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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미궁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4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2006년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이라는 미스터리 소설 작품으로 제4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한 가이도 다케루가 같은 해에 발표한 소설 <나전미궁>은 전작의 배경이 된 가공의 도시 ‘사쿠라노미야‘ 에 유명한 도조대학 의과생 덴마 다이키치(한자로 ‘大吉‘)에게 어릴적 친구이자 시풍신보라는 작은 지방 신문사에 다니는 벳쿠 요코가 사쿠라노미야 병원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취재를 요청하며 시작 되는 극히 일본적인 추리ㆍ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그 사고의 보험금으로 살아가는 덴마, 낙제를 거듭하다보니 자신보다 2년 늦게 들어온 후배가 동급생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보험금도 이제 바닥을 보이는 데 엉뚱하게도 마작 하우스에서 내기를 했다가 크게 빚을 지게 됩니다. 친구인 요코가 파논 함정이라는 것도 모른채. 결국 어릴적 달팽이처럼 생긴 사쿠라노미야 병원에서 밤마다 달팽이가 기어나와 백사장을 돌아다니고 시체를 게걸스럽게 먹는다는 소문과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 낸다는 소문의 진원인 그곳에 의과대학생 자원봉사자로 위장하여 잠입을 하게 되고 그 병원을 방문한 이후 행방불명이 된 다치바나 겐지의 흔적을 찾기 위한 탐문이 시작 됩니다. 한때는 지역에서 유명한 병원이었던 사쿠라노미야 병원은 현재 도조대학에서 말기 판정을 받은 환자들의 종말기 병원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통의 삶을 누릴 기회를 주고자 병원 운영에 필요한 업무들을 돕도록 임시 직원으로 채용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삶을 마감하게 되면 병원과 함께 운영 되고 있는 헤키스이인(사찰)에서 장례절차를 치르게 됩니다.
이름으로는 모든 행운이 깃들 것 같은 데마 다이키치, 학생 자원봉사를 지원하였으나 서투른 간호사 때문에 골절상을 입으며 종말기 병원의 환자 신세가 되고,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 2도 화상까지 입고 다시 다쳐 마취도 없이 이마와 팔을 꿰매고 깁스를 하게 됩니다. 나전으로 둘러쳐진 비밀의 방과 얼마 남지 않는 환자들이 한 명씩 다음날 새벽이면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벌써 부검을 하고 화장까지 진행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심상치 않는 기운을 감지한 덴마는 의뢰 받은 사쿠라노미야 병원의 의료 시스템의 진실을 찾기 위해 점점 달팽이의 미궁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소설이 준 충격은 2006년도에 이미 일본에서도 의료 붕괴가 진행 되고 있었다는 것과 작가인 가이도 다케루가 실제 외과의에서 현재는 병리의로 전환하여 작가 활동과 병행한다는 점, 국가 시스템이 산 사람들을 위한 의료 시스템에는 투자를 하지만 종말기(말기 환자) 또는 이미 죽은 사람들의 처우에 대해선 관심도 어떤 투자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겁게 와닿았습니다. 초고령화 사회에 병원은 돈이 되는 환자와 치료를 할 수록 병원에 적자를 안기는 환자를 구분해 차별을 하고 이는 국가에서 묵인을 합니다.
<나전미궁>은 일본 소설답게 사회적인 요소와 미스터리, 범죄와 인과응보 같은 요소들이 섞여 있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서야 관계도가 명확해 지는 소설 입니다. 자신이 이름만큼이나 운이 좋았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덴마, 어리숙한 실수를 연발하며 덴마의 목숨도 위태롭게 했던 간호사 히메미야 씨, 도조대학의 피부과 의사 시라토리를 비롯해 등장 인물들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만나니 소설의 제목 같은 미궁 속을 헤매다 드디어 탈출이다! 외치면서 문을 열고 나오니 낭떨어지를 만난 기분입니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 평등하지만 그 죽음이 누구나 평등하게 대접받는 건 아닐세. 그래서 사쿠라노미야에서는 누구든 평등하게 다루고 싶어. 거기에 개인감정이 끼어든 적은 없지. (452쪽)
누구나 평등하게 대접받는 죽음이란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024년 7월은 과연 그런 세상일까. 더위만큼이나 답답한 의문을 품고 책을 덮습니다. 전작을 읽지 못했기에 바로 주문했습니다. 다행히 <나전미궁>을 다 읽기 전에 와서 남은 7월의 반은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과 함께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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