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사일 발사 실험을 거듭하여 9월에 수소폭탄급 규모의 핵 실험을 강행했고, 11월에는 신형 ICBM 화성15호를 발사하며 ‘핵 무력의 완성‘을 선언했다. 이즈음에 한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한강은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를 친다]라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하여 한국에서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리고 "평화 이외의 해결책은 의미가 없다"고 호소했다. - P141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나타나는 붉게 칠한 나무문들. 그것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지만 어떤 문은 열 수 있고 어떤 문에는 빗장이 걸려 있다. 팻말들. 들어가지 마시오. 출입엄금. - P71
오후 두시 반에 냉장고 문을 여는 우울한 여자가 있다. 막걸리 병을 천천히 흔드는 여자가 있다. 처형당한 러시아인의 시를 미처 다 읽지 못하고 밥공기에 막걸리를 따르는 여자가 있다. 막걸리를 꿀꺽꿀꺽 삼키는 여자가 있다. 신김치를 꺼낼까 생각만 하다가 의자에 붙박인 여자가 있다. 훤한 대낮에 처형당하는 우울한 여자가 있다.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