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레이먼드 카버 지음, 고영범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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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유명한 소설 [대성당]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로 나온 [레이먼드 카버 x 고영범] 때문입니다.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인생 여정을 따라 작가의 작품세계와 그들이 살았던, 작품을 집필했던 공간을 찾아다니며 좀더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사진들로 한걸음 다가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책 덕분에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레이먼드 카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그의 대표소설인 [대성당]을 읽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못 읽었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이렇게 늘어놓습니다. 대신 의외의 작품,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우리 모두]를 읽었습니다. 4월 푸르른 날들 중.

헤밍웨이를 닮은 눈빛의 레이먼드 카버 사진을 들여다 보며 그의 시들을 읽습니다. 세번째 소설집 [대성당]의 성공 이후 ‘시‘에 전념한 그의 흔적들이 다섯 권의 시집으로 남았고 [우리 모두]는 이 시집들을 한 권의 묵직한 책으로 엮었습니다.

우리 모두, 우리 모두, 우리 모두는
우리의 불멸의 영혼을
구원하려 애쓰는데, 어떤 길들은
다른 길들보다 더
빙글빙글 돌고
종잡을 수 없다. - ‘스위스에서‘

알콜중독과 가난했던 시절, 그리고 불안증과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시절에 대한 시가 있는가 하면 발자크, 헤밍웨이, W.C. 윌리엄스를 위한 시, 1985년 출간 된 그의 시집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에 실린 ‘2020년에‘에 담긴 ‘친구들이여, 그대들을 사랑한다, 진심이야. 그리고 내가 운이 정말 좋아서, 특별한 혜택을 받아서, 오래 살아남아 증인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쓴 문장(183쪽)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레이먼드 카버의 날카로운 눈빛을 발견합니다. 베네치아의 곤돌라 사공이 당신에게 장미를 건네는 장면을 그려보고, 한편으로는 젊은 날 머시병원 야간 청소부로 일하며 겪었던 일상들이 ‘부검실‘이라는 시에서 ‘가슴이 열린 채로, 주요 장기들이 그의 머리 옆 용기에 담겨 있었다.‘(305쪽)라고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나의 시가 짧은 산문보다 깊은 속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읽을 수록 궁금증 또한 깊어 갑니다. 시 인가 싶으면 일기 같고, 일기 인가 싶으면 산문 같고, 편지 같고, 고백 같은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우리 모두]를 천천히 음미하고 드디어 [대성당]이 단편소설집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시집을 읽는 동안 그의 생의 역경들이 어떤 모습으로 숨겨져 있을지 기대하며, 지면 가득 채운 네 쪽에 해당하는 시 ‘레모네이드‘를 읽고,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들을 읽을 때만다 하나에 하나씩 시로 댓글을 단 듯한 카버의 시들 또한 읽습니다. 찬란한 찬미의 감탄사는 없으나 카버의 시들은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가 시로 표현한 책들을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에 올리며 [우리 모두] 봄날의 종잡을 수 없는 시세계로 빠져들어 행복한 하루라는 선물로 가득한 시간을 맞이하길 기원해 봅니다.

#우리모두 #레이먼드카버 #시집 #고영범_옮김 #문학동네
#책추천 #대성당 #책스타그램 #미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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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탐인 - 조선스파이
정명섭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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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체탐인‘은 조선 초기 강을 건너서 여진족의 동태를 살피는 일을 했던 사람들(49쪽)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제목을 보고 ‘염탐꾼‘이라는 말이 생각나 조선시대의 염탐꾼, 조선 스파이에 관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고, 최근에 읽은 정명섭 작가님의 [조선 변호사 왕실소송사건]과 [별세계 사건부] 덕분에 더더욱 낯선 직업 명칭이나 조선시대의 호칭 등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아 흥미롭게 [체탐인]의 책세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왕자의 난을 거쳐 임금이 된 이방원이 세자 양녕대군보다 세째 왕자인 충녕대군을 더 총애하며 알게모르게 소문이 퍼질 즈음하여 성균관 유생들이 [삼국지], [서유기]와 같은 명나라의 패관소설들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부유한 집안의 조유경, 30대 중반의 황덕중, 김온과 권주혁, 손중극, 이신호 등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정자 망원정에서 제갈량의 출중한 전술로 조조의 진영을 화공으로 초토화 시킨 적벽대전 이야기를 나누며 어느때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이날 조유경이 한 말 한마디 때문에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온집안이 역모의 누명을 쓰고 풍지박살이 납니다. 그야말로 ‘구자관야 - 입은 관문과 같으니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된다‘라 했거늘 유복하게 자라 큰 어려움 없이 성균관 유생이 되어 풍족한 삶을 살던 조유경이 농담처럼 다음 임금에 대해 건낸 그 한마디로 인해 시작된 이야기는 10년, 15년 세월을 복수의 일념으로 여진족과 싸우는 동시에 여진족을 살리며 우연한 기회에 얻은 재산으로 그가 살아돌아와 사건의 관련 된 이들을 엮으며 빠르고 치밀하게 복수극이 펼쳐집니다.

임금의 뜻에 따라 충신이었다가 어느날 역신이 되는 조선초기의 혼란한 세상과 여진족이 자신들의 터전을 빼앗기고 노략질로 생명을 유지해야 했던 배경, 명나라를 섬기는 조선 사대부들과 어쩌면 그래서 더 치열했던 조선 건국 초기의 생활상을 역사적 사실과 혼합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끈 작가님의 글솜씨에 이번에도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긍국적으로 복수로 인해 주인공 조유경이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은 없습니다. 그를 배신한 이들 역시 부와 명예를 다 가진 듯 하였으나 그들이 배신한 방법으로 똑같이 배신 당하고 억울해 하는 장면을 읽으며 그들도 결국 얻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협소설 못지 않은 대활극이 펼쳐지고 지략과 암투와 속고 속이는 배신의 이야기, 그리고 복수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역시! 정명섭 작가님 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 입니다. [체탐인] 추천합니다.

#체탐인 #조선스파이 #정명섭 #장편소설 #새파란상상
#파란미디어 #책추천 #책스타그램 #조선추리스릴러 #한국소설 #역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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