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뒤의 진실 - 조작된 약물의 은밀한 거래
캐서린 에반 지음, 조은아 옮김 / 시공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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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은 10여명의 임원진과 전화 회의를 하면서 아프리카에 공급하던 에이즈 치료제의 품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의료 부문의 고위 임원이 대답했다. ˝무슨 상관입니까? 흑인들이 죽는 것뿐이잖아요.˝

- [라벨 뒤의 진실] by 캐서린 에반(시공사),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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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진료를 받고 처방전에 따라 약국에서 약을 타오면서 한번도 그 약이 의사의 처방에 따른 약인지, 약사에 의해 다른 약으로 대체 되어 문제가 발생할 여부가 있는 약인지를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대체 할 약이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있습니다만.

여기 [라벨 뒤의 진실]을 읽으면서 진심으로 불편한 진실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 조차 다국적 기업들의 높은 의약품 가격과 수급 등의 문제로 일명 우리가 복제약이라 불리는 저렴한 버전의 약들이 인도와 중국 등에서 만들어져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사용하게 된 루트를 추적하며 쓴 탐사 보도식 논픽션 입니다. 제네릭 버전의 각종 의약품을 만들어 내는 거대 기업 란박시의 베일의 가려져 있던 처참한 환경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들은 자신들이 복제한 약들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오직 FDA 승인을 얻는 조건인 선착순 자료 제출에만 신경을 써왔다는 정말 믿지 못할 ‘사실‘을 밝혀냅니다. 제출 된 서류의 실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았고 의약품의 제형과 투여량이 전혀 다른 제품인데도 오리지널 제품의 설명서를 그대로 복사하여 붙여넣는 수준으로 작성 된 서류를 제일 먼저 제출하여 승인을 얻는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거둬들이고 있었습니다.

더 큰문제는 이에 대해 회사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알고 있었으나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고, FDA의 시찰이나 기습감사를 대비해 컨설팅 업체를 통해 모의 감사까지 받는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와같은 엉터리 서류들로 통과한 여러 복제약 사용 신청의 문제점을 컨설팅 업체가 지적하자 그들은 그 컨설팅 업체가 올린 보수 청구서를 트집 잡아 진실을 덮으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병원과 제약사 간의 리베이트 관행이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책에 나오는 회사들은 지금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을 만한 다국적 거대 제약사들인데 이들이 표면적으로는 인도적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듯 선전을 하면서 실제로는 세계인들을 향해 대 사기극을 벌였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립 탐정까지 고용해 문제가 되는 회사들의 쓰레기를 뒤지며 진실을 파헤친지 10년 후, 저가의 중국산 유효 성분을 함유한 오염된 항생제, 제타마이신 설페이트를 복용한 미국인들이 사망하는 사건들이 나오면서 FDA가 해외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벌크 의약품들에 대해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 지고(268쪽), 이후로도 긴 시간동안 ‘라벨 뒤에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이 그려지는데 책을 읽을 수록 어떻게 의심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는지 자신에게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가끔 우리나라 제품들을 그대로 따라 만든 짝뚱 중국제품들을 보면 화가 났었는데 왜 비슷한 이름과 포장 디자인의 의약품에 대해서는 국내기업들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너그럽게 생각했는지, 처방전 없이 증상을 말하며 마치 약사처럼 어떤 약을 달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모르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불편한 진실, 그러나 알아야 하는 진실, [라벨 뒤의 진실] 안에 들어 있습니다. 추천 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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