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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소설은 ‘여름‘이라는 챕터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한여름을 연상시키는 ‘한아름‘이 남에게 다가가는 것도 다가오는 것도 두려워 늘 망설이는 사람이라 설정해 둔 벽을 뛰어넘어 손을 뻗어온 두 사람, 해든과 민아를 만나 가끔은 뽀족한 삼각형으로 때로는 팽팽한 정삼각형으로, 느긋하게 양쪽으로 최대한 벌어진 이등변 삼각형으로 하나의 삼각형을 이루는 세개의 꼭지점 같은 세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 되며 계절은 어느새 늦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엔 민아의 이야기가 기다립니다. 지금은 고체일지라도 녹는점을 가진 슬픔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민아‘와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 다음 계절엔 역시나 자유로운 겨울의 아이 ‘해든‘의 이야기가.
각자의 시점에서 상대방을 두고 생각하는 장면들을 상상하다보면 아름이 되었다가, 해든이 되었다가, 민아가 되어 고개를 끄덕이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소심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타인의 마음에 공감할 줄 아는 아름이 부럽고, 아름과 해든의 친밀한 관계를 부러워하며 정작 자신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아름과 해든의 심정은 절대 상상조차 못하는 민아가 안쓰럽다가도 누가 누굴 안쓰러워하는 거지? 하고 의문부호를 띄웁니다. 폐허 사진과 제사상을 찍은 사진들 너머에 해든은 가장 자유로운 사람으로 보이지만 또 늘 남들만큼 슬퍼하지 못하는 마음, 공감하지 못하는 마음에 커다란 구멍을 안고 살아간다고 하니 곁에서 다독이고 싶은 마음이 되어 아름이 이해가 됩니다.
기존의 삶의 경로를 벗어나는 과정에 선 세 사람을 바라보며 용기를 얻습니다. 안정적인 직장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 번쯤 선택해 도전하는 삶을 응원하게 됩니다. 무모하다고 해도 무작정 떠나는 여행처럼, 어쩌면 ‘나 겨울을 좋아했네.‘ 이런 말을 읍조리게 될지도 모르는 그 날을 기약하며.
어릴적 만난 친구가 평생친구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정답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속에 있는 말을 모두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절친이라는 말도 때로는 잘못되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소설의 제목처럼 내가 못 가진 걸 가진 당신을 ‘동경‘하는 마음, 바라고 구한다는 전시회 제목 ‘희구‘ 만큼이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름과 해든과 민아와 같은 관계를 바라고, 동경하게 됩니다. 가을에 읽게 되면 지난 여름을 떠올리게 되고, 겨울에 읽게 되면 계절이 물들기 시작한 가을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하얀 배경의 사진이 찍고 싶어 눈의 고장을 찾아 뜬금없는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봄이 오면 이 책의 표지가 떠올라 비염과 미세먼지로 코를 훌쩍거리며 봄의 다음 계절인 더운 여름을 기다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의작가상 수상작가 김화진 님의 첫 장편소설 <동경> 아름다운 모든 계절에 동경하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길 바라는 모든 분들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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