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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님의 [저주토끼]는 다 읽은 후 한줄 평을 남기는 곳에서 발견한 진짜 한 줄 평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 불편하다.

표지를 사진으로 찍는 순간에야 초록색 나무로 인식하던 것들이 ‘저주토끼‘ 모형들 또는 인형들이고 그 사이로 노려보는 눈동자를 발견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여름날에 비가 오거나 천둥이 치는 날이면 아이들은 무서운 얘기를 해달라거나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때론 비명을 지르더라도 이야기 속에 빠져 눈이 반짝이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귀를 막고 눈은 무서워 감지 못하고 딴곳을 바라보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학교 괴담과 도시전설, 홍콩할매나 뱀파이어 같은 인외의 존재에 대해 열광하던 시절도 있었고 무서운 영화를 보고 가위 눌리는 경험도 했지만 한 권의 책에 엮여 있는 환상적 공포는 실로 오래간만 입니다.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할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9쪽)

귀 끝만 까만 귀여운 토끼가 장식 되어 있는 전등은 할아버지의 친구의 복수를 위해 개인적인 용도로 만들어진 최초이자 마지막 저주 용품으로 밤이면 전등에서 나온 저주토끼가 갉아먹고 갉아먹은 종이와 나무들과 동그란 똥으로 엉망이 되어 가는 지하창고와 복수의 과정에서 사그러진 어린 목숨과 젊은이와 저주의 대상과 저주를 건 할아버지까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수십번 무한 재생반복으로 듣고 듣는 ‘나‘에게 실현 되고 있는 저주의 힘을 겨우 알아차렸을 때 비로소 자신이 결혼을 하지 않아 더이상의 가족이 없다는 것에 안도하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어릴적 봤던 ‘환상특급열차‘나 ‘믿거나 말거나‘ 시리즈가 주던 재미와 상상력의 경계선을 훨씬 뛰어넘는 괴이하고 환상적이며 초현실적인 작품세계에서 옛이야기를 듣는다는 착각을 할 것 같으면, 변기 속에서 나의 오물과 머리카락을 양분 삼아 자라난 ‘머리‘가 불쑥 올라오고, 차가운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와 함께 늪에 빠지고, 첫 회사에 들어가 내가 개발한 첫 ‘인조인간‘ 반려자와 동기화 된 다음번과 그 다음 ‘인조인간‘에 의해 칼을 맞는 결과를 얻고, 오래전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에는 황금 피를 흘리는 여우가 등장하고, 괴물에게 제물로 받쳐졌던 이가 세상으로 돌아와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는 이들을 만났다고 생각할 즈음에 그 모든 원인을 제공한 이가 바로 생명의 은인이라는 사실에 허망해지는 단편들을 읽으며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그야말로 저주받은 단편집 [저주토끼] 입니다.

자본주의의 참혹함과 공포라는 선전문구는 가장 예의바른 소리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낮은 곳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악랄할 수 있는지,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선이 어떻게 하면 망가질 수 있는지 툭툭 미끼를 건네고 있습니다. 덫을 놓고 있습니다.

경고합니다.
예쁘게 만들어진 ‘저주토끼‘의 스위치를 켜 보시길.

최후의 ‘저주토끼‘ 이후 더이상 저주토끼를 만들 수 없다고 하지만 이미 만들어져 세상 어두운 곳에서 여전히 질투와 시기심을 먹고 증식하고 있는 [저주토끼]가 벌어진 사람들 사이로 등장할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불편해서 읽어야 하는 소설입니다. 위로하는 글은 1도 없지만 어딘가 희망은 아직 있다고 말하는 듯 읽혀집니다. 추천 합니다. 심약한 이는 절대 읽지 마시길.

#저주토끼 #정보라 #소설집 #아작 #공포소설
#미스터리소설 #잔혹스릴러 #SF소설 #환상문학
#책추천 #책스타그램 #2022부커상최종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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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크리크
앤지 김 지음, 이동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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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버지니아주, 미라클 크라크 입니다. ‘기적‘이라는 단어를 품고 있는 그곳에서 2008년 8월 26일 화요일, 우연과 오해와 질투가 미라클 서브마린의 고압산소치료용 체임버의 폭발 및 화재를 일으키고 그 사고로 자폐증을 이제 벗어나 일반 아이에 가까워진 여덟 살 아이 헨리와 헨리와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은 TJ의 엄마 킷 커즐라우스키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며 함께 체임버 안에서 치료를 받던 맷과 TJ, 로사와 로사의 엄마 테리사는 다치고 체임버를 조작운용하던 미라클 서브마린의 대표이자 고압산소 기사인 박은 하반신에 이상이, 그의 딸 메리는 의식이 불명인 상태에 빠트렸습니다.

일 년 후 재판 첫째 날의 풍경에는 피해자와 가해자로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이들이 등장합니다. 헨리의 엄마 엘리자베스가 피고인이 되어 형사재판장에 서 있습니다. 외동 아들 헨리가 세 살 때 자폐아 진단을 받고 강박장애와 ADHD, 감각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불안장애까지 있음을 확인 한 엘리자베스는 헨리를 위해, 헨리에게 유해하다 생각 되는 모든 것을 차단하고, 극성스럽다는 말이 돌 정도로 각종 치료와 상담을 이어갔습니다. 덕분인지 헨리는 이제 일반 아동들과 같은 반에서 수업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 되었고 자폐아엄마들의 모임에서 엘리자베스는 ‘회복된 아이‘의 엄마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재판 둘째 날과 셋째 날, 그리고 마지막 넷째 날에 이르기까지 엘리자베스, 맷과 재닌 부부, 박과 영 부부와 딸 메리, 테리사 등 각각의 시점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 되는 동시에 엉켜 있던 실타래의 줄들이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 갑니다. 가족을 위해 한 거짓말들,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한 위선들이 가리고 있던 진실들이 드러날 때 마다 안타깝고 슬프고 답답합니다.

자식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을 강요당하는 삶, 오히려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그들을 보살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하는 삶, 큰 희생을 치르고 자식의 미래를 위해 고국을 떠나 낯선 곳에 자리잡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이들의 삶, 원하지 않았음에도 부모의 결정에 의해 먼 이국 땅에 던져진 삶, 자신의 병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엄마를, 아빠를 바라보는 어린 아이들의 삶이 어떤지 결코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어렵고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할 뿐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범인으로 오해하고 범인이 아님을 이해하게 되고 또다시 의심을 하고 누군가의 거짓말에 속았다는 걸 깨닫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심정 한켠을 알아가고 작은 희망에도, 성취에도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4월 아픔이 많은 달에 읽기 시작해 5월 가족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 달에 다 읽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결말은 그들의 희생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초석이 되었다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 아쉽지만 또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5월 또는 5월에.

#미라클크리크 #앤지김 #장편소설 #이동교_옮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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