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 개정판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녀의 작품을 온전히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며 한가득 기대를 품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숨겨진 미스터리추리소설의 힌트들이 어디 있을까, 그야말로 김치국을 제대로 한사발을 마시며.

소설의 마지막 챕터가 끝나고 기대했던 미스터리 추리소설가의 극적인 반전의 털끝조차 보질 못했는데 에필로그가 등장하고 그마저 짧게 끝난 후 해설이 나와서 멘붕이 왔습니다. 주인공이자 화자였다가 3인칭 화자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조앤 스쿠다모어는 마흔여덟 살로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인 남편과 세 명의 자녀를 모두 출가 시키고 나름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영국 부인 입니다. 소설의 주요 내용은 막내딸의 발병 소식을 듣고 런던에서 멀고먼 바그다드로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 오는 과정입니다. 갈 땐 급했기 때문에 항공편을 이용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육로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여유롭게 돌아올 생각이었으나 폭우로 인해 사막의 국경지대에서 고립 된 주인공이 가져갔던 책도 다 읽어 할 일이 없어지고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거닐며 자신의 인생을 다시 돌아 보며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합니다. 농부가 되고 싶어했던 남편을 설득해 가업인 변호사가 되도록 조언을 한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는 조앤은 고교 동창생인 블란치 해거드를 우연히 사막 한 가운데에서 만나 이상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자신 보다 훨씬 늙어보이는 블란치가 자신의 딸인 바버라에 대해 충고하듯 던지는 말에 기분이 상했던 상황에서 먼 기억속에 잠시 남편과의 외도 상대로 의심했던 셔스턴 부인을 떠올리게 되지만 결국 조앤은 남편이 그럴리 없다고, 의심하는 자기 자신을 향해 거짓말을 합니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쓴 소설이니 ‘추리소설‘일거라는 굳은 믿음으로 이 소설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의심을 했습니다. 조앤의 남편 로드니는 이미 아내에 의해 살해 된 것이 아닐까?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사는 이 여인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의미심장한 동창생 블란치의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다가 결국 이 소설이 작가의 이름으로 인해 ‘미스터리 추리소설‘ 카테고리에 있을지 몰라도 심리서스펜스 소설이었다는 걸 책의 해설을 두어번쯤 반복해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할 일이 없어진, 고립 된 자기만족형 인간이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퍼즐을 맞추듯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다가 무엇이 문제였는지 깨달았으나, 사막에서의 고립은 끝이 나고 남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와 소설도 끝이 납니다. 심심하기만 한 소설의 결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 놓치고 있던 남자의 독백이 눈에 들어오며 소설의 제목이 가진 반전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내가 그대에게서 떠나 있던 때는 봄이었노라˝ -‘셰익스피어 소네트 98번‘ 일부(113쪽)

자신만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독선과 남과 비교해 자신을 우위에 두는 기만의 끝판왕 조앤과 필명 ‘메리 웨스트매콧‘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 중 세번째 책 [봄에 나는 없었다]의 저자 애거사 크리스티의 진짜 삶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아가는 재미와 심리서스펜스에 놀아난 황당함 사이에서 허우적 거린 독자로서 역시 애거사 크리스티!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봄에나는없었다 #애거사크리스티 #장편소설 #공경희_옮김
#포레 #미스터리추리소설 #심리서스펜서 #책추천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