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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거대한 체스판 위의 인류사를 소설의 형태로 되돌아보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흑과 백으로 구분되는 기물들이 서로 대척점에 위치해 있다가 정해진 룰에 의해 공격을 하고 방어를 합니다. 그리고 그 대각선 위에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집단‘과 ‘개인‘이라는 또하나의 툴을 씌워 세계를 무대로 물고 물리는 싸움의 배후에 두 명의 퀸을 세웠습니다.
영혼의 숙적인 두 아이, 두 체스 천재는 태어나 자란 환경에서부터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양 농장의 부유한 사업가를 아버지로 두고 있는 니콜 오코너는 ‘집단‘이 가진 힘을 믿습니다. 실험실의 흰쥐는 각 개별적인 존재일 땐 나약한 존재 입니다. 하지만 거대한 그룹을 형성한 쥐 떼는 자신보다 큰 포식자 조차 두려움에 떨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집단이 어떤 맹목적인 힘에 의해 방향을 잃었을 땐 절벽을 향해 뛰어내리는 어리석은 결정을 서슴없이 선택하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만 6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 뉴욕의 또다른 체스 천재 소녀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집단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한 아이를 보며 ‘저렇게 여럿이 떼를 지어 한 사람에게 달려드는 건 참을 수 없어.‘(17쪽)라며 눈앞에 소화기를 집어들고 무리를 향해 가차없이 분말을 분사합니다.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고, 여럿이라는 이유로 힘을 과시하는 이들을 경멸하는 모니카와 혼자 있는 걸 견딜 수 없어하고 오랜 세월 키우던 개 조차 목적을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리게 만드는 잔인함을 간직한 니콜이 집단의 숫자에서 나오는 힘을 맹신하게 되면서 둘은 전혀 다른 이유로 체스에 입문하게 됩니다.
소녀 둘의 체스 경기의 승패는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진영에서 치열하게 냉전을 펼치는 군사, 정치, 스파이, 종교 등 모든 것이 얽혀 서로에게 상처와 도취, 도발을 일으키며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향으로 서로를 향해 공격하고 방어를 계속해 나갑니다. 각기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선조로 두고 있는 체스 천재들이 체스 말을 움직이듯 상황을 만들고, 사건에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의도를 숨겨 대척하는 과정에서 양떼 몰이 개를 따라 절벽을 함께 뛰어내리는 양들처럼 수십, 수백의 인명 피해가 나고 급기야 무역센터에 테러까지 자행을 합니다.
경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소설 [퀸의 대각선] 안엔 결과로만 알던 무수한 사건들의 음모에 대한 그럴 듯한 가설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체스를 배웠더라면 더 재밌게 소설을 읽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미 지나온 과거의 수많은 사건들을 기억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퀸‘에 열광하게 될 것 입니다. 절대악도, 절대선도 존재하지 않지만 내가 서 있는 방향의 대각선의 누군가는 적인 동시에 동지라는 이상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소설, [퀸의 대각선] 추천합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에 대한 작가의 지식에 감탄을 하면서 전생에 어쩌면 조선 사람이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작가의 말을 떠올려 봅니다. 더운 여름에 딱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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