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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기다려
이옥수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평점 :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직전 강이는, 그동안 해외여행을 반대해 오던 엄마의 허락을 받고 무려 한달간의 이모와의 인도여행을 떠나왔습니다. 한강옷수선집을 하는 엄마 한수정, 엄마의 언니이자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미모를 자랑하는 이모 한수지, 왜 자기는 아빠가 없냐고 묻는 강이에게 특별한 아이라서 그렇다는 말을 믿고 자라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백댄서를 꿈꾸는 한강이 인도에서 십오 년도 넘는 오래전에 만난 운명의 남자를 찾아 인도 여행을 꿈꿔오던 이모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 참시 혼란스러운 삶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아라비아 해의 검푸른 바다가 보이는 뭄바이, 높은 빌딩 숲 사이에 존재하는 대규모의 빨래터 도비가트와 그곳에서 대물림 되는 삶을 살아가는 도비왈라의 모습을 바라보고 수소문 끝에 이모의 운명의 남자가 떠났다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며 사막을 여행하는 동안 낙타 등 위에서 원망스러웠던 엄마와 이모에 대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갈 때 즈음 이모가 찾는 운명의 남자의 이름이 자신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밤새워 시체를 태우는 바라나시와 태운 시신을 번인가트로 나르는 사람들, 그들이 믿는 시바 여신의 머리카락에서 흘러나온 신성한 갠지스 강물로 정화해 이번 생이 힘들었다면 다음생은 부귀영화를 누리길, 호화로운 이번 생을 살았다면 다음생도 그러하길 바라는 인도인들의 삶을 들여다 봅니다.
진실을 알게 된 한강은 자신이 선택했다는 엄마 한수정과 연인을 그리워하며 방황하던 이모 한수지와 함께 고된 사막 같은 지금의 삶을 여전히 걸어가려 합니다. 아마도 바람이 불면 그들이 지나온 흔적은 사라지고 없어지겠지만 이 사막의 어딘가엔 아름다운 오아시스가 있음을 알기에 걸어갑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이 나오는 걸까 싶었지만 그보다는 혼란스러운 정체성에 고민하는 청소년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두고 있어서 마냥 어리지도,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기에 소설을 읽는 독자의 마음 한켠으로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덜탄 시체가 떠다닌다는 갠지스 강에 왜 사람들이 달려가는지 아직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바람을 기다려]는 청소년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아마도 이 소설을 읽어야하는 사람은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도 그런 시절을 살아봤으니 다 안다고 착각할 때 과연 그때와 지금이 같은가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 [바람을 기다려] 추천합니다. 모르고 있던 인도의 음식들, 관습들, 여전히 존재하는 카스트 제도와 불가촉천민이 사는 동네, 나이차이가 열아홉 살이 넘는 사람과의 결혼을 강제 당하는 아이들과 손님이 오면 학교가는 것을 멈추는 것이 당연시 되는 아이들을 알게 되어 마음이 아픈 소설입니다만 그래도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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