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떠오른 생각 하나가 발길을 방안 창문 쪽으로 이끈다. 아이가 어디를 향해 달리다 만 거지? 도로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직진하여 건너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아마 맞은편에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길 건너엔 건물이 없다. 눈에 띄는 출구 하나 없는 기나긴 벽돌담의 연속일 뿐이다. 왼쪽으로 좀더 먼 곳은 허름한 판자 울타리다. 나는 계단으로 다시 가서 사람을 불러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내 심장의 박동소리만 들린다. 드디어 시간이 멈춰버렸다는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진> by 알랭 로브그리예 ,27쪽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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