 존재가 작가의 서재에 실존하면서 이름이 없던 것과 같이 소설은 온통 중첩되고 현재와 과거가 혼재하며, 말하는 이는 도대체 누구인지 두세 번 대화를 읽어도 고민이 될 정도의 혼돈속에서 마지막 단편소설 ‘검은 늑대의 무리‘에 다다라서야 힌트를 얻습니다. 우린 꼬리를 문 뱀이 살고 있는 블랙홀에 진입했다는 것을. 날씨 만큼이나 흐린 먼지가 날리는 국도변에서 시고 떫은 푸른 사과를 사 먹었던 이는 어느새 국도를 달리던 차를 세우고 ‘내‘가 팔고 있는 ‘푸른 사과‘를 사가는 이들을 바라봅니다. 웃음기 없고, 지친 표정으로, 도로의 먼지가 온몸에 내려 앉은 여인이. 

소설에 등장하는 ‘푸른‘ 이미지는 푸른 ‘원피스 ‘로, 푸른 ‘불꽃‘으로, 어느 날의 푸른 ‘오후‘, 푸른 스트라이프 ‘셔츠‘  또는 푸른색 방수천에 덮인 ‘생선 좌판‘으로, 코발트블루와 파란 강물, 블루진, 푸른빛 타월로 끝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다 마침내 빛도 삼키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갑니다. 아주 가끔 등장하는 초록 자전거나 초록빛 텐트와 강렬한 인디언 레드의 지붕이 있는 호숫가 이층집은 도드라진 색감으로 푸른 물결을 거슬러 오르려 하지만 빗물에 쓸려 내려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모든 것을 삼키는 그곳으로 빨려들어가도 세상은 여전히 굴러갑니다.  마침내 항구가 있는 도시의 동물원에서 검은 늑대 무리가 세상 어디론가 흘러 들어갔어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온통 검은 것 투성이지만 어느 벽돌공의 죽음이 흔적도 없이 지워진 것처럼 세상은 돌아가고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를 가로 지른 재색에 검은 얼룩이 박힌 고양이는 불길하다는 의미를 덧씌워 검은 고양이로 기억 됩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와 푸른 하늘과 계절을 이제야 만나나 할 때 또 다른 터널이 다가온다면 우리가 그걸 두번째로 겪어야 한다면...[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는 질문을 던집니다. 견뎌낼 수 있을까? 이 아픔을, 이 어둠을.

한편으로 부럽습니다. 재색으로 시들어가는 이 도시와 이 나라를 떠나 베를린의 정원이 있는 시골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작가님의 근황이. 이 책은 또다른 책을 읽어야만 하도록 끌어당깁니다. 그 책이 어떤 제목이더라도, ‘배수아‘의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추천은 하지만 블랙홀에 빠져도 책임은 못집니다. 결코, 저도 이미 빠져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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