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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신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5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1961년 인도 메갈라야 실롱에서 태어난 작가가 1997년에 쓴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은 출간 된 그해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 부커상을 수상하며 논란과 함께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나 작가의 고향인 인도에서는 외설죄로 기소까지 받게 만든 작품입니다. 이후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의 핵실험과 핵정책에 대한 비판 에세이 등을 집필하고 본격적인 시민운동가, 환경운동가 활동을 하면서 정치 에세이집 등 다양한 작품을 썼으며 2007년에는 두번째 소설의 집필사실을 알렸으나 2015년까지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가 첫 소설이 나오고 딱 20년이 지난 2017년 [지복의 성자]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은 ‘아예메넴의 5월은 덥고 음울한 달이다.‘로 시작합니다. ‘인도‘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풍경 속에는 수많은 인구와 먼지와 후덥지근한 기후, 흰소를 성스럽게 여긴다는 종교적 풍습과 여전히 불가촉천민이라는 계급적 차별이 존재하는 나라의 이미지가 따라오면서 소설의 주요 인물인 듯 보이는 에스타와 라헬 ‘이란성쌍생아‘와 이들의 외고모할머니지만 ‘베이비 코참마‘라는 불리는 라헬의 외할아버지의 막내 여동생-진짜 이름은 나보미 이페-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들이 살았던 집을 지키고 있다는 표현을 통해 궁금증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어린 시절의 에스타와 라헬은 각기 다른 육체를 가졌지만 정신세계는 분리되지 못한 샴쌍둥이처럼 이어져 있어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까지도 서로는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 중요한 인물 ‘소피 몰‘이 등장합니다. 쌍둥이의 외사촌이자 차코 외삼촌의 딸인 그녀는 오래된 성당에서 치뤄지는 장례식의 주인공으로 ‘노란 크림플린 나팔바지를 입고, 머리를 리본으로 묶고, 좋아하던 영국제 고고 핸드백과 함께 관 속에 누어 있었(16쪽)‘지만 라헬은 소피 몰이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깨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소피는 그런 라헬에게 ‘두 가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하나‘는 노란 성당의 새로 칠한 높다란 돔, ‘다른 하나‘는 새끼 박쥐였고, 박쥐는 장례식이 진행 되는 동안 베이비 코참마의 사리에 매달려 기어오르다가 사리와 블라우스 사이로 들어가 베이비 코참마가 비명을 지르게 만들더니 하늘로 날아올라 제트비행기가 되었습니다. 오직 라헬만이 소피 몰이 관 속에서 몰래 수레바퀴처럼 재주넘기하는 것을 봤으며 관을 작은 묘지의 땅속으로 내렸을 때에도 소피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알았지만 그 아이의 장례식이 그 아이를 죽이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쌍둥이의 엄마인 암무가 죽었던 나이 서른하나,
늙지도 않은.
젊지도 않은.
하지만 살아도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
라헬이 일곱 살때 일어났던 그 사건-양부의 죽음 이후 친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소피 몰이 영국에서 아예메넴으로 왔다가 사고로 죽은-이 있고 이혼후 떠난 아버지에게 보내졌던 에스타와의 23년 동안의 헤어짐이 끝나 다시 되돌려보내진 ‘에스타‘와 재회의 시간이 그들에게 다가오자 ‘서른한 살‘의 라헬은 옛기억들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그날, 소피 몰이 죽었던 그날을 포함해서.
인종차별에 대해 막연하게 배우고 아는 것이라곤 미국의 흑인에 대한 차별 정도였다면 소설 [작은 것들의 신]에 가득 담긴 불가촉천민에 대한 차별과 가촉민이더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을 목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충격이었습니다. 소피 몰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 된 벨루타는 불가촉천민 입니다. 그의 아버지 벨리아 파펜은 파라반으로 라헬의 외할아버지 파파치는 파라반을 집으로도 들이지 않았습니다. 불가피하게 그들이 마당으로 들어오게 되면 자신이 걸었던 마당의 발자국까지도 뒷걸음치며 쓸어 지워야했습니다. 바이에른 길드 출신의 목수에게 사사를 받아 박사가 되었으나 벨루타는 인도에서 여전히 불가촉천민이었고 어려서 다친 형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생의 업으로 인해 현생에 핍박을 받는 것을 당연시 하는 카스트 제도의 저변에는 인더스 문명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원주민을 가장 하위 계층인 수드라와 불가촉천민으로 만들고 이주해 온 아리아인에겐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등 지배계급의 지위 차지해 갠지스 문명의 꽃을 피운 역사의 산물이라는 걸 그들도, 저도 이제는 알지만 여전히 차별은 존재합니다.
소설의 제목이 말하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신은 과연 존재하는지, 그렇다면 ‘큰 것들‘은 무엇인지, 왜 그들은 아직도 업(카르마)를 믿고 있는지. [작은 것들의 신]은 거듭 고민을 하게 하고 질문하게 만듭니다. ‘신의 나라‘의 ‘작은 것들‘에 관해, 작은 것들의 ‘신‘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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