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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12월
평점 :
˝그, 부록 말입니다만..... 어떻게 고르는 겁니까?˝
˝대강 고르는 거예요.˝ (368쪽)
하토리 초등학교와 담장으로 구분 된 ‘하토리 커뮤니티 센터‘는 처음엔 초등학교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의 교류를 목적으로 마련 된 장소였는데 지금은 보안상의 문제로 서로 통행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민센터의 다양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들처럼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배울 수도 있고, 장기, 바둑, 훌라 댄스, 건강 체조, 꽃꽃이나 강습회 등의 이벤트도 자주 열리는 곳입니다. 센터 안쪽엔 지역 주민들에게 책을 대여해 주는 도서실이 있고 사서 고마치 사유리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딱 맞는 책 추천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도서실에 있어요]의 표지를 본 순간 아기자기한 피규어들이 눈에 띄였습니다. 도서실이니 책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 비행기, 게...라니 육해공을 상징하는 걸까?하고 궁금했다가 책 끝에 살짝 올려진 프라이팬을 발견하고는 상상하기를 접고 빠르게 답을 찾아 책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의외로 첫번째 등장인물 스물한 살 여성복 판매원 도모카가 바로 그 프라이팬 양모 펠트를 선물 받았습니다. 도모카의 고향은 온통 논 뿐인 시골이라 전문대를 졸업하고 도쿄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것이 꿈이었지만 에덴에 입사 후 반년이 지난 시점에 회의감에 빠져버렸습니다. 의외의 인물 안경 매장의 기리야마 군 덕분에 지역 주민을 위한 센터에서 이직에 도움이 될만한 컴퓨터 교육을 저렴한 가격에 수강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찾아간 곳이 바로 ‘하토리 커뮤니티 센터‘ 입니다. 그리고 센터의 코너에 도서실이 있다는 말에 사서 고마치 사유리에게 초보자를 위한 컴퓨터 책 추천 목록을 받았는데 목록 맨 아래 [구리와 구라]라는 동화책이 떡하니 있고 사서는 그 책의 부록이라며 프라이팬 모양을 한 양모 펠트까지 건네 줍니다.
2장엔 서른다섯 살의 가구 제조업체 경리팀 직원 우라세 료와 골동품 가게 이야기가, 3장엔 전직 잡지 편집자인 마흔 살의 나쓰미가, 4장엔 서른 살의 백수 스다 히로야, 마지막 5장엔 예순다섯 살로 정년 퇴직을 하게 된 곤노 마사오가 각각 커뮤니티 센터 도서실에 가게 된 이야기와 그곳에서 추천 받은 의외의 책과 부록으로 받은 양모 펠트들, 바로 고양이, 비행기, 게, 프라인팬, 지구본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이미 한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단편처럼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이들의 도서실 방문기가 서로서로 연관 된 이야기기를 이끌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정년 퇴직한 곤노 마사오 사연에 이르러 모든 문장에 꼭 기억하자는 표시줄을 달고 싶어집니다. 회사를 더이상 다니지 않을 뿐이지 사회생활이 끝난 것도, 인생이 멈춘 것도 아니라는 사실,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늘어났으며 그동안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조차 몰랐던 그가 아내가 그 음식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바로 자신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고 사서가 추천해준 책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음을 깨닫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힘들 때, 지쳐 있을 때 엉뚱한 책에서 받는 위로와 무심하게 주어진 부록으로 의미를 스스로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번 꼭 읽어 보세요. 책은 만들고 파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누군가 읽고 자기것으로 하는 순간 의미가 있습니다. 연말과 연초에 [도서실에 있어요]와 함께 나름의 의미를 찾았고 비로소 만났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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