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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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는 사람이 없듯이 책 제목처럼 죽음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정보라 작가의 전작인 [저주 토끼]를 읽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계속 되는 ‘저주‘를 만났듯이 가제본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에 실린 4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며 경계선 밖의 존재들이 사실은 경계선 안에 함께 존재하고 있는게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삶과 죽음의 ‘경계선‘ 조차 살아있는 자들이 만든 가상의 벽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환상 괴담을 어려서부터 좋아했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무서운 이야기 해 달라는 아이들 중에 한 명이었고, 무섭다며 귀를 막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겁쟁이라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정보라 작가님의 소설들에서 발견하게 되는 ‘해괴함‘은 그 수준이 다른 듯 합니다.

좁은 골목을 운전하는 남자들, 그리고 까맣게 보이던 노인의 느린 발걸음, 차 밑에 뭔가 부딪치는 소리에 내려서 둘러보는 데 새빨갛게 빛나는 눈과 마주친 세 번째 남자, CCTV가 없는 골목에 다다라서 느긋하게 걸어가는 노인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는 두 번째 남자, 그리고 먹통인 휴대전화와 보험사에 전화를 했는데 빨리 오라며 재촉하는 친구의 목소리. 섬뜩함을 넘어선 공포가 밀려오는 순간은 소설을 읽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있다가 글로 된 빨간 눈동자와 실제로 눈이 마주치는 경험을 했을 때 입니다. 스스로 만들어 낸 상상의 존재라는 걸 알지만 얼마든지 그들-첫 번째 남자와 부인-처럼 살아 있는 이들의 삶에 등장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때의 기분이란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 ‘내 다리 내놔‘ 편을 보는 데 누군가 다리를 잡아당겼을 때의 심정입니다.

첫번째 단편을 읽고는 심호흡을 했다면 두번째 단편은 읽으면서 이 액자식 구조의 이야기의 끊임없는 반복이 어떠한 원한 관계에 의해서가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슬 같아서 더욱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우연히 받게 된 동영상으로 인해 어쩌면 감추고 있던 자신의 성향을 발견한 기회가 된 것 일 수도 있고, 언제 튀어 나올지 모를 내 안의 악의 존재를 깨운 것일지도. 나머지 단편들 역시 뒷목이 뻗뻗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4편의 단편소설들이 모두 결이 달라서 사방으로 뻗어나간 거대한 보라월드를 상상하게 됩니다. 어디에도 있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시작이 어디인지는 모르는 거대한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보는 기분이라면 설명이 될지. 기대 됩니다. 정식으로 출간 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에 실려 있을 무겁고 보라스러운데 또 해괴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환상적 스토리. 추천합니다. 변기에서 계속 올라오는 그 머리! 느낌 아는 분들께.

*출판사 제공 도서(가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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