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올가 그레벤니크 지음, 정소은 옮김 / 이야기장수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년전 우리나라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인공눈으로 가득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그때까지도 설마설마 21세기에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전쟁이 터질거라고 상상을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려는 곧 전쟁이라는 모습으로 아직 팬데믹으로 힘든 이들에게 더큰 시련으로 다가 왔습니다.

[전쟁일기]의 저자는 우크라이나 그림책 작가 입니다. 아홉 살 아들 표도르, 네 살의 딸 베라와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그림책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그런 그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두 아이와 함께 고국을 탈출하는 과정을 연필 한 자루로 매일매일 그림으로, 짧은 글로 적고 그렸습니다.

처음엔 집, 지하에 방공호에서 포탄이 터지는 소리들을 들으며, 조용해지는 틈을 이용해 9층의 집으로 올라가 짐을 챙겨오며, 시내가 폭격당하고 미사일이 이바노바 사거리에 떨어져 어린 뮤지컬 배우들과 피난민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릴 때에도 탈출의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지는 순간에도, 아이들의 배낭 마저 버리고 두번째 기차를 타는 순간에도 올가 그레벤니크는 순간들을 그리고 적습니다.

어머니와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고향에 남겨두고 인생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길, 혹시 몰라 전쟁 첫째 날 아이들의 팔에 이름과 생년월일과 전화번호를 적고 자신의 팔에도 역시 같은 일을 반복하며 무서운 현실에 더해 그 참담한 순간들을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전쟁일기]의 마지막 장에 있는 난민숙소에 도달한 3월 12일까지의 기록들 뒤로 벌써 두 달이라는 시간은 흘렀습니다. 전쟁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으며 끝날 듯 끝날 듯하다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 휴전 국가에 살면서 안일했던 생각들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힘 있는 이들이 유희처럼 명분을 내세우며 일으킨 전쟁으로 절망과 공포속에서 오늘도 캄캄한 미래를, 당장 살아갈 내일을 걱정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제발 평화가 오길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전쟁일기 #올가그레벤니크 #정소은_옮김 #우크라이나의눈물
#이야기장수 #책추천 #책스타그램 #문학동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다섯 권에서 뽑은 시들로 엮은 [우리 모두]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대표작 [대성당]을 본격적으로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불우했던 삶과 실패한 결혼과 두번째 결혼으로 사랑을 비로소 찾아가던 삶과 알콜중독과 의욕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한지 5년만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굴곡진 인생만큼 함축 된 시에는 다 옮겨놓지 못한 이야기의 시작이 여기 [대성당] 안에 실려 있습니다.

[대성당]에는 표제작 ‘대성당‘을 포함해 12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져 있습니다. 책을 펼쳐서 처음 만나는 단편 ‘깃털들‘은 낯설고 기이합니다. 직장에서 알게 된 버드라는 친구가 집으로 초대해 부부 동반으로 그 집을 방문하는 과정을 실었는데 난데없이 공작새가 차창 앞에 나타나 ‘메이오, 메이오!‘라고 울고 지나갑니다. 버드의 아내 프랜이 키우는 공작새 입니다. 부부의 생후 팔 개월 된 아기 해럴드를 본 아내는 ‘그렇게 못생긴 아기는 여태 본 적이 없었다‘라고 말합니다. 숨겨진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두근거리며 읽었지만 괴상하게 울던 공작새는 그날저녁 숲으로 날아가 사라지고, ‘진실은, 내 아이에게는 뭔가 음흉한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는 문장과 함께 공작 깃털 몇 개를 버드의 부인 올라가 프랜에게 주는 게 기억난다는 걸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다른 단편 ‘셰프의 집‘과 ‘보존‘은 가구 일체가 구비된 셋집을 얻은 부부와 석 달 전 해고 된 뒤로 소파에서 벗어날 생각을 안하는 서른한 살의 샌디의 남편 이야기가, ‘칸막이 객실‘에는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기차여행을 떠나는 마이어스의 이야기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비타민‘에는 예약 된 아이의 여덟 살 생일 케익과 영원히 여덟 살이 될 수 없는 아이의 부모와 비타민 상자에 담겨진 베트남 전쟁에서 전리품처럼 잘라 온 귀가 이야기 중심에 실려있습니다. 레이먼드 카버가 실제로 체험한 병원 야간근무의 경험이 담긴 소설과 알콜 중독에 빠져있던 자신을 그대로 담아낸 소설 ‘신경써서‘ 등을 읽고 나야 대단원의 막처럼 ‘대성당‘을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온통 상실 된 감각의 소설들의 끝은 ‘시각‘을 잃은 아내의 지인 로버트의 등장으로 시작 됩니다. 젊은 날 로버트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했던 아내와 아내 이후에 책을 읽어주던 여인과 결혼한 로버트가 자신의 부인의 죽음 이후 친지들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이 부부를 방문했고 TV에 소개 된 대성당을 설명하던 남편을 향해 로버트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합니다. 두 사람이 손을 겹치고 ‘대성당‘ 을 그리고, 나중엔 나도 눈을 감고 그림을 완성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대성당]을 읽다보면 눈이 있으나 보지 못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과 볼 수 없으나 충만하게 그려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작품들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지워나가며 신체적 결함은 삶에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의미로 다가 옵니다. 비유되고 은유 된 시어들의 연결과 같은 카버의 단편들은 처음 읽을 땐 괴이하고 두번째 읽었을 땐 어렴풋하다가 ‘대성당‘ 처럼 세번쯤 읽어야 감은 눈 안에 보지 못한 ‘대성당‘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읽지 않은 이들에게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시길,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상실 된 것은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는 그날까지. 추천합니다.

#대성당 #레이먼드카버 #김연수_옮김 #소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문학동네세계문학 #책추천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