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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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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 필생의 역자이라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알게 된 건 영화 ‘기생충‘의 여배우 조여정이 자신의 인생책으로 꼽은 책들 중 작가의 이름이 너무나 낯선 ‘보후밀 흐라발‘이라 호기심이 발동해 검색해 보고 나서였습니다.

내용은 물론 체코 작가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덜컥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작고 얇은 책이 늘 그렇듯, 독백 소설이 그렇듯, 진짜와 환각과 과거와 미래가 혼재 되어 미로 속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글을 읽었을 뿐인데 주인공 한탸의 작업장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생소하고 지저분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악취가 가득한 그곳에 소환 된 느낌입니다.

1장부터 8장까지 한탸는 삼십오 년째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라고 반복적으로 그러나 다른 형태로 이야기 합니다. 지하공간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폐지들을 압축기에 넣어 표지의 정육면체와 같이 만드는 일을 삼십오 년째 하며 그일을 사랑하는 한탸에겐 고독과 외로움 이외에도 책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보후밀 흐라발은 1948년부터 1990년까지 42년간 체코를 지배한 공산주의 체제의 감시 아래 있을 때 글을 썼고 같은 시대의 체코인 밀란 쿤데라와는 달리 조국을 떠나지 않았기에 이때의 경험은 곧 [너무 시끄러운 고독]속에 녹아져 있습니다. 퇴직과 함께 압축기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들을 압축해 전시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버려진 프로이센 왕실 도서관 책들이나 대학의 논문들, 무더기로 버려지고 세상에서 지워지는 사상서, 철학서, 문학책 등을 신중하게 골라 집에 가져가 자신만의 공간에 전시하듯 펼쳐 놓습니다. 그는 이렇게 혼자 있는 것 역시도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속에 살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한탸는 5천 코루나짜리 복권에 당첨 되었으나 우연한 행운의 돈은 절대 미래를 위해 남겨두지 않습니다. 연인이라 부르기엔 너무 먼 만차와 시작도 전에 깨진 관계는 한탸의 생이 끝나갈 때쯤 다시 등장하고,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어린 집시와의 사랑 역시 어느날 끝나지만 그건 그녀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로 수용소에 보내진 여인의 이름은 책의 대부분이 읽히고 나야 단 한 줄로 표기 되어 있습니다.

한탸의 마지막은 충격적 입니다. 그의 선택이 어린왕자의 선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롭지만 지상에 줄이 연결 된 연 처럼 자유영혼 처럼 느껴졌던 한탸의 마지막 선택은 책속에 갖힌 삶일 수도, 아니면 그 자신이 책이 되는 자아실현 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앞에 등장하는 예수와 노자의 대비되는 행동과 겉모습 묘사를 읽으며 하수구 어디선가 여전히 전쟁을 벌이고 있는 회색 쥐들과 검은 시궁쥐들은 과연 누구를 의미하는지, 단순히 그저 쥐의 겉모습으로 구분한 표현인지 곱씹으며 읽습니다.

하늘은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수업이 들었지만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신화와 종교를 떠난 인간이 올려다 보는 하늘은 기도하는 하늘인 동시에 자연의 하늘일 뿐이지만 그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어쩌면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 답이 쓰여 있을 수 있으니 언젠가 꼭 만나보시길 추천 합니다.

#너무시끄러운고독 #보후밀흐라발 #장편소설 #이창실_옮김
#문학동네 #책추천 #책스타그램 #체코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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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레이먼드 카버 지음, 고영범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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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유명한 소설 [대성당]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로 나온 [레이먼드 카버 x 고영범] 때문입니다.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인생 여정을 따라 작가의 작품세계와 그들이 살았던, 작품을 집필했던 공간을 찾아다니며 좀더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사진들로 한걸음 다가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책 덕분에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레이먼드 카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그의 대표소설인 [대성당]을 읽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못 읽었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이렇게 늘어놓습니다. 대신 의외의 작품,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우리 모두]를 읽었습니다. 4월 푸르른 날들 중.

헤밍웨이를 닮은 눈빛의 레이먼드 카버 사진을 들여다 보며 그의 시들을 읽습니다. 세번째 소설집 [대성당]의 성공 이후 ‘시‘에 전념한 그의 흔적들이 다섯 권의 시집으로 남았고 [우리 모두]는 이 시집들을 한 권의 묵직한 책으로 엮었습니다.

우리 모두, 우리 모두, 우리 모두는
우리의 불멸의 영혼을
구원하려 애쓰는데, 어떤 길들은
다른 길들보다 더
빙글빙글 돌고
종잡을 수 없다. - ‘스위스에서‘

알콜중독과 가난했던 시절, 그리고 불안증과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시절에 대한 시가 있는가 하면 발자크, 헤밍웨이, W.C. 윌리엄스를 위한 시, 1985년 출간 된 그의 시집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에 실린 ‘2020년에‘에 담긴 ‘친구들이여, 그대들을 사랑한다, 진심이야. 그리고 내가 운이 정말 좋아서, 특별한 혜택을 받아서, 오래 살아남아 증인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쓴 문장(183쪽)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레이먼드 카버의 날카로운 눈빛을 발견합니다. 베네치아의 곤돌라 사공이 당신에게 장미를 건네는 장면을 그려보고, 한편으로는 젊은 날 머시병원 야간 청소부로 일하며 겪었던 일상들이 ‘부검실‘이라는 시에서 ‘가슴이 열린 채로, 주요 장기들이 그의 머리 옆 용기에 담겨 있었다.‘(305쪽)라고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나의 시가 짧은 산문보다 깊은 속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읽을 수록 궁금증 또한 깊어 갑니다. 시 인가 싶으면 일기 같고, 일기 인가 싶으면 산문 같고, 편지 같고, 고백 같은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우리 모두]를 천천히 음미하고 드디어 [대성당]이 단편소설집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시집을 읽는 동안 그의 생의 역경들이 어떤 모습으로 숨겨져 있을지 기대하며, 지면 가득 채운 네 쪽에 해당하는 시 ‘레모네이드‘를 읽고,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들을 읽을 때만다 하나에 하나씩 시로 댓글을 단 듯한 카버의 시들 또한 읽습니다. 찬란한 찬미의 감탄사는 없으나 카버의 시들은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가 시로 표현한 책들을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에 올리며 [우리 모두] 봄날의 종잡을 수 없는 시세계로 빠져들어 행복한 하루라는 선물로 가득한 시간을 맞이하길 기원해 봅니다.

#우리모두 #레이먼드카버 #시집 #고영범_옮김 #문학동네
#책추천 #대성당 #책스타그램 #미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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