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와 입을 소맷자락으로 막은 왼팔의 팔꿈치, 쓰라린 배만으로 기었다. 불길이 뒤쪽에서 뜨겁게 몰라쳐왔다. 살고 싶다.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마다 가슴과 배가 벌레처럼 필사적으로 꿈틀거렸다. 한 뼘, 또 한 뼘. 폭발하는 소리를 내며 책상이 부서져 내렸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불길은 이제 발뒤꿈치를 태울 듯 뜨거웠다. 굉음을 내며 다른 무언가가 터져나갔다. 눈을 뜨지 못한 채 몸부림치며 더 기었다. - P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