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는, 자다 깨서 찬물을 마시는 거, 그런 거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알지 찬물을 마시면 온몸에 번지는 찬물의 기운. 몸속에 들어간 물이 첨벙대는 아래로 아래로 가라 앉는 듯한 기운. 그래 그런 거. 나는 그런 거 정말 좋아. 그말이 귀여웠다. - P85
비와 책, 비와 독서, 어떤 상관이 있을까. 곰곰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산 쓰기와 독서. 오롯하게 혼자가 되는 일이다. 우산 속에서 사람은 마음이 깊어진다. - P49
평소에는 쪼글쪼글하고 작아서 있는 줄도 모르다 어떤 계기로 크게 몸을 부풀리는 변심 주머니. 변심 주머니는 순식간에 커다래져 마음 주머니를 능가하는 까닭에 신중할 줄 모르고 염치도 수치도 없이 뻔뻔하다. 변심은 후회하게 만든다. - P38
노자의 무위는 한가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소심한 수동태가 아니었다. 그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이런 것들은 하지 말라고 했던 적극적인 명령형이었다. - 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