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나의 도깨비, 홍제

나의 도깨비, 홍제 - 인간의 죽음을 동경한
양수련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망합니다. ‘불멸의 생‘은 인간이라면 누구든 바라는 궁극의 목표 입니다. 그렇다면 불멸의 생을 사는 도깨비는 과연 무엇을 바라고 또 바라며 긴 세월을 존재할까요? [나의 도깨비, 홍제]의 주인공 도깨비 홍제는 인간의 죽음을 동경합니다. 왜 그 역시도 자신에게 없는 ‘죽음‘을 갈망하게 되었는지는 소설 속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사랑을 받지 못한 자격지심에서 비롯 된 도깨비들의 수장 홍제의 인간 폄하가 극에 달한 사건이 있었으니 인간 아내를 둔 도깨비 귀설에게는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우스갯소리 농담을 건네며 그의 경험담을 이야기 해보라고 종용하고, 무녀 비령을 자신들의 잔치에 불러 술 시중과 같은 허드렛일을 시키고 인간을 술안주처럼 씹어대는 행동을 서슴치 않고 행하는 홍제의 모습에 비록 인간이나 하늘의 뜻을 전달하는 선택 된 인간이라는 자긍심에 상처 입은 비령이 벼르고 벼르다 홍제와 귀설 중 누가 더 재밌는 인간에 얽힌 이야기를 할지 내기를 제안 합니다. 진 도깨비는 상대방의 얘기보다 더 재밌는 얘기를 인간 세상에 나가 가져와야 한다는 벌칙이 걸린 내기.

도깨비 홍제는 그렇게 인간 세상에 던저져 귀설의 이야기 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오랜 세월을 보내야했고 도깨비는 인간처럼, 인간은 도깨비처럼 되고자 욕망하게 됩니다.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 인간에게 늙지 않는 홍제는 범죄자나 다름없다. 원망과 경멸은 시시각각으로 파도쳐 왔다. (270쪽)

자연발화 사건처럼 보이는 몸통만 완전 연소 된 미스터리 시체들이 발견 되고 도깨비 홍제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던 기문이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도깨비 홍제의 젊음과 불멸의 생을 더욱 갈망하게 됩니다. 귀설의 이야기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내겠다고 인간 세상을 떠돌았으나 여전히 도깨비가 자식을 낳은 이야기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지 못한 홍제의 인간 세상에서의 만남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의 끝엔 과연 어떤 비밀과 사건과 결말이 있을지 흥미진진하게 읽다보면 누구나 끝이 있음을 알기에 현재에 충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찾아옵니다. 홍제와 애뜻한 인연이 있었던 귀화와 그녀의 딸 리아, 리아의 딸 오르까지 이어지는 세월에 여전히 모두에게 ‘너의 홍제‘로 자신을 호칭하던 홍제가 수천 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깨달음은 어떤 모습일지 [나의 도깨비, 홍제]에서 만나 보시길 권합니다.

상대방에게만 있는 것을 갈망하는 존재. 그것은 인간도 도깨비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내게 주어진 것을 보듬고 감사하는 마음을 얻어 갑니다. [나의 도깨비, 홍제] 추천 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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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문장의 무게

문장의 무게 -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최인호 지음 / 마인드큐브 / 2022년 3월

현대문학도 좋아하고 요즘은 장르문학에도 관심이 많지만 여전히 고전문학에 대한 갈증이 있다보니 [문장의 무게]에 실려 있는 고전문학 작품들 속 문장에 대한 궁금증이 저를 불러들였습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라는데 고전은 무엇으로 시작될까 하는 의문을 한껏 품고 읽기 시작한 [문장의 무게]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톨스토이, 이탈로 칼비노 등등의 대표작과 그책에 실려 있는 문장 하나에 대한 저자 최인호의 깊은 사유와 등장인물과의 대화가 마치 유혹하듯 저를 선택하지 않았던 길로 인도했습니다.

우선 스물일곱 명의 작가와 대표작품 중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책이 몇 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그나마 읽었다고 생각한 책에서 가려 뽑은 문장이 너무 낯설어 또 한번 좌절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고전소설들과 유명한 책들을 읽었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남들이 말하는 책을 그저 읽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문장의 무게를 짊어진 ‘문장‘들은 지금까지 그책 하면 떠오르는 그문장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문장을 담고 있는 책의 무게를 지탱하고 이야기를 이끌고 다음을 위해 숨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사회초년생일 때-이십 년도 전에 읽은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어눌한 말투에 느긋한 사람이었다는 것과 아무 근심걱정도 없이 춤추며 오늘을 살았다는 대략적인 내용만이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런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오히려

- 책과 말의 뼈는 이성이다. 그 뼈는 화살보다 날카롭고 빠르다. 나의 일탈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이다. 누구도 이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화살에 맞지 않는 방법은 있다. 책과 말을 버리는 것이다. 동물처럼 몸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조르바처럼 춤을 추면 된다. 춤의 언어를 가지면 된다. (103쪽)

이성이 있어 동물과는 구분 된다고 자부하던 우리가 사실은 이성에 지배당하는 존재였다는 것,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이성-책과 말-을 버리고 조르바처럼 춤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문장에 책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배웠습니다.

카뮈의 [작가수첩 2]에서 뽑은 문장 ‘우리는 우리가 스무 살에 자기 가슴에 쏜 총알에 맞아 마흔 살에 죽을 것이다‘의 총알이 [페스트]였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고, 총알의 파괴가 한창 진행 된 마흔 살 언저리쯤이 되어서야 자신이 쏜 총알(243쪽)을 발견하지만 아마도 그땐 늦었다는 사실과 이중 삼중의 의미를 내포한 문장들을 읽었으나 읽지못하고 지나갔음을 깨닫는 순간 고전의 숨은 힘을, 문장의 무게를 비로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장의 무게] 페이지마다 표시 해 놓은 것과 같이 고전이지만 잘 몰랐던 새로운 책들과 더 새로운 작가들을 알게 되는 또하나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번기회를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찾아 읽어볼 계획을 세우다보니 책은 끝이 보이고 문장들은 소중하게 남습니다. 비틀어 읽고 거꾸로 읽고 다르게 읽고 생각하며 읽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인생책 한 권쯤 찾고 싶다면 [문장의 무게]에서 펼쳐 놓은 책들과 문장에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숲이 있고 길은 여러갈래 입니다. 오늘 만난 새로운 길이 또 어떤 인연의 책들과의 만남을 주선할지 기대가 됩니다. 추천 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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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문장] 문장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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