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힌 겨를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흰> - P11
그가 어찌나 관대한 어조로 제안하는지,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에게 내 물건을 나눠주어 정말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 P21
그렇게 한 발을 담근 채 얼어붙어 있다가 시 한 편이 길어올려질 때면 내게 그 시는 한줄기 햇살이었다. - P91
열다섯 살 내 꿈은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었으나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던 그 이름을. 나는 내내 땅을 떠난 새가 그려지지 않았던 거다. 바다를 떠난 새는 더더욱! - P87
- 가난이란......지우는 문득 교실 안이 조용해지는 걸 느꼈다.- 가난이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눈송이 하나에도 머리통이 깨지는 것.지우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지만 조금 의연해진투로 다음 문장을 읽어나갔다.- 작은 사건이 큰 재난이 되는 것. 복구가 잘 안 되는 것.... - 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