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가야 한다
정명섭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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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3년(1600년) 2월의 한양,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강철견의 아들 강은태와 원래 양인이었으나 조씨 집안의 외거노비와 혼례를 올려 그 자식은 노비신세가 된 황음치의 아들 황천도가 태어났습니다. 훈련도감 파총(정4품 무관)을 지내고 임진년에 시작 된 왜란에 의병으로 참전해 충심을 높이 평가 받는 강철견은 부와 명성을 잡고자 외아들인 강은태를 광해군 10년(1618년) 명나라의 파병요구에 출정 시키고, 태어나던 날 어미를 잃은 황천도는 조씨 집안의 자식을 대신해 역시 같은 만주로의 파병에 참여하게 됩니다. 조선군은 한겨울 압록강을 건너야하는 고난 길도 견뎌냈지만 심하에서 후금군의 공격에 전멸을 당하고 강은태와 황천도 두 사람은 포로가 되어 모진 세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양반이었으나 노비였던 황천도와 같은 노역꾼이 된 두 사람은 10년 세월을 동거동락하며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 친구가 되었고 함께 고국인 조선으로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목표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존재가 되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쫓겨나고 후금은 청나라를 세우게 되었고 조선의 왕은 그런 청나라 군대에 항복하며 포로 신세였던 이들에게 고국으로의 귀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속환의 길. 인조 15년(1637년) 2월, 심양의 북문 병영에서 거둔 똥을 똥지게에 짊어진 두 사람, 바로 강은태와 황천도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조반정에 적극 참여했던 강철견이 속환금액을 마련하여 자신의 아들 강은태를 데려가고자 심양까지 사람을 보낸 것입니다. 지난 십오 년 세월을 함께 동거동락했던 두 사람에게 또다시 신분의 차이에 의해 한 사람은 속환이 되어 고국으로, 남은 한 사람은 여전히 이국의 땅에서 노예와 같은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된 것입니다.

과연 이 두 사람의 운명은...

반드시 [살아서 가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 과연 이 두사람 모두 가족과 만났을지는 책을 읽어보시길.

읽는 내내 역시 역사소설은 정명섭 작가님이라고 외쳤습니다. 그 시대를 실제로 겪은 사람처럼, 한이 쌓인 울분에 가까운 문장과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은 자식을 위해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부정을 그려낸 솜씨에 역시를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명섭 작가님의 책들을 한 달에 한 권씩 읽으며 조선 초기, 중기, 말기, 일제시대에 이르기까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강은태의 집이 있던 훈련도감터와 황천도의 집이 있던 새문고개 넘어 당주동, 새문동, 홍제원과 무악재 등 알고 있는 지명이 나올 땐 반갑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매일 출근하는 길에 훈련도감터 표지석을 만날 때면 이런 역사가 숨겨져 있었구나,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도 있었을까 상상을 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 5월 입니다.

우정과 배신의 키워드는 띄워져 있고, 과연 그들은 살아서 돌아왔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살아서 가야 한다] 강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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