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에 머문 날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W. G. 제발트 지음, 이경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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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 머문 날들]의 추천사를 쓰신 정지돈 작가님의 추천사를 그대로 옮겨적고 싶어집니다. 고백하건대, 제발트에 대한 호기심이 없었다면 결코 몰랐을 고트프리트 켈러, 요한 페터 헤벨, 로베르트 발저의 작품세계와 그 독특함을 만날 수 있게 다리를 놓아주고 혼란의 소용돌이에 밀어넣었다고 말입니다.

이책 [전원에 머문 날들]은 위의 세 명의 작가들의 문학과 작가에 대한 에피소드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속 이야기들, 작가들의 작품에 나름의 주석을 다는 제발트의 비평이 담겨져 있으며 동시에 장자크 루소의 [고백록]에 나오는 한 구절인 ‘이 호수가 바다였다면‘을 제목으로 하는 생피에르섬을 방문하고 쓴 산문과 에두아르트 뫼리케를 위한 추모의 글과 어쩌면 이들과는 다른 궤도를 돌고 있는 화가 얀 페터 트리프에 대한 작가의 에세이가 함께 묶여져 있습니다.

한 달의 기간동안 읽기를 시도하고 몇 장을 읽다가 덮고, 다시 열고닫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고독한 산책자-로베르트 발저를 기억하며‘에 이르러 이름이라도 아는 작가가 등장했습니다.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가 나오고 주인공인 서기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죽음에 스며든 허무함, 공포와 변덕스러움이 발저의 작품들과의 공통점을 이룬다는 설명에 이제 전혀 모르던 저자 제발트에 이어 로베르트 발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스위치가 켜졌음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표지와 제목만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어린 시선을 품고 책을 펼쳐 만난 것은 작가라는 글쓰기의 세계에 빠진 이들의 진면목이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놓아버려도 심지어 자신의 정신까지 놓았어도 산책길에 작은 연필과 잘라낸 메모지에 쓰고 또 써야하는 이들에 대한 찬사를 발견합니다. 한번 읽어냈으니 다음엔 더 잘 읽어낼 내공을 키우고 던전 같은 제발트의 세계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장님이 만진 코끼리 다리 만큼의 느낌으로 감히 다음엔 유고집 [캄포 산토]에 도전장을 내밀며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전원에머문날들 #WG제발트 #이경진_옮김 #문학동네
#비평문 #산문집 #에세이 #책추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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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로 돌아갈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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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 주에 다 읽고도 놓지 못해 간직하듯 리뷰를 미루고 있던 책 [먼길로 돌아갈까?] 입니다.

저자인 게일 콜드웰은 몰라도 [명랑한 은둔자]와 [욕구들]을 쓴 캐럴라인 냅은 알고 있었고 이 두 권의 책은 먼저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가을 은행잎 만큼이나 설레이는 표지를 단 이책에 관심이 생긴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아홉 살 차이 나는 두 사람의 우정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깊은 우정이라면 한 사람의 빈자리는 어떻게 채워지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먼길로 돌아갈까?]였고 읽다보니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은 개들이었다.(35쪽)
게일 콜드웰은 27킬로그램의 한 살배기 사모예드 클레먼타인을, 캐럴라인 냅 역시 나이가 같은 셰퍼드 믹스견 루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 찰스강 가까이에 살고 있었으며 둘을 모두 알던 개 훈련사 캐시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처럼 산책을 하다 만나 동행을 했고 작가들의 공통점인 소극적인 자기중심주의 성향으로 오직 자기 개라는 주제 하나에 골몰하고 있던 시간이 지나 서로가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들을 발견합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헤어지는 시간을 늦추기 위해 ˝집까지 먼길로 돌아갈까?˝ 제안을 하고 그럼에도 언제나 그 시간은 짧게만 느껴지곤 합니다. 서로가 긴 시간을 즐겨왔던 취미를 바꿔 도전을 하고 일상의 묵묵함과 필요할 때 부를 수 있는 진정한 친구로 자리매김을 톡톡히 합니다. 평생 수영을 해 온 게일은 자신있게 캐럴라인 루잉 보트의 노를 젓는 시도를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어렵고, 캐럴라인 역시 직접 물에 들어가 하는 수영은 어려웠지만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캐럴라인의 책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에 이름을 바꾼 게일과 클레먼타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어느 날 저녁엔 캐럴라인이 혼자 부엌에서 차를 끓이다가 갑자기 가슴 한가득 행복감이 차올라 이튿날 아침 고해하듯 이때의 심경을 들려줬습니다. ˝세상에,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그리고 게일은 쾌활한 우울증 환자!˝(121쪽)라고 큰소리로 말하곤 곧 같은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2002년 6월 초,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흥분으로 가득했을 그 시기에 마흔둘의 나이로 캐럴라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채 두 달이 안되는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습니다. 게일은 그런 캐럴라인을 애도하는 동시에 한편으론 아픔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를 합니다. 또 그녀에게 유산으로 물려받은 로잉 보트로 8킬로미터를 타고 나면 자랑스러운 마음에 그녀에게 큰소리를 치곤 합니다. ˝아마 내가 꽤 대견하겠지.˝라고.

남이지만 서로를 닮았던 두 사람의 우정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어린시절의 동창생 생각도 떠올리고 깊어가는 가을이 저무는 것에 아쉬워 가까운 등산로를 걷기도 하며 책과의 좋은 만남을 오래 기억하려 곱씹어 읽고, 소리내 읽고, 문장들을 필사도 했습니다. 이 가을에 [먼길로 돌아갈까?]는 참 어울리는 산책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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