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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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계선‘, ‘렛미인‘ 모두 못 본 상태에서 작가의 책 [언데드 다루는 법]을 읽고 충격을 받았었는데 [경계선]이 같은 작가의 책이라는 사실에 더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책을 국내소설이라고 오해를 하게 된 이유는 ‘소설가 김중혁 추천‘이라는 문구를 얼핏 보고 당연히 국내 작가라고 착각을 했고, 숲으로 들어선 두 여인과 여러 동물들, 새들과 나방 등등이 그려진 표지를 보고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혀 그저 궁금증만 키워나갔을 뿐 트롤과 뱀파이어와 아파트를 기울여가며 사람들을 먹어치우는 문어를 만날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표제작인 ‘경계선‘은 특이한 능력 - 냄새로 사람들의 감정 및 비밀 등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티나가 주인공인 소설 입니다. 세관 검색대에서 마약을 탐지해 내는 능력을 인정 받는 티나, 허용량 보다 많은 보드카 등을 몰래 숨겨 들어오는 이들을 척척 골라내는 능력이 탁월해서 많은 곳에서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티나 역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티나는 어려서 숲의 나무와 대화를 할 줄 아는 아이였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풀어놓을 곳으로 늘 찾아가던 나무에 벼락이 떨어지면서 티나는 큰 화상을 입었고 마흔두 살이 된 지금, 그나마 자신과 같은 공간에서 동거인으로 지내주는 롤란드 덕분에(?) 혼자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티나의 집에 살면서 개들을 키우며 돈을 받고 교미를 해주는 일을 하는 롤란드, 점점 늘어나는 개들과 롤란드의 출장이 핑계일 뿐 다른 여자들을 만나기 위한 외박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티나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티나가 잡아내지 못한 수상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보레 입니다. 아기 냄새가 나는데 그의 물건 중에는 아기와 관련 된 어떤 흔적도 없고 그런 티나를 주시하는 보레가 이후 다시 한번 티나를 찾아옵니다. 티나는 롤란드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미스터리한 남자에게 자신의 여름 여행객용 오두막을 빌려주고 아기 냄새의 정체를 찾아 그 주변을 배회합니다. 충격적인 보레의 정체와 아기, 이웃에 사는 엘리사베트의 출산을 돕게 된 티나가 떠올리게 된 과거와 정신이 온전치 못해 병원에 있는 티나의 아버지, 그리고 존재의 진실...

역시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소설에는 우리가 일상이라 느끼는 이 평온함을 비틀고 난자하여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르면 배척을 합니다. 배척할 수 없을 정도의 나약한 존재를 만나면 그들을 우리와 같은 존재로 만드는 것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꼬리뼈가 길게 자란 아기의 꼬리뼈를 잘라내는 것도, 남성과 여성이라면 마땅한 신체적 차이를 서로 바꿔가진 아기라면 맞다고 믿는 쪽으로 억지로 꿰어맞추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믿습니다. 소설 [경계선]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들에는 인간사회에 스며든 많은 인외의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트롤도 뱀파이어도, 언데드도 때론 화장실의 괴생명체도 우리가 경고하게 세운 울타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믿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고정관념이 만든 허상에 의지하다가 실체를 만났을 때의 괴리감처럼, 87863개의 성냥개비로 아파트 거실에 세운 거대한 돛단배처럼, 가능과 불가능을 구분짓는 선이자 선과 악, 옳고 그름이라는 추상적 선을 ‘경계선 ‘ 삼아 우리는 자신에게 유리하면 좋다고, 선하다고 평가하고, 반대의 경우엔 악으로, 틀렸다고 선언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오랜세월 우리의 모습을 가장한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먼 과거의 신화시대의 신들이 인간계에 유희를 즐기기 위해 내려왔던 것처럼, 까마득하게 먼 우주에서 또는 지구의 진화 과정 어딘가에서 인류와는 다른 지적 존재들이 우리 눈에 안보이게 살고 있던가 우리 속에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소설 [경계선]은 과연 ‘이 광활한 우주에 우리만이 지적존재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재밌습니다. 그리고 불편한 진실도 담겨있습니다. 황당할 수도 있고, 불쾌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번은 ‘경계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아무 지식도 없이 이 책[경계선]을 읽기 보다는 [언데드를 다루는 법] 또는 [렛미인]을 먼저 읽고 예열이 된 상태에서 만나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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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 네트워크
챈들러 베이커 지음, 이동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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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로 데뷔한 챈들러 베이커는 2019년 첫 성인 독자 대상의 소설 [위스퍼 네트워크]를 발표하면서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Whisper Network‘는 여성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비공식적인 정보 네트워크로 보통 자신이 종사하는 산업의 남성 권력자 중 성희롱이나 성추행 혐의가 있는 이들의 명단을 은밀하게 공유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배드맨 리스트‘라고 등장 하는데 ‘댈러스 나쁜 놈 경계 리스트Beware of Asshole Dallas Men‘의 약자 배드(BAD)맨 리스트와 트루비브 회사의 CEO 데즈먼드 뱅콜의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과 트루비브에 근무하는 네 명의 여성 변호사 슬론, 아디, 그레이스, 캐서린과 사망한 CEO의 자리에 앉게 될 것이 유력한 대표 변호사 에임스 개릿, 그리고 트루비브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는 싱글맘 로살리타가 주요 인물로 등장해 이야기와 사건들을 이끌어 갑니다.

슬론, 아디, 그레이스는 친한 친구 사이 입니다. 그레이스는 출산 12주 만에 복직해서 모유수유를 위한 유축실 사용을 매일 하고 있고, 슬론의 딸 애비게일은 중학생이며, 아디의 아들 마이클은 이제 네 살이 되었습니다. 변호사들이 주요인물에 대거 포진하고 있음에도 법정 사건을 다루는 로펌변호사들이 아니어서 오히려 사내정치나 차별, 미투(me too)와 페미니즘과 관련 된 여성 연대의 이야기가 더 많이 실려 있습니다. 책의 도입부를 읽을 땐 솔직히 슬론 글러버가 제일 비호감 이었습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모유수유를 고집하는 그레이스의 남편 리엄도 역시 비호감 목록에 올랐고, 그나마 아디가 청소원인 로살리타의 아들이 재능이 있는 것을 발견해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과외 등을 해주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어떤 전개가 이뤄질지 궁금했습니다. 이야기는 3월 20일을 시작으로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형사들이 등장하는 진술 녹취록이나 직원 진술서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행을 하면서 모정의 사건이 벌어졌음을 암시하는데 책의 마지막에 가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집니다. 거대 기업인 트루비브가 선임한 로펌 변호사와 트루비브에서 근무하던 기업변호사 간의 대립, 자신의 일자리와 풍족한 경제생활을 포기하더라도 반기를 든 그녀들, 오히려 그 사건을 일으킨 인물은 쏙 빠진체 어마어마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게 된 그녀들의 이야기, 얌체같은 이의 배신에 치를 떨다가 극적인 반전에 다행이다 싶었는데 최후의 일격에 뒤통수가 정말 얼얼합니다.

소설일지라도 미국의 사회상, 여성에 대한 편견과 남성 우월적인 여론 등을 읽으며 우리사회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과 함께 의외로 미투 운동 등의 영향으로 지금은 이 책이 쓰여진 2019년의 미국보다 더 빠른 사회적 의식 개선작업이 이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들도 있고, 피해자가 당할만한 여지를 준 것 아니냐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또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으니 나름 파격적인 소설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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