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디 에센셜 한강>이 나왔을 때 호기심과 자랑하고 싶은 호승심에 작가님의 장편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를 구매해 놓고 지금까지 잘 모셔놓고만 있다가 이제야 주섬주섬 꺼내 읽고 있습니다. 장편소설에서 단편소설의 조각들을 찾아내고, 시 안에서 단편소설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에세이에서 모든 실마리의 첫 단추를 찾아내는 기분 입니다. 읽고 고민합니다. 작가의 경험과 아픔과 현실은 작품의 어디까지 스며들었는가.그러다 이 문장을 만났습니다. <바람이 분다, 가라>에 등장하는 서른여덟에 삶을 마감한 친구의 외삼촌이 한 말. ˝네가 그리는 모든 게 실은 네 자화상이야.˝내가 먹은 모든 것들이 내 자신이 되고, 내가 그린 모든 것, 내가 말하는 모든 것,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나‘ 자신이라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무섭게 느껴집니다. 도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