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하영 연대기 2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일곱. 아니, 아직은 열여섯.

4년 전 연쇄 살인범 이병도는 탈옥 해 자신의 면담을 진행중이던 범죄심리학자의 집에 침입했다가 사고로 죽었고 그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하영이는 친구 선경의 의붓딸로 사건이 나던 당시엔 열두 살이었습니다. 선경의 부탁으로 시작 된 상담은 삼년을 끌어오다 이미 일 년 전에 끝났기 때문에 하영의 갑작스런 전화에 오히려 놀란 것은 희주 자신이었습니다.

하영은 친엄마가 죽던 날의 기억과 화재로 아빠집에 살게 된 것은 기억 나지만 화재가 일어난 날 밤의 기억은 없습니다. 아빠와 선경 아줌마라 부르는 새엄마와 살던 공간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범과의 조우는 트라우마를 남겼고 긴 심리상담을 통해 하영은 선택적 기억상실 만큼의 선택적 침묵을 행사하고, 사실과 거짓을 적절히 섞어서 불편하기도하고 때론 흥미로운 희주와의 상담을 진행하다 삼 년쯤 지나자 지루해져 그만 두었습니다. 아직은 열여섯 살의 하영에게 아빠의 갑작스런 이사 선언은 참을 수가 없어 결국 저녁식사 자리는 엉망이 되고 하영은 희주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 합니다.

갑작스런 강원도 강릉으로의 이사와 새로운 학교로의 전학에 거부반응을 보였던 하영은 강릉으로 이사 후 오히려 가까이 있는 등산로를 탐방하고 한 학기 남은 중3 생활에 흥미를 보입니다. 하영이 전학오기 전 가출 했다는 유리라는 아이와 잊혀졌던 자신의 어릴적 기억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며 그림자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하영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과 상담가인 희주의 시선, 가출을 했다는 유리의 이야기, 그리고 하영의 아빠이자 선경의 남편의 감춰진 비밀에 이르기까지 잘 엮인 거미줄에 걸려든 독자는 열여섯 살 아이들의 잔혹함에 당혹하고, 열두 살이었던 하영의 모습에 경악하며, 그 이전 이미 크고 있던 그림자의 흔적에 뇌수를 쏟게 됩니다. 서미애 작가님의 전작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에서 우리가 만난 것은 가족이 다 가족은 아니라는 것과 열여섯 살, 열두 살이 우리 어른들이 생각하는 세계의 어린이나 청소년이라는 착각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 입니다.

소설일 뿐이라고 되새기면서도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이 되어 내 아이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끔찍한 상상력을 키운 소설, 그러나 오히려 극단적인 하영의 선택을 박수치며 다행이라 말해야 하는 곤혹스러움이 의도 된 작가의 덫 또는 함정이 아니었나 의심케 하는... 한마디로는 도저히 정의 할 수 없는 스릴러 소설 입니다.

국내 미스터리 작가 1위라는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서미애 작가의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모든비밀에는이름이있다 #서미애 #장편소설 #엘릭시르
#문학동네출판그룹 #책추천 #미스터리 #스릴러소설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0
뮤리얼 스파크 지음, 서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30년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히틀러가 등장하는 파시즘이 팽배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는 처음 도입부분을 읽을 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떠올라 스승과 제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인간적 관계를 상상했으나, 브로디 선생은 오히려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에 등장하는 선택 된 순수혈통의 아이들처럼 자신이 만들고 싶은 ‘크림 중의 크림‘이 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선별해서 ‘브로디 무리‘를 만들고 자신의 정치색을 서서히 입힘으로서 처음엔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믿었던 브로디 무리 중 한명의 배신자로 인해 결국 9년간이나 버티던 마샤 블레인 여학교에서 해직됩니다.

열 살, 열한 살의 모니카 더글러스, 로즈 스탠리, 유니스 가드너, 샌디 스트레인저, 제니 그레이, 메리 맥그레거까지 6명의 ‘브로디 무리‘에게 역사 수업이나 영문법 수업 중인 척을 하도록 시키며 결코 학교 수업과는 관계가 없는 자신의 연애담과 아이들 각각이 지닌 특별함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전성기를 보내지만 맹목적인 아이들의 시선은 점점 줄어들고 특히 통찰력이 높은 샌디는 브로디 선생에 대한 맹신에 대해 의심을 하기 시작합니다.

샌디와 제니의 상상으로 쓰여진 브로디 선생이 주인공인 소설처럼 결국 샌디라는 인물 역시 작가인 뮤리얼 스파크의 시선을 담고 있으며, 브로디 선생은 자신의 파시스트 성향을 이해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 소녀들에게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파시스트 부대에 대한 동경과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정권을 지지하며 때론 전쟁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소명을 다했음을 확신합니다.

과거와 미래, 현재가 혼재 되어 있고 브로디 선생의 시점으로 진행 되던 이야기가 샌디의 시선으로 또 제 3자의 시선으로 변화되면서 혼돈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끼도록 만든 스파크의 창의적 소설 구조는 다소 불편했으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아이들과 같이 소설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브로디 선생이 왜, 무엇때문에 파시스트가 되었는지에 대한 작은 실마리도 없는 상태에서 어린 제자들에게 보이는 집념에 가까운 자기확신은 근거없는 소문처럼 느껴졌습니다.

독특한 매력을 가진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속에 때론 순수하고 때론 영악한 소녀들을 만나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전성기는 언제였는지,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아닌지.

#진브로디선생의전성기 #뮤리얼스파크 #서정은_옮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북클럽문학동네 #뭉클한선택
#책스타그램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은 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2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지음, 김혜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38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제2차세계대전과 스탈린 치하 대숙청의 시절에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낸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의 중ㆍ단편집 [시간은 밤]은 그저 낯선 이국의 문학이 아닌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한 생소하고 소름 끼치게 놀라웠으며 여성들의 반복되는 처절함이 악몽처럼 다가왔습니다.

첫단편 ‘알리바바‘에서 만난 알리바바는 머무를 곳을 찾아 남자들을 만나고 인생 동지로서 남자들의 곁에 머물지만 폭력에 노출되어 발코니 난간 뒤로 밀려나 사층 높이의 발코니 난간 철봉에 매달렸음에도 구조되고 응급구조대에 실려 병원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청소를 하다 일어난 사고일 뿐이라며 둘러댔습니다. 남자는 결국 알리바바의 짐들을 가방에 넣어 발코니 넘어로 던져버렸고, 알리바바 역시 손가락이 완전히 뒤로 꺾인 채 쫒겨나 자기 집, 즉 어머니 집으로 몰래 들어갔습니다. 치료를 받느라 병원에 있는 어머니는 알리바바가 집에 온 것을 알면 바로 알코올중독 강제치료소로 보낼 것을 알기에...결국 운명에 무릎꿇은 알리바바...오래전부터 가지고 다니던 안정제병을 들이켰고 위세척 후 정신이 돌아왔을 땐 정신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어머니의 낡은 교복 원피스를 다시 물려 입은 소녀의 가난함을 뼛속까지 느끼게 한 ‘밀그롬‘, 인생은 연극이라고 관망하는 사샤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이야기, 제목은 ‘아름다운 도시로‘지만 가난이 대물림 되고 서른 중반에 할머니가 되는 삶과 남겨진 딸과 딸의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그래도 따스한 온정을 느낄 수 있게 도움의 손길이 등장하는 이야기 끝에 중편의 ‘시간은 밤‘이 등장 합니다. 손자와 구걸하다싶이 친구집을 찾아가는 ‘나‘와 또다른 갓난아이를 키우기 위해 떨어져 사는 딸과 알코올중독의 아들과 정신병원에 수감 된 어머니...나는 시인이다. 밤, 나의 시간, 별들과 신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모든 것을 기록하는 나의 시간을 노래하며 [식탁 끝에서 쓴 수기]를 남기고 텅빈 집에서, 살아 있는 이들이 내게서 떠났다며 생의 마지막을 고하는 안나 안드리아노브나의 이야기가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열다섯 살 또는 열여섯 살에 보호받지 못하는 임신과 출산, 방황과 폭력의 세상에 던져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그것이 전혀 과장 된 소설이 아닌 작가의 삶이 녹아든 이야기라는 사실에 놀라고,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가 여전히 자신만의 색을 입힌 글을 쓰는 작가로 살고 있음에 더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와 두번째 읽었을 때, 지금 정리하며 간단히 읽는 순간까지 서로 다른 감정들이 얽혀들고 있습니다. 가난한 여성들의 삶이 비참하다 느낄 때도 있었고, 그런 삶을 극복하는 힘은 무엇일까 의문도 들었고, 다 포기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에서 왜 도움을 줄 존재가 없었을까 안타까웠습니다.

[시간은 밤]은 결코 편안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밤. 나의 시간에 천천히 읽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시간은밤 #류드밀라페트루솁스카야 #김혜란_옮김
#문학동네 #국내초역 #세계문학전집 #러시아문학 #책추천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