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숨이 막혀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는 휴일 오후면, 고등학생이던 명윤은 가방을 메고 경인선 철길을 따라 차량기지 쪽으로 걸어갔다. 차량기지의 철조망 사이로 난 개구명으로 들어서면, 버려진 열차들과 침목들 사이로 잡풀들이 무성하게 돋아 있었다. 허리 높이로 쌓인 침목들 위에 걸터앉아 그는 문고판 소설을 읽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책장을 적시는 것도 모를 만큼 그는 열중해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사위가 어둑해질 무렵이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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