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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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문명]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릅니다. 프랑스에서 쥐들이 박멸 되었다는 미국 뉴욕으로 희망호를 타고 그야말로 마지막 ‘희망‘을 가득 안고 떠나던 장면들과 살아남은 고양이들과 집사들과 인간들과 개와 앵무새까지 흥분했던 마지막 장면이 말입니다. 인류와 지구의 모든 지혜가 담긴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USB를 목에 걸고 대멸망 이후의 지구를 재건하기 위해 희망의 땅으로, 대서양을 건너 뉴욕이 보이는 바다에서 그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기대했는지 기억합니다.

[행성]은 대서양을 건너 온 이들의 종착지 뉴욕에서의 또다른 전쟁을 예고하며 시작됩니다. 몰살 당한 것으로 알려졌던 쥐들이 다시 뉴욕을 점령하고 있었고 쥐들에게서 살아남은 이들은 고층건물 몇몇에 모여 살며 쥐들이 그 빌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외부와의 작은 통로까지 시멘트를 발라 차단하고 태양열 에너지로 전기를, 빗물로 식수를, 버섯들과 사냥한 쥐들로 식량을 자급자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희망호에는 프랑스에서 무시무시한 티무르와의 쥐군단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부지한 고양이 144마리, 인간 12명, 돼지 65마리, 개 52마리, 앵무새 1마리가 타고 있었으나 뉴욕에 도착해 또다시 시작된 쥐들과의 전쟁으로 대부분이 목숨을 잃고 살아남은 존재는 고양이 바스테트를 포함해 일곱이 전부 입니다. 그리고 어렵게 살아남아 안전하다고 여긴 고층빌딩에 입성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리와 함께 쥐들이 절대 갉아먹을 수 없다고 여겼던 빌딩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쓰려지는 광경을 목도하게 됩니다. 또다시 9.11 테러 이후 세워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재료로 지어졌다는 고층건물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피신을 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바스테트의 수컷 고양이 피타고라스가 추락하고 프랑스에서 전쟁의 승리를 이끌었던 바스테트는 뉴욕 본토에 원래 있던 ‘시민‘들과 새롭게 이주해 온 ‘거주민‘에 그저 딸린 존재로 격하됩니다. 그나마 다행히 일부 통신이 복구 되면서 대멸망 이후, 쥐들과의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세계 곳곳의 이들과 연락이 되면서 잠시 잠깐 쥐들을 도시에서 몰아내고 해방 되었다는 기쁨을 누리는 사이 뉴욕을 지배하는 쥐들의 왕 알 카포네와 프랑스에서 바스테트가 가진 USB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 온 티무르가 협력을 하며 그야말로 혼란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소설 [행성]은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선으로 인간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하지만 동시에 우월한 존재인 고양이가 집사들의 고집으로 인한 소통불가의 모습에 분통을 터트립니다. 이성적인 동시에 자기중심적인 고양이 바스테트의 생각들은 때론 잔인하고 냉철한 판단을 내립니다. 나서길 좋아하고 호전적인 바스테트의 아들 안젤로, 연적이라 생각했지만 목숨을 걸고 바스테트를 살려 준 에스메랄다, 집사인 나탈리와 바스테트에게 제3의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수술을 해준 로망 웰즈 교수가 인류와 살아남은 고양이, 개와 온갖 동물들을 위해 고분 분투할 때 이런 상황에서도 빌딩의 수직적인 모습만큼이나 서열과 등급에 따라 차별을 내세워 살아있는 동안 만이라도 좀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이룩했다는 모든 것들이 부정 될 때,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과학적 발달이 무용지물이 되었을 때,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인간의 일곱 가지 주요 예술이라 불리는 춤과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문학 그리고 영화가 모두 파괴 되어 사라지고 지워진다면 지구는 무엇으로 재건 될 수 있을까. 거듭 된 반격은 실패로 돌아가고 과연 고양이 바스테트는 살아남아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인가?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행성] 1권을 덮습니다. 다음 권에서 다시 살아날 불꽃을 기대하면서.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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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무늬 상자 특서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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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와 나무들이 온통 삼켜버린 집을 발견하고 엄마는 달리던 차를 세운 뒤 무수한 잔가지 사이로 회색 기와지붕이 보이는 폐가로 내달렸습니다. 길도 없는 곳에 길을 내며 가는 엄마, 엄마는 내가 따라오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치 급한 볼일이라도 있는 양, 누군가 손직하며 부르기라도 하는 양. (9쪽)

아토피 치료를 위해 산골 이다학교로 전학을 가는 도중이었고 우연히 발견한 은사리 마을 폐가는 무너져 내린 돌담과 마당 가득 들어찬 나무들 뿐만 아니라 누군가 살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습니다. 부엌 선반의 그릇들도 마루 아래 신발도 그대로, 특히나 마루 한가운데에 가지런히 모아진 상태로 놓여 있는 여자 구두는 흐른 세월만큼 삭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중학교 3학년 벼리는 전학생 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발견했던 그 폐가를 사기로 결정한 엄마는 바로 실행에 옮기고 엄마의 어릴적 집과 비슷하다는 그 집을 발견한 첫날 엄마가 왜 울었는지에 대해선 아직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수리에 들어간 폐가에서 벼리는 잘 보존 된 향나무로 만들어진 ‘붉은 무늬 상자‘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살던 열일곱 살 된 딸이 죽었다는 얘기를 이장님께 들었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마루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가죽 구두의 주인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됩니다.

전학 첫날 반에서 겉도는 세나와 태규를 무심히 지나쳤던 벼리는 차츰 폐가의 수리과정을 블로그에 일기형식으로 쓰고 ‘붉은 무늬 상자‘ 코너도 만들어 그속 물건들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강여울이라는 이름이 쓰여진 다이어리와 그속에 쓰여진 일들이, 열일곱 살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 일들이 여전히 지금도 자신의 반에서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표지의 화사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인가 싶은 적도 있지만 다 읽고 나니 ‘용기‘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잘못된 것을 밝히고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아이들,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엄마와 여전히 자기변명으로 타인을 기만하는 사람의 최후(?)를 읽습니다. 누군가는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습니다. 낙서로 시작 된 소문이 어떻게 [붉은 무늬 상자] 만을 남기게 되었는지 꼭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공정함에 대해, 또 누군가에 대한 실체 없는 소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입니다. 우정과 용기와 행동하는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특별한 무엇이 들어있습니다. 좋은 책은 늘 나누고 싶습니다. 권하고 싶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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