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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 열여덟 살의 성착취, 그리고 이어진 삶
강그루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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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의 10월에 학교 밖의 세상은 온통 벽으로 가로 막혀 있다면, 어딘가 조그마한 틈새라도 찾기 위해 던져 넣은 이력서 공개가 유혹의 시작이었다면 누가 누구를 원망하고 또 절망 할까요. 다른 선택의 여지를 빼앗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는 스무 살이면 가질 수 있는 선택이 불가능하고 되돌아가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멀리왔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악취]는 소설이 아닌 강그루(필명) 작가님의 에세이 입니다. 딱 열여덟 살의 소녀는 자격증을 따서 취업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고 학원에 다녀야 딸 수 있는 자격증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싶었으나 부모님은 허락을 해 주지 않습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딸에게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미성년자 이기 때문에 부모의 허락이 없으면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이 옳을까요. 부모님을 설득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사업 실패로 가정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와 가난을 이유로 학교 폭력을 당한 동생은 피해자임에도 전학을 종용 당하는 처지에 놓인 그런 열여덟 살의 소녀가, 소년이 무엇을 더 설득할 수 있었을까요. 그순간을 기다린 것 처럼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이 들러붙어 야금야금 속삭입니다.

열두 살, 열세 살에 겪은 성추행 조차 기분이 나쁘고 꺼림직 한 것으로 치부 해 버리는 시간을 지나, 그저 교복을 입고 만났을 뿐인데 3만원의 돈이 생긴다면...스킨쉽에 5만원을 덥썩 준다면....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동하는 방어막처럼 잠시의 고통을 이겨내고 돈을 모아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내면에서 속삭인다면 그 유혹을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자신에게서 나는 악취를 잊기 위해 고된 노동을 해 보지만 결국 육체는 한계에 다다르고 세상의 시선이 바뀌었음을 인지했을 땐 그시절의 나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여자 혼자서도, 남자 혼자서도 할 수 없는 이 문제에서 왜 사람들은 항상 여자만 문제 삼는 걸까?‘ (p.152)라고 던지는 작가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다 이해 할 수 있다는 말로 속삭이던 남자친구 역시나 열여덟 살의 삶을 얘기 했을 때 보인 그 반응을 우리도 여전히 보이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성착취 당하고 오히려 사회의 악처럼 취급 당하는 소녀가 어떤 결심으로 자신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 책을 엮고 공개할 수 있었는지 꼭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결코 쉽지 않은 가시밭 길을 걸으며 혹시나 지금 자신과 같은 시간을 보낼 누군가를 위해 아픔을, 악취를 공개한 용기와 직설적인 질문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저 상처를 가린 얇은 막으로 알면서도 외면한 어른들을 향한 도움의 요청을 듣고 바꿔나가야 할 것입니다.

위안부, 강제 징용의 문제와 같이 현재 미성년자들도 선택권 없이 내몰리고 있습니다. 자발적이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마시길. 이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구조의 문제 입니다. 강그루 작가님의 첫 기록이 부디 늪에 빠진 그녀들을 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바래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악취 #강그루 #글항아리 #미성년자_성착취경험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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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 죽음에 이르는 가정폭력을 어떻게 예견하고 막을 것인가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시공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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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폈다면 지금 여전히 살아있을 수 있는 여자들이 죽어갔다는 것을 폭로하는 책 입니다.

책을 펼치고 제일 먼저 다가오는 충격은 제 자신의 무지 입니다.
‘전 세계에서 친밀한 반려자나 가정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여성은 하루 평균 137명이다. 여기에는 남성이나 아이는 포함되지 않았다.‘ 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 가정폭력의 무시무시한 살상력을 그저 사적인 영역으로만 치부하던 생각에 강한 펀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137명.

저자는 폴 먼슨의 집을 방문하며 픽션이라고 믿고 싶은 논픽션을 써 내려 갑니다. 60대 초반의 전기 설계 기술자 폴 먼슨은 딸들에게 첫 차를 사줬었다며 이야기를 꺼냅니다. 알리사, 미셸, 멜라니 모두에게 말입니다. 미셸이 여덟 살 때 이혼을 했고 전처 샐리가 아이들을 돌봤으나 10대의 알리사와 미셸은 자유롭고자 아빠인 폴의 집으로 왔습니다. 그 결과 둘째 딸인 미셸은 열네 살에 만난 스물네 살의 로키에게 반했고, 열다섯 살에 크리스티를 낳았습니다. 1년 뒤엔 카일을 낳았습니다. 문제의 2001년 11월 로키 모저가 자신의 부인 미셸과 크리스티(7세), 카일(6세)을 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며 심각한 가정폭력의 이면이 들춰졌습니다. 폴 먼슨과 알리사 뿐만 아니라 미셸을 알고 있던, 크리스티와 카일이 다니던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로키의 부모 역시도.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더 비극적인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미셸이나 아이들이 이미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주변에서 인지를 하고 있었으나 그 사태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함으로써 가족 모두 살해당하는 비극을 맞이했다는 것입니다. 마약 전과가 있고 폭력적인 로키를 그저 6개월의 접근금지명령으로 분리 시키고 그마저 로키의 부모에 의해 보석으로 풀려난 후 여전히 가족을 사랑한다며 반 협박의 행태를 부리는 모습을 미셸의 부모는 직접 보았으나 성인이 된 자식이 결국 다시 로키와 살겠다고 하는 말에 순수히 보냈고 그 끝은 네 명이던 손주들이 지금은 두 명뿐이라는 말로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가해자, 가해자의 가족 등과의 인터뷰로 쓰여진 이책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총기사건의 배경으로 가정폭력이 자리잡고 있음을 찾아내는 여정입니다. 최악의 총기사건들은 결과에 대해서만 집중 조명을 받습니다. 개인이 사이코패스인 경우도 있지만 아무 관계도 없는 이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범인의 첫단추는 가정폭력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의 신호를 무시한 그동안의 관행을 깨기 위해, 폭력적인 관계에서 여성과 남성의 살해 위험을 높이는 위험 요인들을 파악하기 위한 예측을 하고 살해 위험도를 객관적 수치로 나타내는 평가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했는지 판단하게 만드는 것이 왜 필요한지 여러 사례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이라서, 순간적으로 화가나서, 일회성이라서 선처를 한다는 것이 주는 무서움을 배웠습니다. 절대 그 처음이 마지막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겠습니다.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은 총기사용이 가능한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 주변에 학대받거나 가정폭력의 그늘에서 경제적인 사정으로 벗어날 수조차 없는 현실을 감내하고 있는 여자들, 아이들, 약자들이 존재합니다. 이는 개인의 사적인 다툼으로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사회구조의 문제이며 우리 자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책을 함께 읽고 사태의 심각성과 사회문제로의 인식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무차별 폭행에 희생 된 이들을 그저 운이 안좋아 그때 그장소에 있었다는 말이 더이상 안나오길 바랍니다. 우리가 눈감아 외면하면 누구든 폭력의 현장에 놓어지게 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살릴수있었던여자들 #레이철루이즈스나이더 #성원_옮김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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