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쓰기 딱 좋은 날 - 정끝별의 1월 시의적절 1
정끝별 지음 / 난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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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설(雪)과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인 설이 함께 들어 있는 2025년 1월에 새하얀 표지에 그보다는 덜 하얀 눈 위에 ‘사과‘가 있는 <시쓰기 딱 좋은 날>을 만났습니다. 설레임이라는 단어로 시작해 순한글 이름의 시인이 쓴 시와 에세이와 일기를 읽는 동안 착각의 늪에 빠졌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여러번 해야 했습니다. 무척이나 밝은 시인의 성격을 기대했다가 어이쿠야 하면서 뒤로 물러나기도 하고, 이름이 주는 상큼한 이미지에 분명 나 보다 나이 어린 시인일꺼란 상상을 멋대로 하다가 한참은 어른인 시인을 발견하곤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낯설어 더 정감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이 새하얗게 물든 1월을 걸어오며, 지난 30여년의 직장생활에 있어서 늘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1월과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건 이제 4로 시작하는 나이를 벗어난 허탈함 때문도 있고 일상이 반복 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은 이유도 있습니다. 마냥 시간의 쳇바퀴에 올라타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신세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상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없을지라도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 걸어간 흔적 위에 내 발자국을 남기며 따라가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세상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그런 시간에 함께 밤을 보내고, 낮에는 가방속에서 잠들어 있던 <시쓰기 딱 좋은 날>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어디선가 봄은 올꺼라고 말하는 듯 위로가 되었습니다. 

언니에게 물건을 물려 받던 시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언니가 없이 동생들만 있어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내려놓았던 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첫아이라는 특권으로, 나름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는 이유로 늘 떠받들어지던 어린 날들...그러나 꿈은 꿈일 뿐 K장녀의 운명처럼 어깨 위에 올려진 무거운 가난의 단어들이 기억속에 추억속에 돌멩이처럼 박혀 있습니다. 

백석과 릴케를 다시 만나는 즐거움을 발견하고 어쩌면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걸 내일로 걸어간 눈사람은 알고 있지 않았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너무나도 시의적절한 <시쓰기 딱 좋은 날>을 마음에 새겨봅니다. 

하염없이 작은 존재라 느끼다가도 운명처럼 만난 글 한 자락에 이런 감정을 느낄 만큼의 운명이 만들어지려면 얼마나 거대한 순간들의 우연이 필요할까...자문해 봅니다. 자작나무의 시인, 시쓰기 딱 좋은 날을 알고 있는 시인, 정끝별 시인의 시의적절한 1월이 이미 지났지만 다행히도 책으로 남겨져 있으니 다시, 또다시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제 1월을 보내고 다음 시의적절을 펼쳐야 하는데 아직 미련을 못버린 독자는 추운 날이 계속 된다는 일기예보에 좀더 머물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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